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한 박근혜 창조경제 '전도사' 윤종록을 후보로 올린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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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패한 박근혜 창조경제 '전도사' 윤종록을 후보로 올린 KT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2.1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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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KT 상황, 산적한 갈등·위기 타파할 리더십 필요한 시점
실패한 '창조경제' 지휘한 윤종록, 탄핵 정권 핵심 인사중 한사람
회장후보심사위의 선정, 기준 뿐 아니라 과정도 공개 제안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그동안 수많은 추측, 억측이 난무했던 KT 차기 회장 후보의 숏리스트가 공개됐다. 총 37명의 지원자 중 KT 지배구조위원회의 '1차 컷오프'를 통과한 9명이다.

KT 이사회가 확정한 9명으로, 정보 공개에 동의한 8명과 비공개 1명이다. 정확히는 구현모, 김태호, 노준형, 박윤영, 이동면, 임헌문, 최두환, 표현명(가나다 순)이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 비공개 1명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밤 공개된 명단을 보면 KT지배구조위의 심사대상자 선정작업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9명 중 KT 전·현직 출신으로 8명이나 추려 외부경쟁을 막다시피했다. 게다가 황창규 현 회장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사과까지 했는데도, 박근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윤종록씨를 후보로 올렸다는 사실이다.

◆ 그 어느때보다 엄중한 KT의 현 상황

현재 KT를 둘러싼 내·외부의 환경은 '좋지 못하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 황창규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경영고문으로 부정하게 위촉해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래서 황 회장 본인과 전현직 임원 7명은 불법정치자금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와 함께  2015년, 2016년에 KT가 미르와 K스포츠에 18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황 회장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딸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올해 1월 검찰이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약 1년 전에는 서울 아현국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등 서울 일대에서 대규모 통신장애가 일어나 인근 상가 주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새로운 통신 시대를 열어갈 5G 시장에서도 KT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1위 SKT와의 점유율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SKT는 버추얼 소셜 월드 '점프VR'를,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KT는 지니뮤직을 통해 '실감 음악 시장'을 개척하는 중으로 B2C에서 대단히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OTT 분야에서도 중대한 위기가 다가온다. 최근 출시한 '시즌'은 점유율 3위로 시작했다. 콘텐츠 강자인 CJ ENM과 JTBC의 연합 OTT 출시가 예고되어 있으며, 글로벌 초대형 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HBO MAX' 등과도 경쟁해야한다.
 
KT 전 임직원이 다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내부 갈등은 상당히 고조되어 있다. 다른 민간 대기업과 달리 임기가 있는 KT 회장의 특성상 차기후보에 '줄'을 대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난무한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예민함이 극에 달한 간부급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외부에서도 개인적으로 기자에게 접촉해 오는 인사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후보 9명 중 8명이 KT 출신이라는 것에 의구심과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내부 후보인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 부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은 황 회장 취임 후 주요 보직을 수행했다. 구현모 사장은 황 회장의 첫 비서실장이었으며 현재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동면 사장은 황 회장이 KT의 미래사업을 언급할 때마다 강조하는 인물로 신임이 두텁다.

KT새노조는 "후보자 중 다수가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특히 불법정치자금 사건, 경영고문 불법 위촉사건 등에 연루된 황 회장의 최측근들도 버젓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무슨 생각으로 이들을 후보로 올렸는지 선정기준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

KT 출신의 외부 후보들을 '친황파'라 보기는 어렵다. 김태호 전 IT기획실장은 KT를 떠난지 10년이 넘었다. 최두환 전 종합기술원장은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 포스코ICT 사장에 선임됐다.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장은 황 회장이 취임하자 전공과 무관한 KT렌탈로 옮겨 사실상 좌천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회장 선출시 기존 '친황파' 임직원들과의 갈등이 야기될까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비공개 1인으로 알려진 윤종록 전 차관은 박근혜 정권 시절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렸다. 사진=연합뉴스
KT 회장 후보 9명 중 비공개 1인으로 알려진 윤종록 전 차관은 박근혜 정권 시절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렸다. 사진=연합뉴스

◆ 실패한 창조경제…진두 지휘했던 윤종록 전 차관

12일 명단이 공개됐을대 세간의 관심은 '비공개 1명'에 쏠렸다. 앞서 유력한 후보로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 이문환 전 KT 기업사업부문장,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조태원 전 충북대 교수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이름은 박근혜 정권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지낸 윤종록이라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윤종록은 박근혜 정권 당시 '창조경제 전도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인사다. 그리고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권이 강하게 밀어부친 경제정책이다. 당시 상당히 모호한 개념으로 경제계와 학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창조경제는 실패한 정책으로 남았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4년간 무려 약 30조원을 사용했지만 창조 경제혁신센터를 통한 신규채용자 수는 2500여명에 불과하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도 "창조경제는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연구 단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연구회'의 201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1.2%가 '창조경제가 성과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차후 밝혀진 창조경제의 정체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과정에서 비선실세의 비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밝혀져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윤종록 전 차관은 이런 창조경제를 탄생시키고, 선두에서 지휘했던 사람이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으로 김종훈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을 박근혜에게 추천한 사람도 윤종록 전 차관으로 알려졌다.

KT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윤 전 차관은 스스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중수 KT사장 재임 당시 기술본부, 마케팅기획본부, 성장전략본부, 성장사업부문 등을 거쳤다. 이후 제18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발탁돼 공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비록 윤 전 차관이 ICT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박근혜 키즈'이며, 실패한 '창조경제'를 진두지휘 했다는 점을 미뤄 봤을때, 지배구조위가 그에게 1차 예선 통과 허가증을 발부해 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명단은 12일 밤 9시께 공개됐다. 당시 KT 관계자는 "후보자들에게 본인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위가 설득하는데 본인이 거부해서 공개가 늦춰진 것으로 보여진다. 아마 윤 전차관 스스로 '창조경제'의 짐이 무거워 비공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 이미 정한건 어쩔 수 없어…투명하게 심사 과정 공개하는 건?

이번 명단은 대부분 ICT 전문가라는 점에서 지배구조위와 이사회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관한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또 매번 불거졌던 '깜깜이 인사'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부분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 KT는 내부에서 증폭되는 갈등, 외부에서 오는 위기 등을 마주하고 해결해야 하는 시점으로, 임직원들은 고객과 미래를 바라보고 전력투구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배구조위가 내부·외부 후보를 적절하게 구성하지 않고 9명중 8명이나 KT 출신으로 선임한 것은 '조직 이기주의'로까지 비춰질 수 있어 아쉽다.

이 과정이 규정을 벗어난 것은 아닌 만큼, 이미 정해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또 후보들 모두 전문성을 갖춘 만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와 김종구 위원장이 KT의 조직 통합을 이끌 수 있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 단단한 리더십과 함께 'CEO 리스크'가 없는, 그리고 조직을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인사여선 안된다.

이와 함께 향후 이사회에 올릴 후보를 발표할 때 단순히 명단만 공개하기 보다는 평가 기준과 과정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KT 회장은 연간매출 23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의 재계 12위 규모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또 43개 계열사, 6만1000여명의 직원의 인사를 행하게 된다. 최대한의 투명성을 거쳐 회장이 선출된다면,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더라도 더욱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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