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CEO]③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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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로벌 CEO]③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2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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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 통해 70여개 브랜드 소유..최근 티파니까지 인수
LVMH 주가 급등으로 세계 2대 부호로 이름 올려
70대 나이에도 지속가능성 등 혁신 힘써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그의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해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로 불린다. 사진=연합뉴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해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로 불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다.

185센티미터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늘 깔끔한 정장 차림에,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지만 기업을 사들일 때는 저돌적으로 돌변해 이같은 별명이 붙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꼼꼼하고 완벽하게 기업을 분석한 후 인수에 나선다. 미국 귀금속업체 티파니를 인수하기 전 서울의 한 티파니 매장을 조용히 시찰하고, 유리의 얼룩을 사진으로 찍으며, "이것이 경영실패의 한 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완벽주의자지만, 디자이너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모으는 것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한다"며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고, 칼 라거펠티와 알렉산더 맥퀸,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후 그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했다. 

때로는 완벽하면서도 디자이너들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쥐어 준 아르노 회장. 그의 유연한 경영철학이 오늘날 '패션 왕국'으로 자리매김한 LVMH의 원동력이 됐다.  

뉴욕 택시에서 시작된 '캐시미어 코트 입은 늑대'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패션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뉴욕에서 탄 노란 택시였다. 그는 프랑스 최고 명문대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거쳐 고급 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부동산 사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뉴욕에서 택시를 탔고, 택시 운전사에게 프랑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물었다. 아르노 회장은 후에 다수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의 이름을 댈 수는 없었지만 디오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택시기사와의 짧은 대화는 그가 패션산업에 대한 거대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고, 3년 이내에 그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됐다. 

36세가 되던 1985년, 아르노 회장은 파산한 섬유회사인 부삭(Boussac)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들이게 된다. 이 회사 안에는 경영난에 빠진 크리스찬 디오르가 속해 있었다. 그는 부진한 사업은 모두 정리하고 디오르를 지켜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고 2년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게 된다. 

1987년 주류업체인 모에헤네시와 패션업체인 루이비통의 합병으로 LVMH가 탄생했다. 모에헤네시 출신 알랭 슈발리에 회장과 루이비통 출신 앙리 라카미에 부회장의 갈등으로 회사가 흔들리자, 아르노 회장은 라카미에 부회장과 손을 잡고 LVMH의 적대적 인수에 나섰다.

이후 아르노는 법적 공방 끝에 라카미에 부회장까지 쫓아낸 후 LVMH를 손 안에 넣었다. 그의 적대적 인수 방식에 프랑스 재계는 크게 놀랐고, 이 때부터 그에게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라는 별명이 따라붙게 됐다. 

LVMH의 CEO에 올라선 이후 그는 빠른 속도로 회사 규모를 팽창시켰다. 마크 제이콥스, 펜디, DKNY 등 명품업체를 싹쓸이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갔다. 현재는 불가리와 지방시, 테그호이어를 비롯해 최근 티파니까지 사들이면서 76개 브랜드를 거느린 그야말로 '패션 왕국'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LVMH는 지난 11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약 19조원에 인수했다. 사진=연합뉴스
LVMH는 지난 11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약 19조원에 인수했다. 사진=연합뉴스

티파니 인수로 아시아 젊은 층 공략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까지 손에 넣었다. 지난 11월24일 LVMH와 티파니는 주당 135달러(약 16만원), 인수 총액 162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LVMH가 티파니를 손에 넣음으로써 귀금속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함과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티파니 매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한다. 이미 불가리와 쇼메 등 귀금속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귀금속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했던 LVMH가 티파니를 인수하면서 중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티파니 인수 소식이 처음 나온 10월 이후 LVMH 주가는 20%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아르노, LVMH 주가 급등으로 세계 3위 부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올해 390억달러(약 45조4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LVMH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덕분이다. 아르노 회장은 현재 세계 부호 3위이며, 2위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의 격차도 크게 줄였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재산은 올해 216억달러(약 25조원) 증가했다. 아마존 설립자 겸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361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하는 이혼 위자료 부담으로 인해 올해 재산이 146억달러(약 17조원) 줄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의 개인 재산도 1068억달러(약 125조원)로, 베이조스(1105억달러)와 빌 게이츠(107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아르노 회장은 가족 지주회사를 통해 LVMH 지분 47%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LVMH 주가가 올해 들어 60% 이상 급등하면서 아르노 회장의 재산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번스타인앤코(Bernstein & Co.) 애널리스트인 루카 솔카는 "글로벌 시장 상황이 명품 구매에 관심이 많고 능력이 있는 소비자를 점점 더 많이 지원하는 한 LVMH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VMH는 슈퍼스타 리한나와 손을 잡고 '펜티'를 런칭했다. 약 32년만의 신규 브랜드 런칭이다. 사진=연합뉴스
LVMH는 슈퍼스타 리한나와 손을 잡고 '펜티'를 런칭했다. 약 32년만의 신규 브랜드 런칭이다. 사진=연합뉴스

70세 나이에도 끊임없는 변화 추구 

1949년 생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올해로 70세가 됐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젊음 그 자체다. 

지난 5월 슈퍼스타 리한나와 럭셔르 브랜드 펜티(Fenty)를 런칭했다. 주로 M&A를 통해 기존의 유명 브랜드를 소유해온 LVMH가 유명 스타와 손을 잡고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소식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펜티'는 1987년 크리스찬 라크로아 꾸띄르 하우스를 재오픈한 이후 32년만의 신규 브랜드다. 브랜드명 펜티 역시 리한나의 풀 네임인 로빈 리한나 펜티(Robyn Rihanna Fenty)에서 따왔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스텔라 매카트니와 합작 법인을 체결하기도 횄다. 자세한 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매카트니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특별 고문이 됐다.

아르노 회장은 "매카트니는 아주 일찍부터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선구자였고, LVMH는 25년 전 프랑스에서 최초로 지속가능성 부서를 만든 대기업"이라며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러한 중요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유명 그룹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로, 2001년 자신의 이름을 건 '스텔라 매카트니'를 런칭했다. 자신의 디자인에 천연가죽과 퍼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재활용소재를 사용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지속가능한 패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LVMH 역시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중점으로 한 혁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올해 초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에 2억유로를 쾌척했으며,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과 싸우기 위해 1100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한편 내년에는 10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파리 라이트뱅크에 위치한 라 사마리텐 백화점, 일명 루이비통 백화점의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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