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CEO]③ BTS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키운 방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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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③ BTS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키운 방시혁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20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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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지난해 국내 3대 엔터 영업실적 추월
사업 다각화...자회사 4개·넷마블과 제휴
돌직구 멘토, 분노를 자양분 삼은 '개혁가'
BTS, 글로벌 '한글 전도사'로 발돋음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8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8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불릴 정도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아이돌이다. 그리고 BTS를 앞세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기존 3대 연예 기획사인 SM·JYP·YG 엔터를 넘어섰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두 곳을 통해 BTS의 확장성을 이용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올해는 산하레이블 빌리프랩을 세우고 쏘스뮤직을 인수해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방시혁 CEO/프로듀서는 '빌보드가 뽑은 25인의 혁신가'에 이름을 올렸다.

방시혁은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서울지방 노동청장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방극윤이다. 17, 18대 국회의원 최규식이 외삼촌이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과는 먼 친척간이다.

방시혁은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책만 읽던 중학생 아들의 교우관계가 걱정이 된 아버지는 기타를 하나 사줬다. 경기고-서울대 미학과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음악도 꾸준히 해 오던 방시혁은 대학 시절 1996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발을 딛었다.

이듬해 박진영에게 스카웃 돼 JYP에서 프로듀싱을 배웠다. 그리고 2005년 빅히트를 설립한 후 방탄소년단을 기획해 2013년 데뷔시켰다. god '하늘색 풍선', 비 '나쁜남자',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BTS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숱한 히트곡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Performance(성과)

방시혁 대표가 2005년 설립한 빅히트는 2018년 매출 2142억원, 영업이익 641억원을 기록,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3사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9년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2001억원, 영업이익은 3분의2 수준인 391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엔터 3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액수의 2배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2조~2조3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단연 국내 엔터기업 중 최고다.

국내 엔터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JYP도 작게 시작해 조금씩 성장해 온 기획사다. JYP의 창립 멤버인 방시혁의 사업 감각과 방식은 여기서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BTS의 뒤를 이을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차분히 구축하고 있으며, BTS의 지식재산권(IP)을 다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분야와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플랫폼업체 '비엔엑스'는 공식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회사 '비오리진'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서적이나 굿즈 등의 사업을 도맡는다.

올해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 행보를 보였다. 3월에는 CJ ENM과 자본금 70억원(빅히트 33억원)으로 합작한 새로운 기획사 '빌리프랩'을 발표했다. 새로운 케이팝 아이돌을 육성할 회사로 방시혁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그리고 CJ ENM은 방송과 콘서트, 음반 유통 등 영역에서 아티스트 발굴과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 7월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을 산하 레이블로 인수했다. 9월에는 SM에서 아티스트 비주얼 총괄 민희진 이사를 브랜드 총괄로 영입, 새 걸그룹 론칭을 맡겼다.

2018년 게임회사 넷마블은 빅히트에 2014억원을 투자, 지분 25.71%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리고 BTS을 주제로 한 멤버 육성 게임 'BTS WORLD'를 선보였다.

7월에는 윤석준 전 사업총괄 최고사업관리자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윤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 영상콘텐츠, 지식재산권, 플랫폼 사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부문을 맡는다. 이에 따라 방시혁은 제작부문을 총괄한다.

윤석준 대표는 1977년 생으로 아주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2002∼2009년 스미스앤모바일에서 근무했고 201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전략기획이사를 지냈다. 이후 사업기획실장, 사업본부장, 사업총괄최고브랜드관리자를 거쳤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윤 대표가 영상 콘텐츠 전문팀을 꾸려오면서 방탄소년단의 인기 비결로 꼽히는 '팬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방탄소년단 지식재산권사업, 월드투어 등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넓혀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pisode(조직애·인재관)

빅히트의 아티스트들은 애초에 해외 시장을 의도적으로 공략하지는 않는다. BTS가 해외에서도 한글로 된 가사를 고집하는 부분에서 보듯이 케이팝 고유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이를 높이 사고 있다.

오히려 이 부분이 해외 팬들을 사로잡는 부분이라고 문화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방시혁 본인도 "서구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말할 정도. SNS에서도 한글로 글을 작성하고 한국어로 만든 영상을 게시하다보니 해외 팬들 모두 한글 공부에 여념이 없다. 때문에 BTS는 물론 후배 가수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Tomorrow X Together)도 '한글 전도사'로 유명하다.

회사 운영에 있어서 방시혁이 1순위로 꼽는 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다. 소속 가수는 물론 프로듀서, 직원 모두 행복하게 근무하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지원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프로듀서는 음악에, 아티스트는 활동 전반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은 맡은 직무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편이다.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멘토로서 '돌직구 화법'이 유명하다. 과거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이런 태도로는 가수 못 된다", "말 안 들을거면 나가" 등 날카로운 심사평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획사 오디션에선 훨씬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성공요인으로 '분노'를 뽑기도 했다. 무사안일에 대한 분노, 차선을 선택하는데 대한 분노 등이다. 지난 2월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그는 "내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는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다정한 측면도 있다.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BTS멤버 진과 나눈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방시혁은 미국에 있는 진에게 "재미있냐"고 물었고, 진은 "잘 생기니까 재밌네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방시혁은 "그럼 난 가도 재미없겠구나"라고 재치있게 화답했다. 또 그는 꼭 자기 전에 순정만화를 한 페이지라도 꼭 보며 아이돌 감성을 살린다고 한다.

지난 8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설명회에서 방시혁 대표가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8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설명회에서 방시혁 대표가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Quotation(어록)

"나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2019년02월, 서울대학교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

"나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거다. 알 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2019년02월, 서울대학교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 훌륭한 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지속해서 보여주는 가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높은 콘텐트를 지속해서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2018년 02월, KBS '명견만리')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건 맞지만, 정확한 시장을 생각하진 않았다. 케이팝 고유를 지키되,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흑인 음악 베이스를 하겠다는 것, 멤버들의 얘기를 하며 진정성을 지키겠다는 것이 그 가치였다. 이게 서구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2017년12월10일 기자간담회)

"기업공개를 진행하기 앞서 규모가 더 크고 지속할 수 있는 기획시스템을 갖추고 싶다. 미국 진출을 위한 ‘성공공식’을 적용한 새로운 소년그룹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2017년 1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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