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에 발등에 불 떨어진 KT…여의치 않은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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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M&A에 발등에 불 떨어진 KT…여의치 않은 대응 전략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1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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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CJ헬로 인수 '조건부 승인'
유료방송 업계 1위 KT, 규제에 묶여 딜라이브 인수 '불투명'
IPTV 수익성 성장 둔화·OTT '시리얼' 출시 연기로 '꼼짝마' 상태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며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며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로써 유료방송 부동의 1위 KT는 경쟁자들에게 턱 밑까지 바싹 추격당한 모양새가 됐다. 선두 수성을 위한 전략이 시급하지만 상황의 여의치 않다.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 합병 및 SK텔레콤의 티브로드 노원방송 주식 취득,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 심사 결과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위해 2022년 말까지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내건 조건으로는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할 수 없게 했다. 8VSB(아날로그TV 이용자가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 케이블TV 가입자를 보호하고,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채널의 임의 감축을 금지했다. 상품 전환 강요 및 계약 연장 거절도 금지했고,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으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된다.

◆ 발등에 불 떨어진 KT, 딜라이브 인수 불투명

이로써 향후 KT의 대응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M&A가 성사돼도 KT(31%)는 여전히 LG유플러스(24.5%), SK브로드밴드(23.9%)에 앞서있다. 하지만 격차는 전보다 크게 줄어들어 KT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된다.

KT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지역 최대 케이블TV 기업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목 잡히고 말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KT의 점유율은 31.07%, 딜라이브는 6.29%로 인수하게 되면 33%를 넘는다. 합산규제는 3년 짜리 시한부로 지난해 6월 일몰됐으나 국회가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올해 초 재도입을 논의했지만 계속 지연돼 지금까지 표류 중이다. KT 관계자는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 국회에서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면서 "빠르게 처리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규제가 풀려도 KT의 딜라이브 인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방송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 가입자 수는 그대로 최고의 무기가 된다.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콘텐츠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생각하면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호기가 되는 것이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지지부진 해 KT의 딜라이브 인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지지부진 해 KT의 딜라이브 인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 IPTV 수익성 둔화, 새 OTT '시리얼' 출시는 언제?

하지만 IPTV의 성장세 둔화가 신경쓰인다. 작년 KT의 가입자는 822만 9000명으로 SK브로드밴드(508만명), LG유플러스(435만 8000명)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매출은 각각 1조 4100억원, 1조2906억원, 9199억원으로 가입자 수에 비해 차이가 작게 나타났다.

때문에 딜라이브를 인수해도 수익성 향상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다. KT 관계자는 "규제가 풀려도 바로 인수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인수 여부가)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IPTV에 강세를 보여온 KT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선 주목 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달 새로운 OTT '시리얼'을 오픈하기로 했지만 잠정 연기됐다. 높은 품질과 안정된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KT 관계자는 이날 "빨리 선보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언제 오픈하는 지는 말을 아꼈다. 

결국 KT로서는 이번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의 M&A에 대응할 전략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당장은 별로 없는 모양새다. 최근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OTT가 추구하는 미디어의 개인화와 비슷해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믿는 바는 지금까지 축적된 힘이다. KT 관계자는 "우리의 힘은 최다 콘텐츠를 보유한 IPTV, 강력한 초고속 인터넷으로 (딜라이브를)합산한다고 해서 경쟁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유료방송 1위의 잠재력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유료 방송 급변시기에 KT 최고사령탑인 회장의 교체까지 겹쳐, 즉각적인 KT의 반격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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