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슬로·비건푸드 열풍]① 채식·유기농·전통음식이 육식·가공식품 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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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슬로·비건푸드 열풍]① 채식·유기농·전통음식이 육식·가공식품 밀어내다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10.16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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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채식주의자 650만명 '급증세'...환경과 건강에 대한 경각심 높아져
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
슬로푸드 슬로건 중 하나인 Food for Change. 사진=슬로푸드 인스타그램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패스트푸드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환경 문제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로·비건푸드 열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에 따르면 20년 전 8만명에 불과하던 미국의 채식주의자 수가 현재는 6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채식(Vegan)’, ‘채식 기반(Plant-based)’이라는 용어 사용과 함께 제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 '채식은 맛이 없다' 편견이 깨지는 중

또한 미국 최대 의료 기관인 카이저 퍼머넌트, 미국 암 연구소 등 주요 보건 건강관련 단체들이 채식 기반의 식단을 권장하고 있어 관련 제품의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은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육류 소비가 탄소 배출량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또 임직원이 사용하는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음식 중 고기의 양을 줄이고 채식 기반의 음식을 늘렸다.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인 저스트잇(Just Eat), 그럽헙(GrubHub)에서는 식물성 식품과 채식 식품의 주문이 증가세다. 뉴욕의 외식 컨설팅 그룹인 바움앤화이트만(Baum+Whitman)은 채식 기반 음식이 유기농 음식에 이은 화제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세계 최대의 식품 회사인 네슬레도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고기는 아니지만 고기 맛이 나는’ 음식이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고기 대체품이 출시된 이래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기 대체품을 구매해봤거나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75%에 달하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

◆ 비건 열풍 주도하는 셀러브리티

비건 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건 유명인사들이다. 비욘세, 나탈리 포트만, 호아킨 피닉스, 브래드피트, 제니퍼 로페즈, 마일리 사이러스, 스티브 원더, 빌 클린턴, 엘고어 등의 유명인사들은 고기와 동물성 식품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사진)는 채식 관련 다큐 영화인 ‘Forks Over Knives’ 를 시청한 후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는 “비건 푸드는 여러분의 생명을 늘리고 더 행복한 사람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음식소비 트렌드인 슬로푸드 운동은 지난 1986년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입점하자 이에 저항하기 위해  페트리니(Petrini) 및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역 전통, 좋은 음식, 미식의 즐거움 및 느린 삶의 속도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수천 개의 프로젝트와 수백만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됐다.

기존에 먹던 익숙한 것만 많이 먹는 우리의 식습관은 이미 생물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국제농업개발연구자문기구(CGIAR)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25만에서 30여만 종의 식물이 자라나고 있으며 이 중 150종에서 200여 종의 식물만이 인간의 음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쌀, 옥수수, 밀 세 가지는 곡류 음식의 약 60%에 해당하는 열량과 단백질을 담당하고 있다.

‘2019 식량농업분야 생물 다양성’ 리포트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지표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환경의 파괴, 공해, 과잉개발 등에 기인한다. 값싼 육류에 대한 수요 증가는 가축 사료를 위한 농경지의 넓은 지역이 특정 곡물 생산을 위한 소비로 이어져 생물 다양성 손실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 식단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물 발자국'

식단과 관련된 지표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수송 및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물이 소비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식품별 물발자국. 자료= Water Footprint Network

1파운드를 기준으로 소고기는 약 6800리터, 돼지고기는 2200리터, 닭고기는 18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평균적으로 채식주의자의 물 발자국은 고기를 먹는 사람의 절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또 방목을 통해 키운 가축의 소비는 양식장 등의 방법을 통해 길러진 가축 소비보다 물 사용량이 적다. 

냉동 식품, 칩, 사탕, 소다 같은 가공 식품은 자연 음식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기계를 가동시키고, 조리하고 포장하여 배달하는 과정에서 물 사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합성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은 오염 물질이 인근 해역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유기농장의 토양은 영양소와 수분을 잘 보존하는 경향이 있어 지하수 오염을 감소시킨다. 또한 현지에서 유기농,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생산된 음식 소비는 물 수출을 감소시키며 수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슬로푸드 USA 2018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로컬 슬로푸드 이벤트에 참가한 서포터는 11만6401명이며 4401명은 실제 멤버 및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0월 미국의 유명 멕시칸 프랜차이즈인 치폴레(Chipotle)는 슬로푸드 USA와 파트너십을 맺어 전국 10개 대도시 지역에 100여 개의 학교 정원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적인 학습 경험은 물론, 음식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준비되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개별 학교에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자금 지원 등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 유통 과정 줄인 로컬제품 인기도 '쑥쑥'

생산~판매 단계가 줄어든 로컬 제품에 대한 인기는 슈퍼마켓 및 레스토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라이트팜(BrightFarm)의 마케팅 담당자인 애비 프라이어(Abby Prior)는 “로컬 제품의 인기는 이미 유기농 제품에 대한 인기를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로컬 음식을 소비하면 지역 농부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사업과 서비스에 재투자 됨으로써 지역 경제에 이롭고, 음식 유통과정이 줄어들어 수확, 세척, 출하 및 유통에 이르는 동안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며 ‘지속가능한 소비’, ‘의식있는 소비’를 하는 고객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미국의 유명 마트에서도 로컬 푸드를 도입·판매·홍보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 기사는 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작성자 김수현)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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