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칼럼] 클럽에서 만난 남녀의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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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칼럼] 클럽에서 만난 남녀의 고찰
  • 지예
  • 승인 2015.10.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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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공유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곳…선입견으로 볼 게 아니다

 

 

정말 많이 변했다. 내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아주 어릴 때만 하더라도 클럽에 종종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면 선입견을 갖고 보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클럽’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중이고 있으며, 국내에도 이미 메이져 급 클럽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 DJ MAG 100 선정 전세계 클럽 6위에 빛나는 클럽 옥타곤 (강남구 논현동). (출처 : http://top100djs.net/)

 

 

클럽은 ‘사교의 장’이기 때문에 꼭 이성을 만나러 가지 않았더라도 무언가 사건이 생겨나기 쉽다. 이전 나이트클럽과 클럽의 특성을 살짝 비교하자면 이러하다. 나이트클럽은 ‘부킹’이라 불리는 즉석만남이 꽃이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기 위해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낯선 이성과의 만남’이 목적인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클럽은 다르다. 변질된 몇몇 클럽을 제외하곤, 아무도 당신과 낯선 이성을 엮어주지 않는다. 오롯이 제몫이며, 비교적 나이트클럽 보다는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요즘은 클럽에 가서 데이트를 하는 커플도 제법 많아졌다.

 

이렇다보니 클럽에서 알게 되어서 사귄 커플의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곤 한다. 물론 잘 만나는 커플들도 있지만, 헤어지는 커플도 있기 마련. 그럴 때 주변에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클럽에서 만나서 그래.”

 

과연 그런 걸까. 클럽에서 만났기에 아무래도 서로에 대해 크게 신임하지 못하고, 주말마다 의심병이 돋구게 되는 것이며, 클럽에서 만난 이성은 모두 날라리, 바람둥이 인걸까?

 

▲ 영화 ‘S러버’ 중에서

 

주변에서 클럽에서 만나 결혼까지 간 부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큼 잘 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회적 능력도 있는데다가, 가장 부러운 점은 두 사람의 코드가 매우 비슷하다는 것! 당시 그들이 만났던 클럽은 이태원에서도 음악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음악을 들을 겸 그 곳에 들렀다가 서로를 만나게 된 것이다.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 서로에 대해 신임할 수 없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은 이 후에도 음악 이야기를 공유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음악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패션 이야기도 나눈다. 역시 두 사람 모두 패션에 관심도 많았다. 이 쯤 되니 두 사람은 서로가 클럽에 가는 것에 크게 의심을 하거나 불만을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워할 때도 많게 된 것이다. 부부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너무 늦은 시간에 귀가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의 취미 생활에 대해 이해해준다.

 

▲ 영화 ‘비포 선라이즈’ 중에서.

 

어디서 만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 헤어지는 커플, 이혼하는 부부들이 모두 클럽에서 만난 건 아니다. 인생은 우리를 계획되지 못한 곳으로 늘 데려간다. 그리고 우리는 우연한 장소에서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두 사람 역시 그러하다. 우연한 장소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 무엇도 계획된 것이 없다. 내 주변에 이혼한 어느 부부는 첫 소개팅을 전시회에서 했다. 고상한 취향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선입견’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보는 통찰력을 가진 눈이다. 물론 비교적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 만나도 첫인상이 안 좋을 것이다.

 

클럽에 ‘클러빙(clubbing)'도 즐기는 겸 낯선 이성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갈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팁을 한 마디 보태자면, 클럽을 가려서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클럽도 클럽 나름이다. 클럽을 즐기는 사람 사이에서는 특정 클럽에 대한 호불호가 싹 갈리기 때문!

 

클럽이 위치한 동네마다 분위기도 다를뿐더러, 클럽마다 틀어주는 음악 장르도 가지각색이다. 필자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EDM이 나오는 곳 보다는 하우스(House)음악이나 힙합 음악이 나오는 곳을 선호한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메이저 급의 큰 클럽 보다는 작은 클럽을 더욱 선호한다. 요즘 큰 클럽들은 존(zone)을 나누어 힙합 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태원의 작은 클럽들이 조금 더 딥한 힙합 음악이나 하우스 음악을 틀어준다. 어디에서 더 재미를 느낄지는 본인 취향이다. 본인 취향에 맞는 곳에서 즐기다보면, 본인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 확률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클럽을 많이 다닌다고 해서 진지한 만남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결국 상대방도 나의 진심을 알아주기 마련이다. 당신을 어디에서 만났는지,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혹은 어떤 일을 하는 지는 중요치 않다. 그런 걸 따져가며 상대방을 판단하는 사람은, 혹여 당신을 도서관에서 만나더라도 그러할 것이다.

 

예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시대가 변화할수록 다양한 사람이 많아진다. 다양한 취향, 다양한 성격,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때로 우리는 그들로 인하여 피해를 입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타인에 대하여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본능적인 당연한 필터일지도. 하지만 어쩌면 정말 우리에게 피해를 입힐 누군가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 누구를 만날 지,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때론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는 어떠한 특정한 룰에 갇혀서 소중한 인연을 놓칠지도 모르게 될지도. 어디선가, 당신에게도 소중한 만남이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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