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엔 순발력이, 부부에겐 지구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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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엔 순발력이, 부부에겐 지구력이...
  • 김이나
  • 승인 2015.10.0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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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대화는 오히려 독...평소에 서로에 시간을 내어보자

추석연휴가 지나니 일제히 명절증후군에 관한 뉴스가 뜬다.

직장인이나 학생은 연휴 후 흐트러진 생체 리듬 때문에 힘들어 하고 주부들은 평소 보다 몇 배의 강도로 이어진 가사 노동으로 두통과 근육통 등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평소와는 다른 생활이 밸런스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명절 후유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되지만 또 하나의 명절증후군이 있다. 휴가철이나 명절 이후에 급증하는 부부간의 갈등이다.

왜 하필 휴가철, 명절 후란 말인가? 업무 스트레스도 날려보내고 가족 ,친지와 명절을 잘 쇠기 위해 할애한 귀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한 마디로 이것 또한 평소와는 다른 일상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 마다 맞는 휴가철이 되면 가장들은 마음이 바빠진다.

주말에도 비지니스로 바쁜 가장들도 있지만 취미생활인 낚시나 골프, 등산, 축구 등으로 주말에도 얼굴보기 힘든 가장들도 있다.

직장 일로 얻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대 전제 하에 가족들도 가장의 주말 레크레이션을 용인해주고 있지만 휴가철만은 다르다.

 

휴가철이 다가오면 먼저 아내가 슬슬 시동을 건다.

“옆집 301호는 괌에 간대더라, 윗집 동수네는 제주도 펜션에 간다더라... 산이 좋을까 바다가 좋을까?... 휴가 보너스는 좀 나오지?”

다행히(?) 수험생이 있는 집이거나 아이들이 커서 이젠 가족 여행에 심드렁 해진 집이 아니면, 즉 아직은 놀아달라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개구쟁이들이 슬하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집이라면 우리의 가장은 빠듯한 은행 잔고는 잠시 잊고 나의 만능 키 크레딧 카드를 떠올리며 휴가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실은 대한민국 캠핑 문화가 저변화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도 한다.

아이들이 월요일에 등교 혹은 등원을 하면 교사들이 “주말에 무슨 일을 했나요? 어디 발표해 볼사람?” 하고 물어보면 열에 입곱 여덟은 “저요 저요~”, ”캠핑 갔다왔어요~~” 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빠없는 주말에 고작 피자나 시켜 먹고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나 탔던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내동댕이 치며 엄마 한테 떼를 쓴다는 것이다. 우리도 캠핑 가자고.

이러니 내 새끼 기죽이지 않으려고 기 백만원 하는 캠핑 장비를 구입해서 캠핑족에 합류하는 것이다. 텐트를 치고 숯불을 피우는 아빠에게 아이들은 “아빠 최고~~!!” 라며 “엄지 척”으로 보답을 해주고.

휴가철 역시 이런 연유로 가장의 머리에는 ‘가족에게 봉사하는 시간’으로 입력된다.

시동은 아내가 먼저 걸었으니 어쨌든 떠난다. 산이든 바다든 숲이든.. 낯선 곳에서의 며칠은 무척 낭만적이다.

그러나…이 낭만적인 곳에서의 대화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못하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 아이들도 재우고 난뒤 맥주와 함께 시작되는 부부의 대화는 기승전결로 스무스하게 전개되면 좋으련만, 요즘 속된 말로 기승전 “돈” 아님 기승전 “학원”, 기승전 “시월드” 가 되고 만다.

 

명절이라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명절 때마다 다시 무한 반복되는 기 승 전...”미”결의 난제들....

가족에게 봉사하기 위한 여행이었는데…부모님,친지들과 정을 나누기 위해 명절을 기다렸는데…

이쯤되면 차라리 상사에게 쪼이고 후배에게 치이는 일터로 빨리 탈출하고픈 맘이 들 정도다.

휴가철이든 명절 연휴든 모처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늘 대화하고 불만도 토로하고 서운함도 표현하는 부부들도 명절 스트레스 앞에서 날카로워 지기 쉬운데, 평소에는 대화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려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기 십상이다.

신뢰와 바람직한 관계(relationship)로 기초가 튼튼한 부부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화, 배려, 존중으로 내실화(內實化) 하지않은 부부들은 말 한마디에도 무너지고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치료불능의 상태에 이른다.

 

평소에 1시간 아니 30분, 아니 10분 이라도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보자.

들어주고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차곡차곡 믿음을 쌓아가야한다. 쉽게 말하면 벼락치기 하지 말자는 거다. 꾸준히 예습 복습하면 된다.그게 기초 실력이고 그게 힘이다.

연애에 순발력이 필요하다면 부부에겐 지구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꾹꾹 참으면서 버티란 게 아니고 유쾌하게 건강하게 잘 버티란 거다.

어릴 때 읽은 동화책 맨 마지막 구절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살기 위해서.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 통계청의 연간 이혼통계를 보면 설과 추석을 지낸 직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건수가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가량 많았다.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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