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롯데' 5대그룹, 정기인사 임박…키워드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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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롯데' 5대그룹, 정기인사 임박…키워드는 '혁신'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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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혼송심 '변수'
현대차, 50년생 미등기 부회장단 변화 여부 촉각
SK그룹, 원포인트 인사 가능성…글로벌 인재 영입도
LG그룹, 구광모식 실용·성과주의 더욱 드러날까
롯데그룹, 유통·호텔·화학 을씨년…대대적 인사 예고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그룹 정기 임원인사 임박하면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차산업과 신(新)성장동력 발굴을 이유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온 고위 임원들 중 일부는 직접 이름까지 거론되며 교체설이 나돌고 있지만,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다만 실적이 부진하고,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한 그룹 계열사 및 사업 부문은 ‘혁신’을 이유로 대대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중 지난 4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곳은 총 49개 기업으로, 이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33조9821억원) 대비 52.48% 감소한 16조1473억원이다.

최대 효자 종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 침체를 겪는 중이고, 미중(美·中)과 한일(韓·日) 무역분쟁, 내수시장 및 소비 부진, 저성장 등이 얽히면서 주요 상장사의 실적이 미끌어졌다. 이같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으로 상당 기업은 리더십이 약화됐고, 구성원들의 자신감도 덩달아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특히 올해 들어 3·4세 젊은 리더들은 ‘혁신’을 키워드로 세대교체·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제공=픽사베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제공=픽사베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으로 예측 불가

재계 1위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때문에 인사 시기와 사장단 교체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변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며 당부했고, 이 부회장 역시 송사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년처럼 12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년 대비 55.7% 감소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이제 보릿고개를 넘어 훈풍이 예상돼 사장단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30%대 초반, 낸드플래시는 10%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의 비트그로스를 각각 10% 중반, 한 자릿수 후반으로 예상한 것에 비해 빠른 증가세다. SK하이닉스의 D램 비트그로스도 23%, 마이크론은 30%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서버 수요 재개와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로 D램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내년 1분기부터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은 AI(인공지능)와 5G, 전장용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100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인적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LG그룹 여의도 본사. 사진제공=연합뉴스
LG그룹 여의도 본사. 사진제공=연합뉴스

◆구광모 회장, 성과주의 기반 혁신적 인사개혁 주목

주목을 끄는 것은 LG그룹. 구광모 체제가 들어선 뒤 기존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모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줄곧 사업 방식과 체질 변화를 강조해왔다.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지난해 말 LG화학 수장으로 영입, ‘순혈주의’를 타파한 것이 그룹의 변화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내년 취임 3년에 들어간다. 그 만큼 이번 연말 정기 인사에서 성과주의에 기반하는 혁신적 인사 스타일을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이미 실적 부진의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모든 분기에서 영업손실을 냈을 뿐 아니라 1분기 마이너스(–)1320억원에서 3분기 마이너스(–) 4367억원으로 적자폭이 계속 확대됐다.

이로써 LG그룹 6인 부회장단중 구 회장 취임 이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두 명뿐이다. 숙부(叔父)인 구본준 전 부회장은 지난해 사임했고, 같은 해 7월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꾼 바 있다.

LG전자 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수장을 영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권봉석 사장이 HE사업본부와 함께 이끌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벌이고 있는 8K TV 화질 전쟁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업계 진단이다.

한편 구 회장은 지난달 21일부터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직접 주재하고 있는 중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자 예년보다 2주가량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LG그룹 하반기 사업보고회는 각 계열사별 최고경영진과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다. 구 회장은 보고가 마무리되면 경영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독해진 정의선 부회장, 측근도 과감히 정리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경영 핸들을 잡은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임원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양새다. 임원급은 수시 인사형태로 바뀐 점도 눈길을 끈다.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사업부장은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GV80의 출시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이었고, 완성차 시장 진입이 가장 어렵다는 유럽에서 제네시스 현지법인이 설립된 지 한 달 만이라 업계 안팎에서는 충격이었다. 게다가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중국 부문 사장단이 대거 교체됐다.

각 분야에 걸쳐 전문인력 영입도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R&D를 총괄하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됐다. 이외에 정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외국인 인사들도 각 사업부의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그룹 내부에 깊게 자리 잡은 ‘외국인 인사는 용병’이라는 인식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다.

‘플라잉 카’ 개발을 위해 최근엔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본부장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영입했고, 닛산(NISSAN) 출신의 클라우디아 마르케스(Claudia Márquez)를 영입해 멕시코법인장(CEO)으로 선임했다. 지난 4~5월엔 닛산 출신의 호세무노즈 (Jose Munoz)와 랜디 파커 (Randy Parker)를 각각 글로벌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CEO(최고경영자)로, 미국판매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1950년대생 미등기 부회장단중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의 변동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지만, 올해 3분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6% 감소한 341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손실은 658억원으로 72.7% 확대됐다. 현대로템도 9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확대됐다.

직원들 보직변경 등 정기인사는 12월 정기인사를 발표했으나 최근엔 한 달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K 서린사옥. 사진제공=연합뉴스
SK 서린사옥. 사진제공=연합뉴스

◆사회적 가치 강조 최태원 회장, 글로벌 시장 겨냥한 인재영입 기대 

SK그룹의 인사는 예년처럼 다음 달 초중반쯤 이뤄질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취임 3년차를 맞은 간판 CEO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의 연임 여부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교체되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는 10대그룹 상장사 중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2개사를 제외한 상장 계열사들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3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6% 급감했다.

SK가스가 실적을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 중 가장 큰 증가폭(703.9%)을 기록했지만, 그룹 내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각각 92.7%, 60.5%나 줄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SK텔레콤 역시 영업이익은 0.7% 감소한 3021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호칭을 직책으로 구분하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개선을 시행했기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는 ‘안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대규모 인사보다는 원포인트 인사에 무게가 실린다.

더불어 최태원 회장이 최근 국제 무대에서 사회적 가치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인재의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최 회장 해외출장 시 동행하면서 ‘복심’으로 자리를 잡은 유정준 SK E&S 사장의 이동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그는 2013년부터 SK E&S CEO를 맡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사진제공=롯데지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사진제공=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침체 유통·면세점 향해 칼 빼들까 

롯데그룹은 연말 대규모 인사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지시해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칼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뿐 아니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유통BU와 호텔&서비스BU다. 라이벌 신세계그룹이 선제적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는 측면에서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통BU의 핵심 계열인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8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한 수치다. 소비자들의 상품구매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오프라인 부문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할인점(롯데마트) 부문은 2분기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270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24% 커졌다. 3분기 별도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62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전년 동기 대비 49.4% 줄어들 전망이다. 전자제품전문점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21.4% 줄어든 5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3년 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콘텐츠 차별성 부족해 업계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 지난 4월 출범한 유통계열사 7곳 통합 모바일쇼핑앱 ‘롯데온(ON)’도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호텔&서비스BU은 최대 사업인 면세점의 실적 악화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롯데면세점 2분기 영업이익은 7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3%나 감소,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또한 2016년 48.7%에 달하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7.8%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신 회장의 숙원이자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열쇠인 호텔롯데 상장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국정농단 뇌물 사건이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관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가 있다. 만약 월드타워점(연매출 약 1조원)의 특허가 취소되면 호텔롯데 지난해 매출액(5조4475억원)중 6분의 1가량이 빠지게 된다.

그룹의 또다른 캐시카우인 화학BU도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5% 감소한 3146억원을 기록해서다.

다만 연초 김교현 부회장과 임병연 대표가 각각 화학BU장, 롯데케미칼 대표로 취임했고, 최근 비(非)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어 대규모 인사는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기업 전반에 경영 불확실성·비상경영 등 위기론이 불고 있어 인사를 통한 ‘대대적 혁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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