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야구와 인생은 '9회말 투아웃부터'...한국시리즈와 함께 즐기는 야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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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야구와 인생은 '9회말 투아웃부터'...한국시리즈와 함께 즐기는 야구영화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10.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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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미국여자 프로야구 이야기…’그들만의 리그’
야구계 스티브 잡스 ‘빌리 빈’ 단장 성공 신화…’머니볼’
1승을 그토록 원했던 비운의 투수....'슈퍼스타 감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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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이론으로 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빌리 빈'의 실화, 영화 '머니볼'. 사진=IMDb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가을은 야구다. 1982년부터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의 2019 시즌 최고 팀을 결정하기 위한 한국시리즈가 오늘(22일) 개막한다.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 정규 리그 1위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팀이 펼치는 챔피언 결정전으로 7전 4선승제로 치러진다.

한국시리즈 원년 우승팀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였다.  전기와 후기리그를 실시하던 당시 OB베어스는 후기리그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물리치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기록은 해태 타이거스(기아 타이거즈의 전신)가 가지고 있다. 1983년 이후 2017년까지 총 11회를 우승했다.

뉴욕 양키스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 1940~60년대 양키즈의 황금기를 이끈 그는 양키즈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10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 유명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이 말은 인생에 비유되면서 실패와 좌절을 딛고 끝내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는 명언으로 쓰인다. 과연 어느 팀이 가을 밤하늘에 멋진 아치를 그릴지 기대해 보면서 야구를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을 엿보게 해주는 영화 네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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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들만의 리그' .사진=네이버영화


◆2차대전 당시 미국 여자 프로야구팀의 이야기…’그들만의 리그’

1992년 개봉한 스포츠 코미디 영화. 실제 있었던 '미국여성프로야구리그(All American Girls Professional  Baseball League, AAGPBL)' 선수들의 활약상을 토대로 각색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구선수를 포함한 많은 미국 남성들이 입대하게 되면서 프로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야구 관계자들은 여자선수들을 뽑아 여자들만의 프로야구리그를 창설하기로 한다. 

미국 곳곳을 돌며 선수들을 뽑는 스카우트 눈에 띄어 입단을 권유받는 도티(지나 데이비스)와 키트(로리 페티) 자매 외에도 댄서였던 메이(마돈나), 아버지가 감독인 남자고교야구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타자였던 말라(메간 카바나)등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여자 선수 100여명중 프로야구  4개 구단 62명만이 선수로 뛸 수 있게 된다. 선발전을 치르고 나서 키트는 언니 도티와 함께 '록포드 피치' 팀에  입단하고 둘은 투수와 포수로 팀의 중추적인 멤버로 활약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선수들은 미니 스커트 야구복을 입어야하고,  금연• 금주• 금남을 지켜야하며 정기적으로 예절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구단주의 요구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걸 감수하고 의욕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피치팀의 감독은 6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지미 듀건(톰 행크스). 그러나 슬럼프에 빠진 후 사고로 무릎을 다쳐 야구를 그만 둔 후 폐인처럼  살던 그는 자신의 경력에 비해 하찮은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독에 빠져 선수들을 돌보지 않는다. 감독 대신 도티는 주장으로  라인업을 정하고 매 경기마다 전략도 짠다. 

 

사진=IMDb
에블린(비티 슈람)에게 작전을 설명하는 지미(톰 행크스) 사진=IMDb

그러나 여론은 여성의 남성화라며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어린 소녀들을 가족으로부터 떼어 야구장에 모아놓고 누가 더 남성적인지를 가리고 있다"면서 여자들이 야구를 하는게 낯선 이들은 비웃고 야유를 보내지만 냉대 속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훈련과 경기에 임하자 관중들도 점차 응원하기 시작한다. 수들의 열성에 감동한 지미도 술을 끊고 열과 성을 다해 이들을 지도한다. 

피치 팀의 연승에 한껏 고무됐던 지미. 그러나 전장에서 부상을 당한 남편이 돌아오자 팀내 가장 뛰어난 선수 도티는 야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지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볼멘 소리도 서슴치 않는다.  

 

 “나는 당신이 프로인줄 알았는데. 

애나 줄줄이 낳아 키워요. 다 자기 팔자대로 사는 법이니까.

 

야구와 가정을 병행하기엔 버겁다는 도티에게 지미는 힘든 만큼 가치있는 거라며 설득하자, 도티는 다시 돌아와 포수 마스크와 글러브를 잡는데...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됐던 AAGPBL은 초반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관중들을 모여들었으나 전쟁이 끝나가자 결국은 폐지돼버린 비운의 리그.  

피치 팀 단장(데이빗 스트라탄)은 폐지 소식에 "애국을 빌미로 부엌에서 일터로 끌어내고선 남자들이 돌아오니 다시 부엌으로 내쫓는군요"라며 분노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여자리그의 존재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나 데이비스가 연기한 실존 인물 도티 콜린스는 투수로 6년 동안 17번의 완봉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지나는 데브라 윙거가 캐스팅 불발된 후 뒤늦게 합류했으나 마돈나 등 다른 배우들이 몇 달전부터 해온 훈련을 몇 주 만에 마스터했고, 부족한 부분은 스턴트 대역을 썼다. 반면 다른 배우들은 스턴트 없이 연기했다고.

마돈나가 부른 주제가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네이버
징크스 때문에 경기를 보지 못하는 빌리. 불꺼진 구장에서 라디오 중계를 듣고있다. 사진=네이버영화

 

야구계 스티브 잡스 ‘빌리 빈’의 성공 신화…’머니볼’

1억 1445만7768달러  vs 3972만 2689달러.  2001년 10월, 아메리카리그 디비전 시리즈에 오른 뉴욕 양키즈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수들의 몸값 비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약체 구단중 하나였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디비전에서 패배한 후 세 명의 에이스들은 거대구단으로 트레이드되고,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하는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구단주에게 더 투자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구단주는 부자구단과 경쟁하지 말라며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승리에 목마른 빌리는 경험많고 노련한 스카우트들을 불러모으지만 스카우트 대상 선수들을 놓고 인물에 성격까지 평하며 심지어 애인이 못생겨서 안된다는 둥 한심한 소리를 늘어놓자 발끈한다. 

 

문제는 세상에는 부자구단과 가난한 구단이 있고 그 까마득한 밑에 우리가 있다는 거예요.

불공평한 게임이죠.우린 착취당하고 있어요.부자에게 장기 팔듯... 

그런데 여러분은 한가하게 선수들 몸매나 논해요? 지금 청바지 장사해요? 

 

빌리는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에서 일하던 피터(조나 힐)를 영입해 기존의 아날로그적 방식 대신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에 따라 팀을 짠다. 이 이론에 따라 오직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나이, 외모, 성격, 사생활 등의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다른 구단에서 외면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킨다.

그러나 '머니볼'은 야구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통계로 야구를 분석해 책을 쓴 빌 제임스의 이론이라며 기존 스카우트들은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철저히 데이타 결과에 따라 선수들을 파악해 라인업을 짜라고 감독에게 요구하는데 감독(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스카우트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베스트셀러 '머니볼'(원제 '머니볼: 불공평한 게임을 이기는 기술')이 원작인 영화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다시 쓰며 훌륭한 전략가로 떠오른 빌리 빈 단장의 성공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빌리 빈.사진=연합뉴스
현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부사장인 빌리 빈. 사진=연합뉴스

 

1998년부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을 맡은 빌리 빈은 팀을 5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며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낸 인물. 그는 오로지 데이터 분석 자료로 선수들의 재능을 평가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 트레이드로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연승이라는 최대 이변이자 혁신을 만들어 내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고 있다.

이 영화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래드 피트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 실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 사무실을 오가며 생활했다고. 특히 빌리와 부단장, 감독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캐스팅된 배우들중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었고  1루수 ‘스콧 해티버그’역을 맡은 크리스 프랫은 체중을 30파운드(약 13.5 kg)나 감량하며 해티버그의 걸음걸이, 스윙폼까지 완벽히 습득하며 열연을 펼쳤다.  

 

IMDb
고지식한 아버지 거스와 독립심 강한 딸 미키. 그들은 소통할 수 있을까.사진=IMDb

◆유일하게 야구로 소통한 부녀(父女) 이야기...'내 인생의 변화구'
 

수십 년 동안 야구계에서 역대 최고의 스카우트였던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고 고집불통인 남자다. 게다가 사별 후 홀로 키운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는 훌륭한 변호사로 성장했으나 딸과도 소통이 잘 안 된다.

요가복을 입고 나오니 옷 좀 잘 입고 다니라 잔소리를 하고 남자친구가 변호사면 가족 먹여 살리는데 문제없으니 결혼이나 하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자, 미키는 "저 혼자서도 먹고 살아요"라며 당당히 대꾸한다.

21세기 프로야구의 환경은 그가 활동한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졌으나 선수들 분석 프로그램의 도움을 빌리는 스카우트들과 달리 자신의 감을 믿는 거스는 유일하게 컴퓨터를 쓰지않는 스카우트.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실적이 오르지 않고 설상가상 시력은 점점 떨어져 의사는 실명을 경고하고 구단 역시 그의 판단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고자하는 거스.

 

피트, 훌륭한 스카우트는 야구의 심장이야.

선수발굴은 물론 운좋으면 경기의 틀을 짤 수도 있지.

하지만 컴퓨터는 선수의 본능이나 경기 읽는 능력을 판단 못해.

그런 것들은 컴퓨터로 알 수 없어.

 

위기에 놓인 그는 마지막 스카우팅 여행을 떠난다. 거스의 절친 피트(존 굿맨)로부터 거스의 실명 위험을 전해들은 미키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아버지를 따라간다. 껄끄럽고 불편한 동행에 나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족으로서 소통하기 시작하고.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로 나오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사진=IMDb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로 나오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사진=IMDb

이들 부녀 사이에 중재자로 등장하는 인물 쟈니(저스틴 팀버레이크). 전직 야구선수로 거스에게 스카우트되었던 인물. 부상후 초짜 스카우트로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그는 거스의 경험과 연륜을 인정하며 따르지만 예상치 않은 스카우트 결과에 거스와 갈등을 빚는다.    

거스는 사별한지 30여년이 지난 아내의 무덤 앞에서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떨구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인생이라는 필드에서 더 이상 뛸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인정해야하는 서글픈 상황이다. 그리고 유일한 가족인 딸과 화해를 시도한다.   

'그랜 토리노'를 배우로서 마지막 출연작품이라고 공언했으나, 이 작품 이후 '라스트 미션'에서도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라스트 미션' 역시 가족간의 화해를 다룬 영화.

'황야를 누비던 무법자'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이제는 가족으로 돌아오는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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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을 하고 싶었던 패전처리전문 투수 감사용. 사진=네이버영화

 

◆1승을 거두려는 그의 꿈은 이루어질까…’슈퍼스타 감사용’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은퇴 투수는 총 758명. 그 중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126명 뿐이며 1승 이상 거둔 투수도 43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327명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야구계를 떠났다.

다섯 번의 시즌 동안 통산 61경기 중 1승 15패 1세이브.  

작은 키, 작은 손,  왼손잡이.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감사용은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삼미 슈퍼스타즈' 투수가 된다. 스타 선수 한명 없던 삼미는 개막하자마자 꼴찌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고, 감사용은 선발 등판을 하지 못하고 팀의 패배가 예상되면 나가는 마무리 투수로만 등판한다.

그러던 중 감사용에게도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최강 팀 OB 베어스, 그것도 OB의 간판스타 박철순의 20연승을 눈앞에 둔 경기. 부담이 심한 투수들은 서로 미루고 결국 감사용에게 기회가 넘어온다. 딱 한번 이겨보고 싶었던 감사용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활약상과 감사용의 실화를 가공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원년에 인천을 연고로 출범한 팀으로 1982년 1할8푼8리(15승 65패)라는 깨지지 않는 역대 최악의 전적을 남기며 6개 구단 중 꼴찌를 차지했다

주연 이범수는 오른손잡이지만 왼손투수 감사용 역할을 위해 왼손 투구를 연습했으며 박철순 선수 역할에는 공유, 김우열 선수 역할로 하정우가 나온다.

 

리틀야구단 감독을 맡고있는 감사용 선수
리틀야구단 감독을 맡고있는 감사용 선수

경남 김해가 고향인 감사용은 6학년때 진해 친척 집에 갔다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진해 대야 국민학교로 전학했고, 진해중 2학년 때 체육 선생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산고등학교 졸업 후 야구에 대한 미련을 접고 삼미특수강에 입사했는데 마침 삼미슈퍼스타즈가 진해로 전지훈련을 온 것. 야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그가 선수들 훈련을 위해 연습구를 던지곤 했는데 마침  왼손 투수가 필요했던 터라 삼미슈퍼스타즈에 입단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감사용 선수는 진해 리틀야구단 감독을 10년 전부터 맡아오면서 야구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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