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최장수 총리'된 비결...장기집권이 경제성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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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최장수 총리'된 비결...장기집권이 경제성장 이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1.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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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우익보수화 이미지에도...日국민 "잃어버린 20년 되찾았다" 평가
日역대 정권중 장기 집권기 대부분 경제성장·주가상승 '성공'
아베, 경제성과 크고 고용호조로 젊은층 지지율 60%
일각에서는 4선 가능성도 제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통산 재임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로 등극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통산 재임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로 등극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통산 재임일수가 사상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기준 아베 총리의 재임 일수는 총 2887일에 달했다. 이로써 기존 최장수 총리였던 가쓰라 다로를 누르고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로 올라섰다.

강경 우익 노선으로 동아시아 긴장을 이끌고, 사학비리 사건과 각료들의 잇따른 사임, 최근 '벚꽃을 보는 모임'까지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주었다는 상반된 평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총리의 오랜 집권을 가능케 한 또다른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주다

지난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만큼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허덕였다. 대출로 사들인 주식과 부동산이 거품경제의 붕괴와 함께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했다. 이것이 금융권의 부실 채권으로 연결됐고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되살아나려고 꿈틀대던 일본경제의 발목을 다시 잡아 끌었다. 안팎으로 터져버린 악재 탓에 일본 경제는 20년간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 시기는 일본 경제 뿐 아니라 당시 집권하던 일본 총리들에게도 암흑기였다. 당시 일본 총리들의 재임 기간을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1980일간 총리직을 수행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를 제외하면, 모두 1000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의 총리 수명이 짧았던 원인 중 하나로 일본 경제의 불황을 빼놓을 수 없다. 시민들은 힘든 살림살이를 나라의 수장 탓으로 돌렸고, 이는 잦은 총리 교체로 이어졌다.

아베, 뭐가 달랐나...강력한 경제 개혁

이런 암울한 분위기는 2012년 아베 총리가 제2차 집권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총리로 취임을 한 바 있는데, 이 때의 정권은 1년으로 막을 내렸지만, 2012년 12월 정권에 복귀한 이후에는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경제 개혁에 나섰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경제 개혁은 꺼져가던 일본 경제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다시 일으켰다.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 아래 시행된 양적완화정책은 엔화를 약세로 되돌렸고, 이로 인해 글러벌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의 물꼬가 트였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경제성과게 제한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제 '아베노믹스'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의 장기적 음울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의 명암이다.

젊은 층으로 넓어진 지지 기반 

이같은 일본 경기의 꿈틀거림은 아베 총리의 지지층을 젊은 층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내각이 18~29세 젊은 층까지 지지 세력을 넓히면서 과거 20년간 가장 안정된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과가 젊은 지지층을 끌어들였다는 것.

닛케이가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을 이끌어낸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내각 이후 내각 지지율 평균치를 비교한 바에 따르면, 2차 집권 이후의 아베 내각의 지지율 평균치는 53%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이전까지 최장수 재임기간을 기록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지지율(51%)을 웃돌았다.

지지율 수치 또한 안정적이었다. 지지율 수치의 변동폭 지수를 보면 제2차 집권이후 아베 내각은 7.9점으로 역대 2번째로 안정적이었다. 지지율의 변동폭이 가장 적었던 것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인데, 그의 평균 지지율이 21%로 낮았음을 감안하면, 아베는 높은 지지율을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는 아베 내각의 지지층 역시 넓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7년 11월 출범한 제4차 내각 이후 연령대별 지지율을 보면, 18~29세 지지율은 60%대를 기록했다. 제1차 내각 퇴진 전인 2007년 8월 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이 27%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용·주식시장에서 확실한 성과...장기집권의 확실한 비결

젊은 층의 지지를 얻게 된 것은 경제가 살아나면서 고용시장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평균 1.5를 나타냈고, 도쿄의 경우 2.0에 이르렀다. 도쿄에서는 구직자 1명당 기업 2곳으로,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같이 안정적인 고용시장은 젊은 층의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 역시 2012년 제2차 내각 출범 이후 트위터 글 수는 1400개를 넘어서는 등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젊은 층과의 교류를 적극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일본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였다. 또 아베노믹스 중 하나인 구조개혁이 이뤄지면서 일본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0년간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성과가 좋다"고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일본의 대기업들은 주주 환원을 더욱 중시하게 됐고, 복잡한 지분 구조 해소는 물론 투자자가 경영진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쉬워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기업은 최근 몇년간 보유자금의 주주 환원을 늘리는 추세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200조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WSJ는 이와 관련, "주주에게 많은 이익을 환원할 여지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장기 집권 할수록 경제 나아진다" VS 경제가 나아져서 장기집권 하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권을 오래 잡을수록 경제가 개선된다"는 이색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신문은 1960년대 이후 26번 정권때 닛케이 평균 주가와 실질 국내총생산(GDP), 취업자수, 광공업 생산지수, 법인기업 경상이익 등 5개의 지표를 분석, 각 정권이 출범한 달과 퇴진한 달에서 각 지표가 몇 배가 됐는지를 산출했다. 1이 넘으면 집권 기간 중 지표가 개선됐음을 의미하고 1을 하회하면 지표가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연속 재임일수 기간이 1000을 넘는 장기집권과, 500~1000일의 중기정권, 500일 미만의 단기정권 등 세가지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장기집권의 경우 5개 지표 중 96%가 1을 넘어 개선됐다. 중기 정권은 5개의 지표 중 75%, 단기 정권은 50%가 1을 넘었다.

재임 일수가 1575일인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정부의 출범 및 퇴진 시기를 비교하면 실질 GDP는 1.5배, 광공업 생산은 1.7배, 기업의 경상 이익도 1.7배로 늘어났다.

연속 재임 일수가 2798일로 역대 1위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정권은 실질 GDP가 2배, 기업의 경상 이익이 3.7배, 닛케이 평균 주가가 3.1배로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버블 붕괴 후 저성장과 맞물린 2000년대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역시 취업자 수는 악화됐지만, 다른 4개의 지표에서는 개선세가 뚜렷했다. 기업 경상이익은 1.6배, 닛케이 평균은 1.2배로 늘었다.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최근까지의 지표를 보면 기업의 경상이익은 1.7배, 닛케이 평균은 2.3배로 개선됐다.

닛케이는 "장기 정권이 닛케이 평균주가나 기업의 경상이익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단기 정권은 출범 시기와 퇴진시기의 각 지표가 거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기정권은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적 이점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신조 총리는 현재 주요 7개국(G7)정상에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이어 연속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장기 집권의 비결을 물어보았다는 소식도 보도된 바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장기집권한 정권일수록 경제지표의 호조가 두드러졌다. 자료=일본경제신문
일본 총리들의 집권기간동안 경제지표 비교. 장기집궈한 정권의 경제 지표가 두드러진 호조를 보였다. 자료=일본경제신문

일각에서는 4연임 가능성도 제기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를 대신할 만한 후임이 없다는 점에서 4연임 역시 가능하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말을 인용, "결코 아베 총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국민들은 야당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 이상으로 해낼 사람이 없다면, 일본이 살아남아야 하니 더욱 더 아베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아베 총리와 친밀한 관계인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20년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아베의 4연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닛케이는 "서로를 '신조', '도날드'라 부르는 사이인 만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4연임의 목소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4연임 가능성에 대해 "있을 수 없다. 총재임기는 3선까지로 당 규약이 정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3연임 중인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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