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CEO]① 요시다 겐이치로, 수렁에서 '소니' 건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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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글로벌 CEO]① 요시다 겐이치로, 수렁에서 '소니' 건져내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2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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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가즈오 전 회장과 함께 소니 되살려내
"재임중 성과나오지 않는 것을 열심히 하라"
중장기적 시각 강조하며 R&D 투자에 힘써
소니, 10년만에 반도체 톱10에 오르기도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사장은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전 회장과 함께 소니를 수렁에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사장은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전 회장과 함께 소니를 수렁에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979년 소니에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제품명은 워크맨. '걸어다닐때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뜻의 워크맨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걸어다니면서,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일이었다. 

최근 소니는 워크맨 출시 40주년을 맞이해 기념 모델을 출시했다. 워크맨의 옛 추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워크맨이 아니더라도 소니의 MP3를 비롯해 최근의 플레이스테이션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소니의 제품을 사용했거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대를 거치며 오랜 시간동안 소니는 다양한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우리의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위기의 소니 구해낸 히라이·요시다 

하지만 소니의 역사가 우리의 머릿속에서처럼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채워진 건 아니다. 한 때 전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제품을 잇달아 만들어 내던 소니는 창업세대가 물러난 후 긴 부진의 터널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가전제품 톱기업의 위상을 힘없이 내주었다.

2008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도 피할 수 없었다. 2008회계연도(2008년 4월1일~2009년 3월31일) 소니의 영업손실이 2278억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14년만의 적자였다.

2009, 2010회계연도에는 간신히 영업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2011회계연도에 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긴 터널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시기였다. 

이렇게 위기에 빠진 소니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전 회장이다. 2012년 4월 소니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히라이 전 회장은 2013년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 현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다. 히라이 전 회장과 요시다 사장은 모두 소니의 평사원 출신으로 '샐러리맨의 신화'라고도 불리는 인물들이다.

두 샐러리맨은 수렁에 빠진 소니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함과 동시에 이미지 센서를 비롯한 신규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서 소니의 흑자전환 발판을 마련했다. 소니는 2018회계연도에서 20년만에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니가 다시 한번 재기를 꿈꿀 수 있었던 데는 요시다 현 CEO(당시 CFO)가 구축해놓은 탄탄한 재무구조가 큰 버팀목이 됐다. 

"재임중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열심히 하라" 

2018년 4월1일 히라이 가즈오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요시다 사장. 그가 히라이 전 회장과 가장 차별화를 둔 부분은 바로 '장기적 시각'이다.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소니를 건져내야만 했던 히라이 전 회장은 구조개혁 등을 통한 단기적 성과를 요구받았고 이를 충실히 이뤄냈다. 이제 요시다 사장은 중장기적 씨앗을 심어가는 것으로 소니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규범"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연구개발(R&D)분야에서의 중장기적 시각을 강조한다.

R&D센터를 이끄는 카츠모토 토오루 전무는 "3~10년 후를 내다보며 교육을 진행한다"고 강조한다.

신규 채용에서는 R&D 인력을 20% 늘리고,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의 인재에게는 입사 1년차부터 급여의 최대 20% 정도 차이를 부과하는 탄력적인 인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사 담당자는 "모두가 똑같이 줄을 선다는 악평등을 바꿔가고 있다"며 "해외 대학과의 제휴도 진행해 구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니가 이미지센서 부문의 활약으로 10년만에 반도체 톱10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소니가 이미지센서 부문의 활약으로 10년만에 반도체 톱10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소니, 10년만에 반도체 톱10 진입

요시다 사장이 강조한 '장기적 시각'으로의 전략 수정은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소니의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42% 늘어난 26억8800만달러(약 3조2000억원)를 기록, 전세계 반도체 업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9년 4분기 8위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10년간 긴 터널을 견뎌온 소니가 다시 '톱10'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톱10'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일본 기업은 소니가 유일하다. 

IHS마킷은 "소니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떠오르는 별'이었다"고 평가했다. 소니가 주력해온 CMOS 이미지센서 분야가 멀티카메라 채용 확대 등으로 크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4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소니는 시장 진입도 앞섰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아날로그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에서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소니는 올해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점유율 4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기술 연계에도 적극적..스타트업 투자 펀드도 조성

소니는 외부의 유능한 기술과의 연계에도 힘을 쓰고 있다. 

최근 소니는 다이와캐피털홀딩스와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이노베이션 그로스 펀드(innovation growth fund)'를 조성했다. 

소니는 2016년에도 '소니이노베이션펀드(SIF)'를 설립해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40개사에 출자를 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출자 대상을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은 신생회사로 제한했으며, 출자금액도 최대 3억엔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그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에는 출자할 수 없었고, 이에 따른 손해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노베이션 그로스 펀드는 외부 자금도 포함하며, 출자금액도 최대 수십억엔으로 그 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는 소니가 외부와의 기술연계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사내용으로 제한해온 신규 사업 육성 프로그램도 지난 2월부터는 외부인들의 이용이 가능하다. 신규 사업 육성을 위한 노하우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외부 기술과 제휴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사장이 뽑은 사장 7위에 이름 올려

한편, 요시다 겐이치로 사장은 '사장이 뽑은 올해의 사장 2019'의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취임한 요시다 사장은 그 해 12위를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 7위로 5계단 올라섰다.

"기업은 오래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요시다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소니가 이제 70년을 넘어가다 보니 신진대사도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나는 더 나은 소니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

소니는 지난 20년간 긴 터널을 이어왔다. 터널을 빠져나온 지금,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시각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씨앗을 키워간다면, 그가 말하는 '더 나은 소니'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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