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사법부 불신...폭력시위 수사대상 200여명 대만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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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사법부 불신...폭력시위 수사대상 200여명 대만 도피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12.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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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위 중 벽돌던진 시위자...징역 10년형 선고
홍콩 부유층, 대만 종교단체...시위참가 도피자 도와
8일 대규모 시위...법원에만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시민들이 자치정부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같은 시민들의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홍콩을 떠나 대만으로 도피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또 홍콩의 부유층과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도피자들을 돕고 있고,  대만의 기독교 단체가 도피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홍콩을 떠나 대만으로 도피하는 시민들은 폭력시위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거나 출석 통보를 받은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홍콩 시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그동안 없었던데다  폭력시위에 대한 법조항도 미비해 판사의 판결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평화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서 유독 사법부만 화염병 공격을 받은 것도 시위 참가자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어느정도인지를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현지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사법부 불신 팽배...수사선상 200명 대만으로 도피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홍콩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약 200명 정도의 시위자들이 대만으로 도주했고 이들 중에는 청소년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변호사와 목사 그리고 시위 후원자들은 시위자가 홍콩에서 체포되지 않도록 도주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이 신문은 시위자가 홍콩을 떠나는 이유는 홍콩 법률을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만으로 도주한 시위자들 대부분은 시위도중 경찰에 체포될 경우 법원에서 공정한 심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시위자들을 변호했던 크리스 오 변호사는 “시위에서 벽돌을 던지다 폭동죄로 체포된 시위 참가자가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은 후 홍콩 사법부가 시민들의 신뢰를 크게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위자가 폭력 시위에 가담했을 경우 처벌 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에 대한 세부적인 법 조항조차 미비해 홍콩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시위자가 만약 경찰에게 체포된다면 구금기간동안 무리한 학대를 받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다는 소문을 많이 들어서 시위 도중 체포됐거나 경찰에 출두 명령 등을 받은 시위 참가 피의자들이 해외로 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 후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홍콩에서 대만까지 시위자를 지원하는 비밀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또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시민들과 구호단체는 구금 위기에 몰린 시위자들을 비행기나 배로 이동할 수 있도록 티켓값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후 여권을 몰수 당한 피의자들은 대만으로 밀항을 하는데 구호단체는 밀항도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언론에선 보도하고 있다. 밀항의 경우 1인당 약 1만 홍콩달러(약 150만원)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역시 기독교 시민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홍콩에선 8일 주최측추산 80만명의 시위자들이 또 다시 거리에 나와 10일 유엔 인권의날을 기념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법원에는 화염병이 투척되기도 했다. 사진제공=홍콩 스튜디오 Incendo.
홍콩에선 8일 주최측추산 80만명의 시위자들이 또 다시 거리에 나와 10일 유엔 인권의날을 기념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법원에는 화염병이 투척되기도 했다. 사진제공=홍콩 스튜디오 Incendo.

뉴욕타임스는 대만 교회의 황중생(黃春生)목사가 홍콩 도주 시위자의 비밀 네트워크에 중요한 구성원이라고 보도했다. 황 목사는 주로 홍콩에 있는 조력자와 긴밀히 연락하고 대만에 숙소를 마련하는 일을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만에 있는 변호사, 의사, 구호단체 등이 홍콩 시위자와 연류돼 일을 했다. 

황 목사는 요즘 지원 요청 전화를 꾸준히 받고 있으며 심지어 설교 중에도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소 10명 학생이 이공대(理工大學)에서 탈출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대만에 도착해 황 목사가 대만에 있는 변호사에게 연락해 대만 대학을 통해 임시 학생 비자를 만들어주고 있다. 

황 목사는 옛날 중국의 반정부자들이 대만에 도주하는 것을 도와준 적이 있지만 요즘처럼 대만으로 도주하는 수가 많은 것을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만 사람은 중국의 위험을 경험한바 있어 시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고 있다. HK-TW Support라는 대만 변호사들이 만든 조직은 홍콩에서 도주한 시위자가 대만에 귀화 할 수 있도록 홍콩 시위자의 망명 신청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UN인권의날 앞둔 8일 시위....법원에만 화염병 투척  

한편 홍콩 시위 관광 상품이 출시될 정도로 서방국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홍콩시위가 지난 주말에도 이어졌다. 이번 시위에선 그동안 경찰의 무력진압으로인해 발생한 사상자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집중됐다.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민전)이 주관한 8일 시위는 10일로 다가 온 ‘유엔 인권의 날’을 앞두고 경찰에 시위 신청절차를 밟아 실시됐다. 경찰이 시민단체의 시위 허가를 내 준 것은 4개월 만이라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이번 시위는 민전 추산 80만명, 경찰추산 18만명이 참여했다. 

8일 오후부터 시작된 시위는 야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사진제공=홍콩 스튜디오 Incendo.
8일 오후부터 시작된 시위는 야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사진제공=홍콩 스튜디오 Incendo.

민전은 이날 시위에서 자치 정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민들의 5대 요구 사항을 즉각 이행하라고 외쳤다.  

이에 앞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사회 불안의 원인을 찾고 경찰의 무력 시위진압 조사를 위해 정부와 무관한 독립적인 위원회 구성을 선포했으나 이같은 정부 입장을 믿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개입없이 시민들이 추천한 독립조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지난 6월이후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생명을 잃거나 다친 시위 참가자들에대한 독립적인 위원회가 마련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였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법원 및 상소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시민들은 법원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했다. 홍콩 사법부는 이에 대해 “법원이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되는 것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홍콩의 법 제도를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해 처벌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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