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대북 정책 비참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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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대북 정책 비참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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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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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 "나도 좌절감…그러나 포기는 안돼"

"아무런 변화도,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북정책 청문회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조야에 팽배한 '무기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화로도, 제재로도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해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공화·민주당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청문회 내내 쏟아져 나왔다.

청문회를 주최한 코커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참한 실패'(abject failure)라고 비판했다. 코커 위원장은 "북한은 미국의 역대 행정부를 거치며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증강해왔고,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가난을 겪고 김정은 정권이 저지른 야만적 처우의 희생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향해 "오늘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좌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가 아무것도 바뀐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기는 한 것이냐"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도 "지난 20년간 다앙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데 실패했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곤혹스러운 표정 속에서 "나도 전적으로 그 같은 좌절감을 공유한다"며 "대북 정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더욱 구체적인 진전을 만들지 못한 것에 우려와 좌절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어 "아마도 우리가 (비핵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그러나 솔직히 말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무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해결이 쉽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충분한 압박을 가하면서도 외교적인 옵션을 열어놓고 북한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북제재 이행 강화법안을 발의한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징하는 용어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의 유효성을 따졌다.

그러자 김 대표는 "전략적 인내라는 용어는 미국이 성급하게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우리의 정책은 억지, 제재와 압박, 외교적 옵션을 종합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는 우리의 정책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대북 정책 실패의 상당한 책임을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으로 돌리는 지적도 나왔다.

코커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서 아무런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딘 의원은 "중국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면 북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중국이 그럴 의도가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중국이 북한을 서방세력과 대치과정에서 '완충지대'로 활용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중국이 대북 정책에서 진지하고 구체적이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제재 이행과 국경관리, 이중용도물자 수출통제 등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방미했을 때 북한을 향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공개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다만 "중국은 북한에 여전히 상당한 지렛대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을 중국의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개념은 구시대적이며, 중국 지도자들은 더는 이런 개념을 차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원하고 있지만, 일정시점에 가서는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이 중국이 희망하는 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이런 점을 중국에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에서 공화당 내의 대표적 매파로 분류되는 코커 위원장은 대북 제재의 강화를 촉구했다.

코커 위원장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은색 탄환'(silver bullet·묘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북한발 위협과 우리 대응 옵션이 복잡하다는 것도 이해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커 위원장은 이어 "예를 들어 회계감사원(GA0)의 보고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들의 절반 이상이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대북 제재를 더 촘촘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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