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이해진, 일본-동남아 아우를 글로벌 '공룡 플랫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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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이해진, 일본-동남아 아우를 글로벌 '공룡 플랫폼' 예고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1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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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억, 최대 10억명 이상 사용할 '메가 플랫폼' 탄생 예고
간편결제·암호화폐 시장 선점할 아시아 플랫폼 가능성
태국·인도네시아 등 잠재력 풍부한 동남아 확장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 용이한 'AI 블루오션'
네이버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은 미국 GAFA, 중국 BATH에 대항하는 새로운 아시아의 플랫폼 탄생을 예고한다. 사진제공=네이버 라인, 야후재팬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메신저 앱 '라인'과 포털·검색사이트 '야후재팬'의 합병을 공식 선언한 것. 메신저·인터넷·핀테크 서비스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결합, 일본과 동남아시아 이용자들을 통합해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대항할 새로운 플랫폼 탄생이 예상된다.

네이버는 18일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자이자 야후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 간의 경영 통합에 관한 통합기본합의서를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라인은 핀테크 영역에서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 시대의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 진출과 미래 성장을 위한 시너지를 도모하고자 Z홀딩스와 경영통합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8200만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라인, 500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야후재팬의 합병으로 메신저, 간편결제는 물론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1억명 이상의 '메가 플랫폼'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통합 회사는 매출 기준으로 라쿠텐을 넘어 일본 최대 인터넷 업체로 부상한다. 지난해 라인은 2071억엔(약 2조 2142억원), Z홀딩스는 9547억엔(약 10조 20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라쿠텐은 1조 1014억엔(약 11조 7759억원)이다.

중국에서는 메신저 '위챗'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위챗은 2017년부터 조금씩 O2O(Online to Offline)영역을 넓혀와 지금은 쇼핑, 결제, 배달, 미디어 콘텐츠, 교통 등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길거리 부랑자도 위챗으로 구걸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앱 하나로 모든 생활을 가능케 하는 것을 '슈퍼앱'이라고 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고객의 삶 모든 영역에서 서비스를 내놓는 '슈퍼앱'"이라며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및 결제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에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원스톱 플랫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핀테크 영토 확장 노리는 '슈퍼앱' 출현 예상

따라서 라인과 야후재팬은 이같은 '원스톱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 합병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최근 신규 가입자 유치와 매출 신장에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 '슈퍼앱'은 이용자의 확보, IT플랫폼 확장 등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선 디지털 결제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라인의 '라인페이'는 3700만 명의 사용자를,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공동 운영하는 '페이페이'는 19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라인은 자체 온라인 쇼핑 '라인쇼핑'을, 야후재팬은 야후쇼핑과 온라인 패션쇼핑몰 '조조타운'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실적은 좋지 않다. 라인페이는 지난 5월에만 300억엔(약 3230억원) 규모의 포인트 환급 행사를 했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으로 네이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8.8% 감소한 1283억원에 그쳤다. 페이페이도 100억엔(약 1080억원)을 넘게 포인트 환급 행사를 진행했다. 양사는 이런 출혈 경쟁을 택하기보다 경영 통합으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고객과 자원을 통합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라인은 노무라증권과 '라인증권'을 발족시켰고, 미즈호 파이낸셜그룹과 새로운 은행을 내년 개업 예정이다.  또 동남아 등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등 핀테크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택시 호출 서비스 DiDi, 호텔서비스 OYO,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따라서 이번 합작으로 양사는 간편결제 및 이커머스 사업에 모바일 연결성까지 강화, 다른 서비스로의 확장이 손쉬워진다.

블록체인계도 들썩인다. 라인은 자회사인 LVC 주식회사를 통해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맥스(BITMAX)'를 운영중이고, 퍼블릭 블록체인도 개발하고 있다. 야후재팬도 자회사 Z코레이션을 통해 암호화폐거래소 '타오타오(TaoTao)'를 오픈했으며, 블록체인미디어 '코인데스크(Coindesk)'를 운영중이다. 모두 일본 금융청의 승인을 받고 영업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양사가 지닌 검색과 전자상거래, 핀테크 서비스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서비스에 결합하면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난 여름 시작했으나 현재 미의회의 반대로 주춤한 상태다. 이런 시기 라인과 야후재팬의 결합은 세계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할 아시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잠재력 풍부한 동남아로 확장…중국·미국의 대항마로 자리잡나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는 각각 일본 내에서 간편결제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다. 때문에 새로 탄생할 회사는 일본 안에서는 독보적 행보를 내딛을 예정이다. 그러나 라인-야후재팬의 목표는 일본에 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과 AI(인공지능) 동맹은 미국의 GAFA와 중국의 BATH 체제로 양분된다. 그리고 라인-야후재팬은 이에 대항하는 아시아의 새로운 플랫폼 자리를 노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이런 흐름에 배제되어 있어, 이곳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새로운 근거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후재팬의 경우 미국 야후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 상 일본 안에서만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동남아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가는 라인과의 합병은 동남아 진출을 용이하게 할 호재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태국은 일본에 이은 라인의 두 번째 주력국가다. 약 7000만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 중 절반을 넘는 4500만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라인맨'은 태국 배달앱 1위이며, 라인은 태국의 최대은행 '카시콘은행'과 '카시콘-라인'을 합작해 새로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태국에서 대만까지 아우르는 '라인TV'도 서비스한다. 전 세계 인구 4위(2억 6천만명) 인도네시아에서도 라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016년 인도네시아의 1위 오토바이·택시서비스 '고젝'과 O2O 제휴를 맺었고, 지난해 라인의 금융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의 2대 주주가 됐다.

게다가 동남아는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다. 이 곳은 TV·PC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의 영향력으로 바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해 O2O 비즈니스의 성장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 라인-야후재팬의 합작회사가 인지도를 단숨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때문에 양사의 기술력이라면 동남아에 기반을 닦은 후 GAFA, BATH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AI에 있어서도 이곳은 '블루오션'이다. 오래전부터 AI 연구에 공을 들인 네이버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AI 연구소가 위치한 프랑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개발자 규모를 갖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네이버 중심의 기술 연구 네트워크 '글로벌 AI 연구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인구수 10억명에 근접하는 일본-동남아 지역은 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이런 이유로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는 그간 네이버를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자회사는 물론 합작펀드 등을 통해 글로벌 AI 기술 및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왔다. 그리고 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며 AI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

네이버는 "시너지 창출을 통한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번 경영통합이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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