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스토리] ① 새로운 여제(女帝)가 열어갈 샤넬의 역사
상태바
[세계의 명품 스토리] ① 새로운 여제(女帝)가 열어갈 샤넬의 역사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19.11.08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립자 코코 샤넬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발전시킨 칼 라거펠트
라거펠트의 사망에 대한 패션계의 충격을 완화시킨 비르지니 비아르
샤넬 2017 Pre Fall 광고 캠페인
샤넬 2017 Pre Fall 광고 캠페인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최근 10여년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시아권에서 부(富)가 축적되면서 관심은 세계적 명품의 구매로 이어졌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의 탄생과 혁신의 과정들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파리 패션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샤넬.

코코 샤넬의 손길로부터 탄생된 샤넬 브랜드는 칼 라거펠트의 지휘 아래 시대 트렌드에 적응하며 성장했다.

이제 샤넬 하우스를 이끌어갈 세 번째 리더, 비르지니 비아르는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패션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트위드 수트와 퀼팅백, 향수 N°5… 코코 샤넬의 유산

프랑스 소뮈르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가브리엘 샤넬은 수도원에서 성장 후 재봉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 ‘코코’는 가수로 활동할 때 붙여진 닉네임.

연인의 도움으로 작은 모자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감을 얻은 코코 샤넬은 1910년 파리의 뤼 캉봉에 첫 부틱 ‘샤넬 모드’를 열었는데 이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면서 1913년 도빌에 새로운 부틱을 오픈했다.

이 곳에는 모자 외에도 다양한 의상들이 채워졌는데, 부드럽고 편안한 저지 소재로 주로 제안된 샤넬의 카디건 형 재킷, 발목이 보이는 짧은 스커트들은 당시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받쳐입으며 정형화된 모습에 갇혀있던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실용성과 활동성을 원하는 여성들이 샤넬 의상을 더욱 찾게 되었고, 이에 부틱을 점차 늘려가던 샤넬은 1921년, 전설적인 샤넬의 첫 향수 ‘N° 5’를 선보였다.

고객들을 위한 기프트로 만들었던 이 향수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자 향수 산업을 확대하기로 한 코코 샤넬은 전문경영인 피에르 베르타이머와 손을 잡았다. ‘N° 22’를 비롯한 다양한 향수들과 메이크업 라인, 스킨케어 라인을 런칭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또한 의상에서도 샤넬은 남성복으로 주로 사용되던 트위드 소재를 접목한 샤넬 수트, 심플 엘레강스의 극치인 리틀 블랙 드레스로 눈길을 모으며, 슬림한 실루엣, 무릎길이의 드레스로 대표되는 1920년대 플래퍼 룩 트렌드를 리드해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맞닥뜨리면서 매장 한 군데만 남기고 정리한 샤넬은 전쟁 중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 스파이 스캔들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15년간 스위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처치에 놓이고 말았다.

이후 파리 패션계로의 복귀 기회를 찾던 샤넬은 동업자였던 베르타이머와 다시 만나(베르타이머 가문이 현재까지 샤넬 경영 중) 1954년 꾸뛰르 하우스를 재 오픈하고 컬렉션을 발표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샤넬을 향한 인식이 나빠진데다 이미 파리는 가느다란 샤넬 룩과 대비되는, 여성의 실루엣을 다시 과장시킨 크리스찬 디올의 ‘뉴 룩’이 휩쓸고 있었다.

다행히도 새롭게 탄생한 샤넬 수트가 미국에서 호평을 받으며 재기의 불씨를 키우게 된 샤넬은 다이아몬드 모양 퀼팅 백에 가죽과 골드체인을 엮은 어깨 끈을 연결해 여성들의 손을 자유롭게 해준 2.55 백을, 그리고 앞코를 블랙으로 매치해 발은 작게, 다리는 길어 보이도록 한 투톤 슬링백 슈즈 등을 내놓으며 디자인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코 샤넬, 2,55백, 향수 N° 5, 투톤 슬링백 슈즈 (사진=샤넬 홈페이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코 샤넬, 2.55백, 향수 N° 5, 투톤 슬링백 슈즈 (사진=샤넬 홈페이지)

◆ 시대 트렌드를 결합시키며 샤넬을 성장시킨 칼 라거펠트

나이가 들어서도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코코 샤넬이었지만 결국 1971년 눈을 감았다.

샤넬 하우스는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디올 출신의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내부 디자이너들을 승격시키는 등 노력했지만 브랜드의 쇠퇴를 막을 순 없었다. 그러던 중 스타 디자이너로 떠오른 칼 라거펠트가 눈에 들어왔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파리 패션계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끌로에와 펜디에서 활약하고 있던 칼 라거펠트는 샤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아티스틱 디렉터'직 제안을 수락했다.

1983 가을 시즌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부터 맡은 라거펠트는 무리한 시도를 하기보다는 샤넬 클래식에 주목했다. 샤넬의 초창기 시절 즉 1920, 30년대의 스타일을 가져온 것.

샤넬의 기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그의 컬렉션은 파리 패션계가 다시 샤넬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이어 발표된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도 호평이 이어지며 샤넬 브랜드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특히 알파벳 C를 겹쳐 만든 로고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그의 선택은 브랜드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라거펠트의 활약 속에 샤넬 하우스는 1984년 마담 샤넬의 이름을 딴 향수 ‘코코’를 내놓으며 향수 산업 확장을 재개함은 물론, 시계와 주얼리, 아이웨어 라인을 추가로 런칭하며 사업을 키워갈 수 있었다.

광고 캠페인의 촬영도 직접 맡았던 라거펠트는 같은 독일 출신의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를 샤넬의 뮤즈로 발탁했는데, ‘게스’의 광고 모델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쉬퍼가 샤넬의 고급스러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라거펠트는 쉬퍼와 함께 샤넬을 보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변모시켰다.

단정하게 묶은 흰머리, 블랙 선글래스와 수트로 대표되는 독특한 스타일과 거침없는 인터뷰로 화제를 일으키며 패션 아이콘으로도 사랑을 받은 칼 라거펠트는 트렌드에 따라 화려한 컬러, 데님과 가죽 소재, 그런지와 힙합을 컬렉션에 믹스하는 등 과감한 도전을 이어갔다. 그 덕분에 샤넬 하우스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글로벌 패션 마켓에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왼쪽부터 칼 라거펠트 (사진=샤넬 홈페이지), 모델 헬레나 크리스텐센과 클라우디아 쉬퍼의 1991년 샤넬 광고, 모델 쉬퍼의 1992년 광고
왼쪽부터 칼 라거펠트 (사진=샤넬 홈페이지), 모델 헬레나 크리스텐센과 클라우디아 쉬퍼의 1991년 샤넬 광고, 모델 쉬퍼의 1992년 광고

◆ 파리 패션계의 상실감을 달래줄 적임자, 비르지니 비아르

2019년 2월 칼 라거펠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세계 패션계는 충격에 빠졌다.

샤넬 하우스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비르지니 비아르가 수습해주기를 바랬다. 그녀는 라거펠트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던 인물.

비아르는 라거펠트가 샤넬에 취임한 후 4년이 지난 1987년 인턴으로 입사했다.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준비하는 자수 공방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30여년간 라거펠트와 함께 창작 활동을 해왔다.

비아르와 호흡이 잘 맞았던 라거펠트는 샤넬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만두었던 끌로에 하우스가 다시 그의 도움을 요청하자, 1992년부터 5년간 끌로에의 디자인을 병행하는 동안 비아르를 이동 근무시키기도 했다.

라거펠트가 끌로에와 다시 헤어지면서 비아르도 샤넬로 복귀했고, 이후 그녀는 '스튜디오 디렉터'라는 직함을 부여 받아 본격적으로 샤넬에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그러던 중 2019 가을 시즌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 발표를 앞둔 시점에 라거펠트를 떠나 보낸 비아르는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작품들을 모아 패션쇼를 치렀다. 그리고 이후의 샤넬의 컬렉션들을 혼자 책임져야 할 출발점에 섰다.

그 첫 시험대는 지난 5월 발표된 리조트 컬렉션.

실용적인 유틸리티 재킷과 컬러플 니트, 통이 넓은 크롭트 팬츠들로 가볍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낸 그녀는 여기에 트위드 재킷과 퀼팅 백 등 샤넬의 클래식 아이템들을 적절히 매치시켜 샤넬의 오랜 고객들을 일단 안심시켰다.

이어 열린 7월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비아르는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롱코트와 가느다란 드레스들을 위주로 무대를 구성해 지적인 우아함을 표현했고, 10월의 2020 봄 시즌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는 컬러플한 부클 소재의 미니 점프수트와 원피스, 볼륨 스커트와 카프리 진, 광택 핫팬츠들로 보다 젊고 경쾌해진 무대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세 번의 컬렉션들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러워졌다는 평.

코코 샤넬과 칼 라거펠트가 그랬듯 비아르 역시 자신의 스타일이 컬렉션에 투영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층이 진 긴 머리와 테일러드 룩을 선호하는 그녀의 영향으로 샤넬 하우스는 시크한 파리지엔느의 향기가 짙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비르지니 비아르, 리조트 컬렉션 2컷, 2020 SS 컬렉션 2컷 (사진=샤넬 홈페이지)
왼쪽부터 비르지니 비아르, 리조트 컬렉션 2컷, 2020 SS 컬렉션 2컷 (사진=샤넬 홈페이지)

오뜨 꾸뛰르와 레디 투 웨어 의상들, 그리고 향수와 코스메틱, 시계, 주얼리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전세계 패션계에 위력을 떨치고 있는 샤넬.

한편으론 빈티지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고 공방 프로젝트를 통해 장인 정신을 지켜가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놓치지 않으면서 파리 패션을 대표하는 라벨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코코 샤넬의 영광을 다시 살려내 찬사를 받았던 칼 라거펠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파리 패션계가 술렁였지만, 비르지니 비아르에게 권력이 이양되면서 그 충격은 완화됐다. 이젠 비아르 시대의 새로운 샤넬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