[2019 올해의 CEO]⑨ LG에서 구광모 회장의 가치…젋고, 빠르고, 화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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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⑨ LG에서 구광모 회장의 가치…젋고, 빠르고, 화끈한 것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2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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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LG그룹 인적쇄신 단행...세대교체와 외부수혈
실용주의적 면모,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 개편 속도
핵심계열사들 영업이익 3년 연속 감소...아쉬운 대목
​​구광모 LG회장(가운데)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 등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회장(가운데)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 등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Young', 'Aggressive'. 올해 구광모 LG그룹의 인사와 경영방침을 요약할 수 있는 두 단어다.

준비가 덜 된 시점에 회장에 취임, 1년 6개월 가량 지난 구광모 회장은 올해 그가 추구해나갈 경영 가치를 제대로 제시한 인상이다. 연말 인사를 예로 들면, 구 회장은 LG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옥석을 고르고 고른 느낌이 강하다. LG전자의 새로운 수장에 50대 CEO를 앉히고 30대 임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대흐름을 앞서가는 젊은 인재에게 맡겼다. 

그는 업의 본질을 위해서라면 절대 우회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똑바로 가겠다는 결기를 곳곳에 드러냈다. 우선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과시했다. '인화(人和)' 경영을 내세웠던 과거의 LG와 180도 달라졌다. 경쟁사를 직접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는가 하면, 법적 갈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계열사 개편에는 '선택과 집중' 경향이 묻어난다. LG전자는 가전과 TV사업을 견고히 하며 올 3분기 누적매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의 핵심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대로 미래 먹거리 경쟁력 높이기 차원에서 판토스, 서브원, CNS 등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추진중이다.

이같은 과감한 경영방식은 현재 LG 계열사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18분기 연속 적자인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중국발 제품에 밀린 LG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서들이 고전중이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그러나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구본무 전 LG 회장이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했다. LG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을 위함이다.

구광모 회장은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 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에 입사했다. 여러 사업부문을 거치 LG시너지팀에서 상무 승진후 후계자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구본무 전 회장이 급작스레 타계함에 따라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Performance(성과)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영업 이익 하강세가 3년 연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은 약 10조원 정도였지만 2018년 7조원 정도로 줄었고 올해는 5조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이 글로벌 경기 하강 등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LG 디스플레이의 상황이 가장 안 좋다. 올 3분기 누적 영업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1863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9375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에서 80%를 차지하는 LCD 분야에서 중국 저가 제품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 컸다.

LG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15조7007억원, 영업이익은 7814억원이다. 3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역대 최다이며 영업이익은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누적 매출액은 46조24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2017년부터 3년 연속 연간 기준 매출액이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가전 담당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 TV 총괄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가 덕택이다.

그러나 누적 영업이익은 같은 전년동기(2조5019억원) 대비 14.1% 감소한 2조1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다만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 비용을 절감하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첫 5G 스마트폰 V50의 덕택에 전 분기 대비 손실 폭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위로를 안겼다.

LG화학은 3분기 누적 영업익은 923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8%로 반토막 났다. 고기능 합성수지, 고흡수성 수지 등 석유화학부문의 주요 제품 수요가 둔화됐다. 

다만 애플 아이폰11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가 채택된 LG이노텍, 고급화 전략의 화장품이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LG생활건강, 고부가 건축자재 매출이 증가한 LG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상승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만 41세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중 가장 나이가 적은 구광모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면모가 특징이다.

올해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새해 모임을 가졌던 구 회장은 내년에는 신년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1987년부터 31년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시무식을 개최하던 관행을 없앴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 Z세대와 효과적인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젊은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도 동반하고 있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에서 경쟁사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LG전자는 삼성전자와 '8K TV' 대전을 벌였다. 삼성의 QLED TV를 분해하며 '저격'하는 광고를 내놓은 것. 삼성전자가 맞불작전을 놓으며 LG전자를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LG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10월 수위를 더 높인 두 번째 광고를 내놨다.

LG화학은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차전지 관련 기술과 인력을 빼갔다는 이유다. 또 전지사업 관련 특허로 양사는 서로에 대한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7월 SK텔레콤과 KT가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고 방통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5G 등 4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 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지난해 LG전자는 자율주행차량 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사를 1조440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는 LG화학이 미국 듀폰사의 솔루블 OLED 재료기술을 인수했고, LG생활건강이 미국의 화장품 회사인 '뉴에어본'을 사들였다. 이를 포함해 LG 계열사들은 최근 1년 간 약 10여개의 M&A를 통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그룹은 올해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구글 등 글로벌 인공지능 플랫폼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을 접었고, 평택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았다. 연료전지 사업을 진행했던 LG퓨얼셀시스템즈도 청산했다. 

◆Episode(조직애·인재관)

구 회장은 LG가 처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실용'과 '쇄신'이라는 키워드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LG전자 CEO에 50대 내부 인재를 발탁하고, 주요 계열사에는 30대 임원을 배치했다. 또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회사 안팎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인사로 고졸 출신의 '세탁기 신화'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나고 56세 권봉석 사장이 LG전자 CEO로 취임했다. 1985년생 34세 심미진 LG생활건강 상무는 올해 최연소 승진자다. 임이란(LG생활건강), 김수연(LG전자) 상무도 30대 임원이다. 올해 그룹 내 상무 승진자 평균 나이는 48세이며 새 임원 중 21명이 45세 이하다.

외부 인재 수혈은 지난해보다 더 적극적이다. LG생활건강 부사장 자리에는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앉혔다. 한국델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LG CNS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올해 외부 인재 영입은 14명으로 작년 정기인사보다 1명 늘었다.

그렇다고 구 회장이 구본무 전 회장이 구축한 '인화 경영'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젊은 연령층도 특징이지만 고객 접점 경험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부분도 눈에 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구광모 회장은 "LG가 쌓아 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오른쪽)과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지난 9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 회장(오른쪽부터)과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지난 9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사진제공=LG그룹

◆Quotation(어록)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술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 자회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갖춰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가겠다."(2019년 3월, LG 정기주주총회)

"고객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삶을 바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일의 최우선을 고객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2019년 1월 , LG 새해 모임 신년사)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 평범한 것이 된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익숙한 관성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2019년 1월 , LG 새해 모임 신년사)

“미래 성장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9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LG Way에 기반한 LG 선대 회장님의 경영 방향을 계승 발전시키는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2018년 6월, 취임 직후 LG 사내 게시판에 올린 인사말)

"평소 개인적으로도 IT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할 겸 왔다.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이 중요해지고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기업들도 관심이 많다. 그룹 차원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사물인터넷 연구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2015년 4월, 서울 삼성동 IT콘퍼런스 '엔트루월드 2015'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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