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도시기능 마비...대학 교정, 시위대 기지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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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도시기능 마비...대학 교정, 시위대 기지로 변모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11.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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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로 봉쇄 잇따라
응급환자 운송 차질 빚어져

[홍콩=이지영 통신원지난 12일 홍콩의 중문대학(中文大學)앞에서 시위자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후 대학교 교정이 시위대의 본거지가 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16일 SCMP의 보도에 따르면 대학교내는 취식은 물론 대형 스쿨버스까지 시가전으로 번지고 있는 홍콩 시위에서 최적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대학생들은 교내 강의실에서 취침은 물론, 학생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식사를 해결하고, 학생들이 학내 셔틀 스쿨버스를 직접 운전하면서 시위 전선을 넓혀나가고 있다. 경찰의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 원래 나무 막대로 만들었던 장애물은 보도블록을 이용해 콘크리트 및 벽돌로 튼튼한 장애물로 다시 만들었다. 실외에서의 핸드폰 충전 장치까지 갖췄다. 학내 양호실은 응급실이 됐다. 한 시위자는 SCMP와 인터뷰에서 중문대의 지형적 우세 때문에 거리에서보다 경찰을 더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충돌 후 중문대 졸업생이나 다른 시민들이 중문대의 학생을 응원하려고 음식을 비롯한 생필품을 중문대로 가져갔다. 또 다른 학생들은 경찰과 직접 충돌하지 않더라도 후방에서 시위자를 지원하고 있다. 중문대의 인도 유학생 카잘(Kajal)씨 및 스루티(Shruti)씨는 물과 음식 그리고 화염병을 최전방의 시위자에게 전송한다고 SCMP는 보도했다. 두 학생은 경찰이 체포수색 영장이 없이 학교에 임의로 진입하는 것은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시위자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황위호(黃偉豪) 중문대 정치학 부교수는 부유층이나 엘리트 학생이 많은 홍콩대학(香港大學)과 달리 중문대학의 학생들은 주로 노동자나 저소득층의 학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불공평한 것에 더욱 반대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이공대(理工大學)옆에 있는 홍함해저터널 진입로가 벽돌로 막혀 봉쇄됐다.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홍콩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이공대(理工大學)옆에 있는 홍함해저터널 진입로가 벽돌로 막혀 봉쇄됐다. 사진=이지영 통신원

중문대 학장 “더 이상 교정 시위현장 용납 못해”

하지만 중문대 안에서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15일 로키 퇀(段崇智) 중문대 학장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퇸 학장은 지난 12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뒤 수 천 명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줄줄이 중문대로 왔으며 이런 사람들은 중문대의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또 퇀 학장은 시위대의 잦은 교정 내 방화, 강의실과 학생 기숙사, 식당 등을 파괴하는 행위는 혼란한 국면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대학의 주요 입구를 장애물로 막고 소방차나 구급차의 출입까지 통제했다. 그리고 교정에 출입하는 사람도 신분증과 소지품을 점검 받고 있어 이는 중문대의 학생과 직원의 출입 자유를 심하게 침범하고 있어 공황에 빠트리고 있다고 퇀 학장은 지적했다. 

퇀 학장은 이런 통제불능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신원미상의 외부자들은 즉시 중문대에서 떠나라고 지시했다. 만약 중문대가 기본적인 교육사명과 임무를 지속하지 못한다면 학교측이 정부 해당 부서에게 도움을 요구할 거라고 퇀 학장은 성명서에서 강조했다.

홍함해저터널의 요금소에 시위자가 올라가 있다.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홍함해저터널 톨게이트도 시위대와 경찰간 대치가 격렬해지면서 붕괴됐다. 

시위 장기화, 도시기능 마비...‘응급 환자 위협’  

다른 대학교들도 시위대 진영으로 둔갑하면서 대학 도로 주변이 시위대 봉쇄로 통제되고 있다. 전 이공대학(理工大學) 근처에 있는 홍함해저터널(紅磡海底隧道)을 장해물로 막아터널이 이틀 간 봉쇄됐다. 홍콩섬과 카우룽(九龍)반도를 연결하는 3개 터널 가운데 가장 이용량이 많은‘홍함해저터널’이  막히면서 도시기능도 점차 마비되고 있다.  
침회대학(浸會大學)병원 주변 도로역시 막혀 구급차가 응급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병원 측은 연일 동안 길이 막혀서 병원 혈액은행의 혈액 및 혈청의 저장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침해 병원에선 여러 건의 수술예약이 취소됐다고 홍콩 ‘아이 케이블’ 방송이 보도했다. 

정부와 경찰은 대학교가 시위자의 본거지가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4일과 15일의 경찰 정례 브리핑에서 경찰 대변인은 대학교가 폭도의 무기 공장이자 무법천지로 되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대변인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화염병을 비롯한 무기를 만들고 있으며 학장이나 학교 경영자 등은 해당 책임을 지고 학생들이 불법행위를 절대 하지 못하게 할 것을 학교측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대학교 교정은 다른 곳과 예외 없이 무법천지와 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경찰이 필요할 때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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