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복 꾀하다 제 발등 찍은 日...아베노믹스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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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꾀하다 제 발등 찍은 日...아베노믹스도 '휘청'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11.1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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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무역수지 적자 16년만에 최저치 전망
경제 끌어올릴 원동력 찾기 힘들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일본의 7~9월 GDP가 0.2% 증가에 그쳤다. 일본 경기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아베노믹스가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7~9월 GDP가 0.2% 증가에 그쳤다. 일본 경기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아베노믹스가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시름이 깊어져가는 분위기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일본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건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부러진 화살'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사실상 경제보복에 나섰던 일본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일 무역적자 16년래 최저...日 경제 시름

올해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163억6600만달러로, 전년동기(206억1400만달러) 대비 20.6% 급감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 2003년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밑돌게 된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폭이 급감한 것은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수입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지난해 10월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악화되기 시작했다. 일본이 지난 7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하는 등 사실상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반일감정이 확산됐고, 이에 양국 관계는 겉잡을 수 없이 얼어붙었다. 이같은 냉랭한 관계는 일본 경제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그래프=연합뉴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19년 7~9월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0.2% 증가했다. 4분기 연속 성장세는 이어갔지만, 성장폭이 상당히 미미했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소비가 부진한 것이 상당한 요인이 됐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한 것도 한 몫했다. GDP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7~9월 실질 수출은 0.7% 감소해 2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0~12월에는 소비세 인상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도 예상되고 있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재생상은 "수출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 UFJ 리서치 & 컨설팅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해외 경제의 흐름에 따라 내년 초 이후 일본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설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경계했다.

부러진 아베노믹스 

일본 경기 전망이 어두운 잿빛으로 변해가면서 아베노믹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2012년부터 시행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화살이라고도 불린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부의 재정정책 ▲성장정책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세 개의 화살을 한꺼번에 부러뜨리는 것이 쉽지 않듯이, 3가지 정책을 동시해 시행해 일본의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7년간 아베노믹스의 영향력으로 일본 경제가 성장 기조를 유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더이상은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부러진 화살'이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재팬타임즈에 따르면,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이자 아베의 측근인 야마모토 고조는 "일본이 불황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전 일본중앙은행(BOJ) 간사이자 현재 국민민주당 대표대행인 오스카 고헤이는 "일본은 세계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고, 구식 거시경제 정책에 몰두해왔다"고 언급했다.

특히 일본중앙은행이 지난 수십년동안의 별 효과가 없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국채 발행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수년 전에는 (쿠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의) 바주카를 발사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냥 블랭크(Blanks)만 쏘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은행 총재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재팬타임즈에 따르면, 쿠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완화하겠지만, 은행 수익 등 완화정책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영향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본의 경기 성장세 둔화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홍콩의 정치적인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 등 다양한 리스크가 산재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 대국 3위인 일본의 우울한 경제전망 역시 아시아 금융시장 흐름에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엎는 등 무지개빛 전망에 환호하는 와중에도 아시아 증시는 이같은 축제 분위기를 도통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어두운 경제전망이 이미 시장에 다 반영된 만큼 추가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닛케이에 따르면, 야지마 야스지 니세이 기초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일본내 소비자 심리도 얼어붙은 측면이 있다"며 "향후 성장률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무역협의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고, 반도체 사이클의 개선을 내다볼 수 있는 등 GDP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하더라도 이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케우치코오지 미즈호 종합연구소 시장조사부장 역시 "7~9월 GDP가 일본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0~12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수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최악기는 벗어났다"고 언급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 모두 반영이 된데다,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일본 경제 전망이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희망섞인 평가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관계자는 "경기의 발목을 잡아온 수출 부문에서 중국용 반도체 분야의 하락세가 멈추는 모습이 보인다"며 "일본의 내수도 안정이 될 것이고, 내년 1~3월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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