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화천 산천어 축제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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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화천 산천어 축제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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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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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열여섯 번째 이야기
6. 맹자, 화천 산천어 축제를 논하다
<1>세계적 겨울축제의 대명사가 된 화천 산천어 축제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의 주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세계 4대 겨울축제, 세계 축제도시 선정, 9년 연속 100만명 이상 참가 등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제 겨울축제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얼음낚시와 눈얼음놀이 그리고 선등거리와 빙등 전시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산천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얼음낚시터부터 가본다. 얼음낚시는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어 겨울철축제에 목말라하며 추위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친절한 얼곰씨 백과사전’에는 산천어 얼음낚시를 “명사, 산천어를 잡기 위해 한겨울 40cm가 넘게 어는 화천천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하는 낚시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얼음낚시에는 낚싯대와 미끼가 필요한데 낚싯대는 견지낚싯대를 사용한다. 화천천은 수질이 깨끗하여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므로 산천어를 직접 보면서 낚시를 할 수 있다.

 

▲ 화천 산천어 축제의 얼음낚시. 수천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겨울 화천강에 얼음구멍을 뚫고 산천어 낚시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다. /사진=강낙규

 

견지낚시란 대나무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로 물고기를 잡을 때 낚싯줄을 감았다 늦추었다 하는 데 사용되는데 요즘은 대나무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미끼는 웜(실리콘 소재의 벌레 모양) 이나 메탈(14~20g 미만의 작은 물고기 모양)을 쓰며, 새우나 지렁이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낚시 방법은 산천어가 육식성이고 공격성이 강하여 미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먹이 반응을 하기 때문에, 웜 사용 시에는 웜 미끼를 바닥에서 30~40cm 띄우고 손목을 이용하여 약하게 지속적으로 톡톡 치면서 산천어를 유인한다. 산천어가 미끼 쪽으로 다가오면 30cm 내외의 중간 세기로 고패질(미끼가 수면 가까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주기위한 행동)을 하며 미끼가 벌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하여 살살 춤추게 한다. 산천어가 잡히면 너무 힘을 주지 말고 양손을 이용하여 침착하게 끌어 올린다.

얼음낚시에는 따뜻한 방한복과 방한화 그리고 장갑 등 보온용품이 필수적이다. 화천강 바람은 매섭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낚시하는 동안 앉을 접는 의자도 준비해야 한다. 그밖에 얼음구멍을 뚫을 얼음끌도 필요하나 전문가가 아니면 축제장에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서 낚시를 해도 상관없다. 3마리 이상 잡으면 주위 사람과 나누어 갖자는 표어가 “얼지 않은 인정”이란 축제 테마를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8,000명이 동시에 낚시를 할 수 있다. 이곳저곳에서 산천어를 낚아 올린 수만큼의 산천어를 상류에서 계속 방류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손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산천어 방류량이 125톤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귀마개를 하고 양 볼이 벌겋게 얼어터진 녀석이 계속 코를 훌쩍거리며 얼음구멍에 머리를 박고 산천어 낚시에 여념이 없다. 드디어 한 마리를 낚고는 누런 코를 쭉 들이마시며 신이 났다. 그 옆에는 20대 후반쯤 되는 청년이 갈고리처럼 생긴 낚시바늘로 훌치기낚시를 하며 연신 산천어를 낚아 올리는데, 훌치기낚시는 금지되어 있다.

낚은 산천어는 산천어 구이터에서 구워 먹거나 산천어회센터에서 즉석으로 회를 떠서 먹는다.

다음으로 루어낚시에 도전해본다.

‘친절한 얼곰씨 백과사전’은 산천어 루어낚시를 “명사, 한겨울 자칫 잊어버릴 수 있는 루어낚시 방법을 짜릿한 산천어 루어낚시의 손맛을 통해 무사히 넘기기 위해 화천천 물낚시터에서 하는 낚시질”이라고 정의한다. “넌 겨울에 루어낚시대 썩혀두니? 난 산천어 루어낚시터에 간다”는 용례를 들 수 있다.

산천어 루어낚시에는 릴과 릴대 그리고 인조 미끼인 루어가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 낚싯줄에 묻은 물방울이 얼지 않도록 닦을 작은 수건 한 장도 필요하다. 루어낚시터는 얼음낚시터와는 달리 얼지 않았다. 1인당 3마리까지 잡을 수 있으며 플라이낚시는 금지된다. 조용한 화천천에서 릴을 던지고 겨울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한다는 점에서 정(靜)적인 느낌과 동(動)적인 느낌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산천어 맨손잡기다. 역시 ‘친절한 얼곰씨 백과사전’은 산천어 맨손잡기를 이렇게 정의한다. “동사, 산천어는 잡고 싶은데 낚시의 기다림이 싫을 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없는데 산천어는 구경도 못했을 때, ‘이정도 추위쯤은 우습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행동. 예를 들면 얼음낚시도 루어낚시도 자신 없다. 믿을 건 오직 체력, 난 산천어 맨손잡기로 산천어를 잡는다.“

산천어 맨손잡기에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 한번에 50명씩 3분 이내, 1명당 3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산천어를 3마리까지 잡기위해 어떤 아이는 먼저 잡은 산천어 1마리를 엄마에게 전달할 시간을 아끼려고 얼른 자기 옷 속에 넣고 또 다른 놈을 잡는다. 옷 속에 들어간 산천어가 이리저리 튀기 때문에 아이는 잡은 산천어를 한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잡으랴 또 다른 산천어를 잡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저기서는 산천어를 잡겠다고 뒤뚱거리는 배불뚝이 아빠가 그만 미끄러져 얼음물에 빠지고 만다.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인데 아들이나 엄마나 관광객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여러 축제에서 물고기 맨손잡기를 하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한겨울에 얼음물에서 오들오들 떨며 산천어를 잡는 아빠와 아이들, 재미와 용기를 함께 보여준다.

얼음물에서의 3분은 마치 발톱이 뽑히고 심장마비가 걸릴 것 같이 차다. 3분이 지나면 쏜살같이 족욕탕에서 언 몸을 녹인다. 산천어 맨손잡기는 외국인들이 가장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꼽는다.

 

▲ 부모와 함께 화천 산천어 축제를 찾은 한 어린이가 견지낚싯대를 들고 얼음구멍 물 속으로 훤히 보이는 산천어를 낚으려 하고 있다. /사진=강낙규

 

이제 눈얼음 체험장으로 간다.

얼음썰매장으로 가서 썰매를 빌린다. 1인용 썰매, 2인용 썰매 등 다양한 썰매가 있다. 처음에는 서투른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밀어주고 끌어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축제의 본질인 ‘역할 전환’이 일어난다. 아이에게 썰매를 힘껏 밀라고 큰소리 뻥뻥치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앞에서는 아들이 끌고 뒤에서는 아빠가 밀고 엄마는 여왕님처럼 우아하게 앉아 썰매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에헴’ 하며 타는 아이, 무릎을 꿇고 타는 아이, 쪼그리고 앉아서 개구쟁이처럼 옆 썰매랑 일부러 부딪치는 아이들이 드넓은 화천천을 쌩쌩 달린다.

다음은 눈썰매 광장이다. 전용 튜브를 타고 눈으로 덮인 경사면 40미터를 내려온다. 이제 축제장에서 어린이와 어른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어린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한다.

얼음에서 노는 것과 눈에서 노는 것은 다르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외국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비롯하여 세계 주요 봉우리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등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빙벽은 주로 물이 얼은 청빙이지만 외국의 빙벽은 눈이 얼은 설빙이다. 그런데 빙벽을 타는데 청빙과 설빙은 난이도가 다르다. 빙벽 등반을 할 때 아이스 바나 피켈을 하나씩 찍으며 올라가는데 설빙은 한두 번 만에 제대로 빙벽에 꽂히지만 청빙은 그렇지 않다. 눈이 아닌 물이 언 빙벽은 한 번에 잘 찍히지 않고 잘못 찍으면 얼음덩이가 튕겨 얼굴에 꽂히면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피켈이나 아이스 바를 찍을 때 정확한 동작이 필요하며, 설빙에 비해 서너 배의 힘이 더 든다. 한국 산악인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훈련한 결과 다른 나라 산악인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다.

눈썰매를 타면 얼음광장에서와는 또다른 속도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겨울 스포츠 중 가장 스릴 넘치는 콩닥콩닥 봅슬레이를 탈 차례다. 봅슬레이는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1,500m 코스를 2명 또는 4명이 핸들과 브레이크가 붙은 강철제 썰매로 4번을 활주해서 합계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스포츠 경기다. 최고속도는 시속 110~120km 정도이다.

하지만 콩닥콩닥 봅슬레이는 경사도나 길이가 훨씬 덜 위험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안전요원이 잡아줘 가슴만 콩닥콩닥 뛰게 할 뿐 위험하지는 않다. 탈 때 다리를 들어주면 가속도가 붙어 쌩 달려가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지 않는다면 강심장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하늘 가르기 체험이다. 얼곰이 탑 코스(460미터)와 산천어 탑 코스(200미터)가 있다. 겨울바람을 가르며 축제장 상공을 날아다니는 짜릿한 느낌이 좋다.

가족이랑 왔으면 얼음축구도 할 수 있다. 대 구장(16X25m) 5면과 소 구장(8X16m) 5면이 있어 진행부스에 신청하면 보호장비를 빌려서 경기를 할 수 있다.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는 개인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중심잡기다. 스릴과 재미가 넘치는 가족대항 월드컵 얼음축구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면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엉금엉금 뛰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제 겨울놀이터로 간다.

겨울놀이로는 농목장치기, 빙판장기, 팽이치기, 컬링, 볼링 등이 있다.

농목장치기라는 놀이는 아이스하키와 비슷한데 우리 고유 놀이라고 한다. 헬멧과 보호장구를 빌려서 착용하고 게임을 해야 한다. 스틱에 맞을 수도 있고 미끄러워 게임을 하다가 넘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아들과 딸을 튜브에 싣고 인간볼링공으로 삼아 핀을 향해 휙 날리는 빙상 볼링도 재미있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힘차게 튜브를 미는 아빠와 응원하는 엄마. 반면에 핀이 무서워 피하려는 딸의 모습에서는 평소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마음이 묻어난다. 비록 핀과 부딪치는 것은 아프겠지만 볼링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런 아픔쯤은 참아야 한다는.

겨울놀이광장의 놀이 기구 존에서는 미니 당나귀 마차, 꼬마열차, 유로번지, 아이스 범퍼 카, 카트라이더를 탈 수 있다. 유명 테마파크에 가면 놀이기구를 타는 비용이 비싸 주로 아이들만 타는데 산천어축제장에서는 가격이 싼 편이라 부담을 덜고 탈 수 있다.

어른들은 어느 순간에 놀이를 잊고 있다가 이 축제장에서 잊었던 놀이를 되찾아 아이들과 즐겁게 논다. 환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이 웃음바이러스처럼 주위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겨울 해가 서서히 기울면 화천읍내의 실내 얼음조각 광장으로 간다.

광장으로 가는 길이 온통 산천어 조명으로 장식돼 다시 한 번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

선등거리다. 이 길을 걸으면 신선이 된단다. 여러 가지 색깔과 다양한 모양의 산천어 등(燈)을 한지로 만들어 이렇게 아름답게 길을 만든 상상력이 놀랍다. 이 지역 출신 소설가 이외수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산천어 등이 2만7,000개 달려있는데 화천 인구가 2만7,000명인 것을 축하하기 위한 숫자라고 한다.

이 길을 곧장 따라가면 광장에 도착한다. 빙등은 얼음(氷) 과 등(燈)이 결합된 예술작품이다. 세계적 겨울축제의 하나인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기술자 35명이 한 달간 만든 27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얼음의 투명함과 오색찬란한 등이 만나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이순신 장군, 거북선, 남대문, 세계 평화의 종, 얼음 성, 얼음 소, 여러 종류의 로봇이 전시되어 있다. 신나는 체험관은 이글루 미끄럼틀과 썰매 등의 조각품들로 꾸며져 있다. 남대문 얼음조각은 조명이 바뀔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데 마치 모네의 그림 ‘루앙 대성당’ 연작을 보는 듯하다. 모네는 동일한 루앙 대성당을 오전, 오후, 해질녘 그리고 흐린 날에 형태보다는 대상에 반사되는 빛을 그렸는데, 이로부터 현대미술이 탄생했다. 수많은 빛의 시뮬라크르(복제의 복제, 신이라는 원본을 따라 창조한 인간(복제) 그리고 그 인간을 묘사한 그림, 이 그림은 복제의 복제로 시뮬라크르라고 부른다)로 신비한 모습을 연출하는 빙등광장에서 현대미술의 한 모습을 본다. 이 아름다운 빙등 조각들은 축제가 끝남과 함께 녹아 사라지고 내년에는 또 다른 작품이 전시된다고 하니 왠지 아쉽다.

보너스로 세계 겨울도시 광장으로 간다. 여러 조형물들이 야외에 있으며 규모가 웅장하다. 실물 크기의 숭례문, 동화 속의 집, 곰과 에스키모인, 이글루, 못난이 삼형제와 눈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LED관광터널과 마치 눈이 내리는 듯 천정에서 쏟아지는 조명 그리고 크리스마스 눈꽃장식의 점멸은 신비한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대형 물레방아에서 흘러내린 물이 얼어 만들어진 고드름은 그자체가 조각품이 되어 있다. /강낙규<기술보증기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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