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함정'에 빠진 아베..아베노믹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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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함정'에 빠진 아베..아베노믹스 어디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2.1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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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처음으로 50% 밑돌아
26조엔 규모 경기부양책..내용보다 규모에 초점 맞췄다는 지적
도쿄올림픽도 뚜껑 열어보니 재정부담 3조엔..당초 추정치의 4배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를 하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벚꽃잎 휘날리듯 추락하고 있다.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아베 내각 지지율 역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이에 아베 내각은 대규모 돈뭉치를 풀며 '아베노믹스 2탄'을 준비했지만, 이 역시 '숫자 보여주기'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민심을 성나게 하고 있다.

2020년 예정된 도쿄 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아베 정부가 당초 예상한 추정치보다 지나치게 늘어나버린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 처음으로 50% 하회..벚꽃 모임 파문이 가장 큰 원인

9일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이엔엔(JNN)이 전국 유권자 232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5.2%포인트 하락한 49.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방식을 바꾼 뒤 최저치이며, 50% 밑으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탓이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과 후원 회원을 정부 공식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거 초청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접대한 것과 관련, 정부의 공식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는 벚꽃 모임에 대한 질문에 "초대 기준 명확화와 예산규모의 재검토를 향후 내 책임으로 실시하겠다"며 형식적으로 답했다. 

민심 붙잡으려 '아베노믹스 2탄' 준비..반응은 '미지근'

아베 내각은 벚꽃에 성난 민심을 붙잡기 위해 대규모 돈뭉치를 풀기도 했다.

아베 내각은 지난 5일 약 26조엔(285조원) 규모의 경제 부양책을 내놨다. 중앙과 지방정부 재정지출은 13조2000억엔, 여기에 민간지출까지 더해지면 26조엔에 이른다. 재해지역 복구 및 경기하강 리스크 대비,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를 대비한 경제성장 대책 등에 초점을 맞췄다. 

민심을 되돌리려 대규모 돈뭉치를 풀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보여주기 식으로 숫자만 강조하는 퍼붓기 정책이라는 비난만 돌아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찍부터 여당 내부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재정지출이 '10조엔은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규모를 앞세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할 분야와 향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재정 등을 세부적으로 나눠 예산을 세워야 하지만,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규모'에 맞춰 경기부양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정말로 일본의 성장력 강화로 이어지는 '똑똑한 지출'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1의 화살로 보이는 '대담한 금융완화'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가운데, 제 2의 화살인 '재정정책'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제3의 화살인 성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완화나 노동시장 개혁의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이 총 3조엔을 넘어선다는 추정치가 발표됐다. 사진은 2020년 개최를 앞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이 총 3조엔을 넘어선다는 추정치가 발표됐다. 사진은 2020년 개최를 앞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유치 당시 재정지출 추정치는 7300억엔..뚜껑 열어보니 3조엔

이같은 '보여주기 식' 숫자에 대한 함정은 도쿄 올림픽 관련해서도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올림픽 유치 당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올림픽을 위한 지출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올림픽 이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됐다. 이에 아베 정부는 당시 총 올림픽 유치 경비를 7300억엔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종 경비는 3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림픽 유치 당시 아베 내각이 내놓은 추정치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행정기관인 회계검사원은 지난 5일 도쿄올림픽에 대한 국가 지출이 1조600억엔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현 단계에서 도쿄도는 1조4100억엔, 대회조직위원회는 6000억엔을 부담, 총 경비는 3조엔을 넘어서게 됐다.

여기에 마라톤 및 경보 코스의 삿포로 이전 비용은 확정되지 않아 경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어디까지 대회 경비로 할 것인지, 엄밀한 구분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라다 무네히코 하야대 교수는 "올림픽 개최 결정 이후에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비단 도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도쿄의 경우 당초 예상액과 현실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유치 단계에서의 전망이 느슨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브라질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위해 단행했던 수많은 인프라 투자들이 주(州) 재정을 압박하고, 치안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도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한정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사면초가' 아베 내각..개헌 의지는 여전 

한편 아베 총리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내 손으로 헌법 개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벚꽃을 보는 모임'을 비롯한 논란과 퍼붓기 식 경제 부양책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곤경에 처한 아베 총리가 강경책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국민의 믿음을 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되면 주저없이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단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이날 폐회한 임시의회에서 개헌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까지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令和) 시대와 걸맞은 헌법 개정 원안 마련을 가속화하겠다"며 "국가의 형태와 관련한 대개혁에 도전해 새로운 국가 건설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맨 앞에 헌법 개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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