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세대 담론을 프레임안에 가두려는 까닭은?...‘90년생이 온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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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세대 담론을 프레임안에 가두려는 까닭은?...‘90년생이 온다’ 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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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홍택이 1990년대 출생의 신입 사원들에게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하여 주목받기도
세대 갈등 혹은 경쟁 구도의 세대 담론은 반대 정치 세력 견제를 위한 논리로 시작된건 아닐까
'90년대생이 온다'.웨일북 펴냄.
'90년대생이 온다'.웨일북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최근 서점에 가면 세대(世代)를 소재로 나온 책들이 많이 보인다. 거의 청년 세대를 분석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고 주장하는 책들이다. 그 책들의 주인공인 20대는 물론 그들의 선배나 상사인 30대와 40대들도 등장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렇듯 세대를 논하는 책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10년 단위로 나누거나 특정 시기에 태어난 것으로 구분해서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한 개의 집합으로 다룬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단순하게 나이에 따라 구분되는 세대의 연속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의 의문은 이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서 같은 제도 안에서 교육받고 유사한 문화적 경험을 공유한다고 해서 그들이 같은 성향을 보일까. 그렇게 분류한다면 적어도 몇백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범주 안에 속할 텐데 그들의 특성을 단 몇 개의 문장으로 정의(定意)할 수 있을까. 특히 그런 책들에서 20대는 어떻고 30대는 어떻다는 담론을 펼치는데 그 특성이 과연 그 세대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걸까.

같은 세대에서도 소수 엘리트와 그렇지 못한 다수 대중으로 나뉘기 마련인데 세대 담론에서는 엘리트 수준과 대중 수준으로 구분해서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세대 담론은 베이비붐 세대, 386 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특정 시기에 태어난 것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그 세대 전체가 아닌 일부가 드러내는 특성들을 일반화해서 다룰 뿐이다.

그런데도 세대론이 이 시대에 눈과 귀를 잡아끄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세대 담론을 연구하는 김선기는 ‘청년팔이사회’에서 ‘현실적 쓸모’에 주목한다. 사회 현상을 세대 차이로 해석해야 하는 현실적인 쓸모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선기는 세대론이 “세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소비자나 유권자로) 구분하고 동원할 수 있다는 믿음의 총체”라고 설명한다.

그런 세대 담론에서 가장 성공한 책을 꼽자면 ‘90년생이 온다’일 것이다. 현재 대형 서점에서도 가장 넓은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고,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고 마케팅 하는 책이다. 그래서 (2018년 11월 16일에 출간된 이 책은)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한 권이다.

저자 임홍택은 CJ 그룹에서 신입사원 교육과 마케팅업무를 한 80년대 생이다. 그는 90년대 생 신입사원과 소비자들을 마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했다. 이 책은 그 글들을 기반으로 출판됐다.

‘90년생이 온다’에서 묘사한 20대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세대다. 최종 합격률이 2%도 안 되는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불합격해도 다음 해에 또 지원하고 새로운 수험생도 추가되어 경쟁률이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의 현실을 그린다.

 

책 본문 중.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사진=웨일북 페이스북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기성세대도 언급한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20대를 꿈이 없는 나약한 세대로 여긴다며 비판한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이 점점 젊은 세대에게 불평등하게 흘러간다고, 그런 이 시대가 20대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았다고 항변한다.

저자는 그러한 20대들의 특성을 ‘90년생이 온다’에 담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청년을 ‘시대의 희생자’라고 규정짓던 세대 담론의 연장선에서 90년생들을 바라본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첫 부분은 90년대 생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그들이 처한 지금 세상의 부조리, 20대 관점에서 본 부조리한 한국의 상황을 나열한다. 그리고 저자 관점에서 본 20대들의 대표적 특징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줄임말로 대표되는 간단함을 좋아하고, 병맛으로 대표되는 재미를 추구하고, 정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마케팅적으로 시사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 부분은 20대들이 직원이 되었을 때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는 20대들이 선배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로 들려준다. 20대들이 생각하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의 구분, 회사의 제 규정과 조직의 선배를 대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조직과 선배가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 부분은 20대들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의 특성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들이 선배 세대들과 다른 소비 특성을 나열한다. 책 첫 부분에서 설명한 20대들의 간단함을 좋아하는 특성이 간편식 등 간편한 서비스를 좋아하고, 정직함을 추구하는 특성이 남양유업 등 부도덕한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 하는 현상을 나열한다. 저자는 20대가 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라고 크게 외친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창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세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때에만 젊은 세대에 대한 모든 편향된 평가와 논의들이 사라질 것이다. (중략) 세대론은 그렇게 세대 간의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66쪽)

 

이렇듯 이 책이 주장하는 건 젊은 세대를 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지금 20대뿐 아니라 앞으로 20대가 될 세대들도 포함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이제는 90년대생뿐 아니라 2000년대 출생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중략) 오로지 한 가지 자명한 것은 나와 같은 80년대생뿐 아니라 지금의 90년대생들도 낯선 그들에게 신세대의 타이틀을 내어주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330쪽)

 

어쩌면 어떤 한 세대에게 바로 아래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불편할 것이다. 그 어떤 한 세대 또한 바로 윗세대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던 때가 있었을 텐데. 당시 그들도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웨일북
90년대생도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된다.사진=웨일북 페이스북

 

우리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서로 어울려 잘 지내기 위해서는 한쪽의 노력이 아니라 양쪽이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배워왔다. ‘90년생이 온다’에서도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여러 곳에서 강조한다. 하지만 책의 결론은 윗세대에게 이해와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향했다.

아랫세대가 불평등한 시대에 태어난 안타까운 세대이니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은 윗세대가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적 (혹은 유교적) 위계질서의 문제도 저자의 논리로 등장한다.

사실 이런 논리는 최근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한 세대와 다른 세대를 상대편으로 놓고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잃는 것 같은 경쟁 구도 혹은 세대 갈등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김선기의 다른 글 ‘386세대와 86세대의 차이’에 의하면 2000년대부터 보수 진영이 20~30대에게 "386세대가 젊은 세대의 기회를 점유하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고 한다. 세대 갈등 혹은 경쟁 구도의 세대 담론은 반대 정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논리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 담론을 보면 사회 권력층은 분명 50대다. 하지만 50대 전체가 사회 권력층은 아니다. 물론 고위 공직자, 유력 정치인, 성공한 경제인도 있지만 내일보다는 오늘이 걱정인 직장인, 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50대 인구는 약 850만 명이다.

‘90년생이 온다’ 관점으로 보면 20대는 공시족이다. 하지만 20대 전체가 공시족은 아닐 것이다. 2018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20대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그들 한 명 한 명 모두는 다양한 꿈을 꾸며 그 꿈을 펼치기 위해서 보이는 곳,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꿈과 땀방울을 내 진심을 담아서 응원한다. 우리 선배 세대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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