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CEO]① 정몽규 HDC회장, 父 숙원 풀고 모빌리티그룹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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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CEO]① 정몽규 HDC회장, 父 숙원 풀고 모빌리티그룹 '시동'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2.1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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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 신성장동력 확보 가능
범현대가와 시너지 기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7년 인고 끝에 추진
'실용·실리·투명' 경영철학, 굵직한 사업 이끌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인이다. 지난달 13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미래에셋과 함께 한 HDC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숙원인 ‘모빌리티 그룹’에 한 걸음 다가서는 성과를 올린데서 두각을 드러냈다.

정몽규 회장의 숙원은 선친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유지와도 연결되어 있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국내 최초 국산 자동차 ‘포니’를 탄생시켜 생전 별칭이 ‘포니정’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고 이어 정몽규 회장도 1996년부터 1999년 3월까지 현대차 회장을 역임했다.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국내 경영인 그 누구보다도 앞섰던 것. 그러나 1999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현대차의 경영권을 넘기자, 정 명예회장 부자는 현대산업개발(現 HDC그룹)로 자리를 옮겨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차를 이끌며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써낸 입장에서 아쉬움은 매우 컸다. 정 명예회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있다. 이 때문에 정몽규 회장이 예정대로 연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면 선친의 한(恨)을 푸는 것 뿐만아니라 사업영역 다각화를 통한 그룹의 제2 도약에 시동을 거는게 된다. 

정세영(가운데) 명예회장이 1999년 3월5일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경영 은퇴를 선언하던 모습. 당시 함께 자리했던 정몽규(오른쪽) HD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세영 명예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999년 3월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경영 퇴진을 선언하던 모습. 당시 함께 자리했던 정몽규HDC그룹 회장(맨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Performance(성과)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범현대 계열사와 협업을 그려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항공유)와 현대백화점그룹(면세점·기내식), 현대해상(보험), KCC·한라·현대종합상사(물류), 현대카드(마일리지) 등은 당장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과 플라잉카,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협업도 기대된다.

HDC그룹은 지난 6월 ‘한솔오크밸리’ 경영권을 인수한 후 ‘HDC리조트’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지난달 5일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해양 내 27만5269㎡ 부지에 1012㎿급 LNG 복합화력 발전소 1기와 20만㎘급 저장탱크 1기 등을 건설해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1조4000억원 규모다.

이번 협약으로 HDC는 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을, 한화에너지는 천연가스 공급을 담당하게 되며, 향후 유휴부지 개발에 있어서도 양사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은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HDC그룹이 지난 2013년 통영 에코파워를 설립하고,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의 본업인 주택 산업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위축되고 있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여기에 지난해 5월1일 존속회사인 HDC㈜와 신설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실시했기 때문에 내년 4월말까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제공=HDC신라면세점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제공=HDC신라면세점

◆Leadership(리더십·경영철학)

올해 57세인 정몽규 회장의 경영철학은 실리·실용주의다. 한때 범현대가(家)에서 삼성과 손을 잡는 것은 금기됐었지만, 그는 2015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만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출범시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예비입찰에서는 고려대 경영대학 2년 선배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의기투합, 주변을 놀라게 했다. 

정몽규 회장의 또다른 강점은 인내심이다.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을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사업권을 확보한 것은 그의 끈기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투명하고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예컨대 각 계열사 대표가 돌아가며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를 맡게 해 회의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집단지성과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올해 1월 ’2019 경영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HDC그룹
지난 1월 열린 ’2019 경영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제공=HDC그룹

◆Episode(조직애·인재관)

정몽규 회장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2주 간 휴가를 통해 자기계발과 재충전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휴-테크(休-Tech)’ 제도를 비롯해 ▲매일 10시까지 출근해 8시간 근무만 지키면 자유롭게 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 ▲자율복장제도 ▲명상·요가·숲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갖춘 웰니스 리조트에서 ‘심신(心身)단련’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애자일 조직문화’ 등 외국 IT기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도입했다.

이밖에 공익재단 ‘포니정재단’을 통해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재단은 정 명예회장의 인재양성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정몽규 회장이 지난 2005년 설립했다.

재단은 내년부터 기존 학부생에 집중됐던 장학사업 대상을 대학원생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장학금 지원 규모와 혜택을 늘린다. 하계현장답사와 HDC그룹 인턴십 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HDC 관계자는 "정 회장의 가장 존경할 부분은 매우 똑똑하고 많이 독서를 통해 나오는 총명함"이라며 "직원들에게 상명하달하기보다는 소통으로 통해 집단지성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Quotation(어록)

정몽규 회장의 올해 어록을 요약한다.

“HDC만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룹 간 사업을 융합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2019.1.3 HDC그룹 올해 첫 경영전략회의)

“여러분에게는 앞으로 10년 동안의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독서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 향후 HDC그룹의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란다.”(2019.03.27 HDC현대산업개발 신입사원 오찬 간담회)

“회사는 조직력을 키우고 직원들의 개인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직원들 역시 개인의 역량 향상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변화는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와 개인의 의지, 주변 환경의 변화가 동반돼야 가능한 것이다. 변화는 어렵지만, 남들보다 조금씩 먼저 변화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자.”(2019.10.21 HDC그룹 Big Transformation 8차 워크숍)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HDC는 항공업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그룹으로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2019.11.12 HDC·미래에셋 컨소시엄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 선정 기자회견)”

“조직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또한 그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투명한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HDC그룹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 국가 미래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달라.”(2019.11.22 HDC그룹 미래전략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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