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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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이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10.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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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기분 탓일까? 올 가을은 작년보다 추운 것 같다. 10월에도 이 정도라니, 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1월이 벌써부터 두렵다! 누군가에게 이 추위는 외로움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우울해질지도.

하지만 아직 좌절하기엔 이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도 된다. 남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인상! 첫 데이트에서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한 몇 가지 팁을 공개한다.

 

▲ 영화 ‘첫키스만 50번째’.

 

1. 가장 핫한 영화 보지 않기

아마 두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서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가장 핫한 영화를, 그것도 첫 데이트에 보러 가는 건 사실 역효과가 날 확률이 높다!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기 위하여 만난 것이다. 즉 서로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 자리에 나왔다는 것. 그런데 가장 최신의 핫한 영화를 보게 된다면? 두 사람 모두 그 영화에 시선을 빼앗겨 대화를 잊는 것은 물론이요, 눈을 마주칠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익사이팅한 경험을 하는 건 정말 추천해줄 만한 일이지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고르도록 하자.

 

▲ http://gaygamer.net/ 캡처.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한 음식을 대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없어도 그만인 영화는 같이 보기엔 별로라는 사실. 너무 시끄럽지 않거나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편이 낫다. 이를테면 TV홈쇼핑에서 배경음악으로 최신 가요를 틀어주지 않는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마 최신 가요를 틀어준다면 제품에 집중하지 않게 될 테니까.

 

▲ 영화 'S러버'.

2. 함께 라운지 가기

조금 활발한 남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주말에 핫한 클럽이 아닌, ‘라운지(Lounge)'는 은근히 데이트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우선 비교적 다른 술집에 비해 술을 적게 마시게 된다. 보통 한두 잔씩 주문해서 마시기 때문. 또한 이런 라운지들은 음악 소리가 크게 나오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화를 하려면 다른 장소에서보다 피지컬리 가깝게 붙어야한다. 그 뿐인가? 함께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같은 박자에 리듬을 타고 교감하기도 쉽다.

첫 만남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군가는 첫 만남에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권한다. 놀이기구에 의한 심장의 떨림이 마치 그 사람 때문인 듯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첫 만남에 놀이공원을 찾는 건 흔치 않다. 라운지 클럽은 놀이기구 못지않은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낯선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그 공간에서 두 사람의 유대감은 더 깊어질 수 있다.

 

▲ 영화 ‘돈 존’.

 

▲ 영화 ‘러브&드럭스’.

3. 억지로 침묵 깨지 않기

서로 익숙지 않은 두 사람. 물론 첫 만남에 대화가 아주 잘 통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상대방이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해서 이렇게 저렇게 질문을 하며 어색한 순간을 무마하려고 한다. 하지만 침묵만큼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또 있을까. 침묵의 순간은 나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 때, 더욱 상대방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억지로 침묵을 깨려 하며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려고 한다면, 상황에 따라 상대방은 더욱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심할 경우 당신의 진정성까지도 오해받을 수 있다.

 

4. 이전 연애에 대하여 적당히 말하기

이건 첫 데이트뿐만 아니라 관계 초반에 역시 지켜져야 하는 것 같다.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상대방은, ‘이런 사람이 왜 애인이 없지?’ 혹은 ‘이렇게 좋은 사람이 무슨 이유로 전 애인과 헤어진 거지?’ 하고 궁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물을 경우,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리고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바로 전 애인에 대한 험담이다! 남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경우 이런 남자가 엄청 찌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5. 데이트 코스 짜오지 않기

특히 남자들의 경우 데이트 코스를 미리 짜오는 경우가 많다. 그 준비성이 참 기특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때론 역효과를 유발한다. 블로그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파스타집’을 검색한 후, 그 근처 갈 만한 카페, 그리고 칵테일 바... 글쎄, 뭐랄까? 좀 진부하다.

 

▲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게다가 그곳이 알 만한 여자들은 다 아는 곳이라면 오히려 당신이 여자를 꽤나 많이 만나고 다니는 남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뿐인가? 그녀와 당신의 활동구역이 비슷하다면 더욱 문제다. ‘예전에 소개팅했던 그 사람도 이 카페에 날 데리고 왔었지’라며 누군가를 떠올릴지도.

여자들이라고 다 파스타를 좋아할까? 물론 좋아한다(하하). 하지만 다른 음식도 무지 좋아한다. 첫 만남에 한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닭발을 뜯으라고 할 게 아니라면 굳이 파스타집이 아니라도 괜찮다. 메뉴가 무엇이든, 오히려 당신이 가장 잘 아는 곳이 좋을 것이다. 그녀는 밥을 얻어먹기 위해 나온 게 아니라 당신을 알기 위해 나온 것이다(밥을 얻어먹기 위해 나온 여자라면 그냥 일어서도 좋지 않겠나?). 그녀가 딱히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제가 평소 잘 가는 곳인데, 혹시 (음식 메뉴) 좋아하세요?”라고 물은 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이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이끌리는 대로 코스를 정하면 된다.

 

▲ 영화 '러브&드럭스'.

 

첫 데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두 사람’ 그 자체이다. 후에 연인이 된 두 사람은, 함께 최신 영화를 실컷 보러 다닐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는 낯선 이성들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클럽보다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좋은 소주집이 훨씬 편해지게 될 것이다.

침묵? 싸운 후가 아니라면, 침묵은 두 사람을 당황시키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둘 중에 취한 누군가가 전 애인을 욕할 때, “맞아, 너 같은 여자(혹은 남자)를 놓치다니 굉장히 바보 같네!” 하며 맞장구를 쳐줄지도.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며 새로운 데이트 코스를 발견해내게 될 것이다. 첫 데이트는 첫 데이트다워야 가장 아름답다. 물론 첫 데이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커플은 첫 데이트에서 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서로 함께 있을 때 스마트폰을 많이 보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일부러 항목에 넣지 않았지만, 그래도 꼭 알아두자.

이왕이면 여자는 첫 데이트가 아무리 일찍 끝나더라도, 혹 이후에 아주 건전한 약속(교회 찬양모임일지언정)이 있더라도,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낫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엔 이왕이면 남자가 여자를 바래다주는 그림이 예쁜 것 같긴 하다. 첫 만남에 여자의 집 앞까지 함께 가는 건 좀 부담스럽고, 동네까지가 적당한 것 같다.

캐주얼하게, “마침 저도 그 동네에 볼 일 있는데, 근처까지 함께 가요”라는 말과 함께.

 

▲ 영화 '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까지 약 40일 정도가 남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다면, 핑크빛의 새로운 사건이 생기기 충분한 시간이다.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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