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토종 AI '한돌'에 불계승…알파고 이겼던 '78수'째 승기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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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토종 AI '한돌'에 불계승…알파고 이겼던 '78수'째 승기 잡아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1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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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접바둑, 92수 만 불계승
알파고 이겼던 78수와 동일한 78번째 돌로 승기
이세돌 "한돌이 실수 한 듯 하다"
이세돌 9단이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복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복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쎈돌' 이세돌 9단이 NHN의 인공지능(AI) '한돌'과 첫 대국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과거 알파고로부터 승리를 거뒀던 수와 동일한 78수로 승기를 잡아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이세돌은 92수 만에 흑 불계로 승리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딥러닝을 통해 기보를 학습하는 AI는 이미 인간이 갈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알파고와 호선으로 뒀던 이세돌은 한돌과 두점 접바둑을 뒀다.

두점 접바둑은 프로와 아마간 차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돌의 우세를 예상했다.

NHN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은 최근 열흘 간 두점 접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이날 수비적으로 출발했다.

중반 한돌이 맹렬한 공격을 펼치면서 이세돌 9단의 대마가 위험해졌다. 그 순간 이세돌 9단이 씌우는 맥점(78수)을 뒀다. 이를 예측하지 못한 한돌은 당황했고, 공격하던 한돌의 요석이 잡히고 말았다.

결국 한돌의 승률이 순식간에 떨어졌고, 의미 없는 수만 몇 개 더 둔 후 불계패를 인정했다. 기대보다 허망한 종국이었다.

NHN은 "78수는 프로기사라면 흔히 두는 맥점이지만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이라는 중국의 절예도 못 본 수이며, 벨기에의 릴라제로도 못 본 수"라고 말했다.

앞서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13일 알파고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알파고로부터 1승을 거둔 이세돌이 당시 승기를 잡은 돌도 백 78수째 였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든 상황에서 중앙 흑의 급소에 78번째 수를 끼우는 묘수를 택했다. 당시 알파고의 승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 바 있다. 당시 대국이 끝난 후 이세돌 9단은 "그 수를 둔 이유는 그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수를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날 한돌과의 대국에서 78수는 그때와 같은 묘수가 아니라는 것이 이세돌 9단의 생각이다.

이세돌 9단은 불계승을 거둔 후 인터뷰에서 "알파고 때는 정상적으로 받으면 안 되는 수였다"라며 "(이번에는)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수인데, 한돌이 그렇게 한 게 너무 의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승부가 갈라져 승리의 기쁨보단 허망한 마음도 크다"는 대국 후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2국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국은 이세돌 9단이 이겼기 때문에 2국은 맞바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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