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도 "효율 강조" 위기경영 선언....신동빈 '과감한 도전'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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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효율 강조" 위기경영 선언....신동빈 '과감한 도전' 어디가고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1.0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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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부회장 "외환, 유동성위기 가능성도....비현실적인 장밋빛 계획 지양해야"
신동빈 회장, 연초 "실패하며 배우자" 도전 강조한 것과 대조돼
'케시카우' 롯데쇼핑·케미칼·면세점, 실적 악화가 직격탄
대법원 판결따라 호텔롯데 상장 '먹구름'도 영향미친 듯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전경. 사진제공=롯데지주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전경. 사진제공=롯데지주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롯데그룹의 경영 및 투자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신동빈 그룹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는데, 1년이 채 안된 상황에 그룹내 2인자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효율’ 기조를 천명, 위기경영을 선언했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재계의 위기경영 기조에 뒤늦게 롯데그룹도 동참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좀더 일찍 이같은 기조로 갔어야할 만큼 롯데그룹의 변화는 수년 전부터 강조했던 ‘옵니 채널(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구축 실패를 비롯해 △새로운 캐우카우인 화학BU의 실적 악화 △신 회장 숙원인 지배구조 개선 지연 등 특수한 처지가 배경이 됐다. 일각에서는 대대적 인사 태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롯데 비상경영 선언..."투자·예산관리 철저히 집행"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150여명의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이 모인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철저해 대비해야 한다”며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장밋빛 계획이나 회사 내외부의 환경만 의식한 보수적인 계획 수립은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황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신동빈 그룹회장의 소신인 ‘빠른 실패(Fast Failure)’를 강조한 경영 기조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그룹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고 밝혔었다.

롯데그룹의 미래전략이 '과감한 도전'보다 ‘효율성’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양대 사업부문인 유통BU(비지니스 유틸리티)와 화학BU의 실적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마트 최악의 부진…3분기 전망도 비관적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이 2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18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할인점(롯데마트) 부문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270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24% 커졌다. 

전자제품전문점 롯데하이마트 역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2% 감소한 701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1.4% 줄어든 5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상품구매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오프라인 부문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런 현상을 대비, 지난 4월 유통계열사 7곳의 통합 모바일쇼핑앱 ‘롯데온(ON)’을 출범시키는 한편 사업부문별로도 30분 배송, 초저가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롯데쇼핑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 경질설이 돌고 있다. 그는 3년 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롯데캐미칼, 어닝 쇼크 우려…구조조정 돌입

그룹의 또다른 캐시카우인 롯데캐미칼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의 시황이 부진하면서 LC USA를 제외한 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아로마틱은 PET 시황 둔화로 2분기 대비 59%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몸집 불리기보다 다운스트림 확장 및 스페셜티 제품 확장, 사업다각화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올해초 취임한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는 최근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영국에서 플라스틱 용기 등의 원료 PET를 생산·판매하는 자회사 LC UK(Lotte Chemical UK)를 멕시코 석유화학 회사인 알펙(Alpek) 자회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비핵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양적 성장만으로는 중동과 중국의 석유화학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세계 7위 화학사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인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세부 전략과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 1조 날개 꺾일까…호텔롯데 상장·지주체제 완성 ‘빨간불’

호텔·서비스BU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최대 사업장인 롯데면세점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2분기 영업이익은 7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3%나 감소,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 3개 매장 사업권을 반납한 후 회사의 시장 점유율 37.8%로 하락했다. 2016년 롯데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48.7%였다.

롯데면세점 실적 악화는 신 회장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체제 완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일본계 지분 99%)를 양대 축으로 한 과도기 상태다. 신 회장은 일본계 지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을 분할합병해 지주사(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 사실상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올해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롯데캐피탈 지분을 매각, 금산분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숙제는 호텔롯데를 한국거래소에 상장, 일본계 지분율을 50% 밑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최근 잇따른 암초로 거래소 상장작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뇌물공여)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관세청은 관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가 있다.

관세청과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월드타워점의 특허취소시 호텔롯데 지난해 매출액(5조4475억원)중 6분의 1가량이 빠지게 돼 상장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초 그룹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위축돼 있어 신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주문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돼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으로 ‘효율 경영’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대대적 인사 태풍을 예고하지만, 이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에서는 지난 9월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2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같다"며 위기경영에 나서면서 위기경영 기조가 차츰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침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도 대표이사 교체와 함께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섰고, 자동차업계와 항공여객업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장기적인 글로벌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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