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지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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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지예 칼럼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9.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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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연재 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한 남성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실 예전의 나는 나서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낯선 사람 앞에서 선뜻 이야기를 꺼내는 게 두려워지기도 하고 귀찮아졌다. 굳이 나란 사람에 대하여 깊게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달랐다.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주절주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갔다.

나는 그저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그의 대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결론이나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이나 느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굉장히 따뜻한 느낌으로. 정말로 티타임에 어울리는 넉넉하고 수더분한 대화를 채워갔다.

‘보통 이런 말투는 여자들이 수다 떨 때 하는 건데.’

나는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그들 모두가 여성스러운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 모두가 여성스러운 것도 아니며 여성스러운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게이의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이슈이다.

수다스러운 남성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내 친구가 그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저 남자 혹시 게이 아니야?”

“아니야.”

난 그 남자에게 확인해보지도 않았지만, 그저 친구가 ‘게이’에 대하여 그런 편견을 가지는 게 싫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게이가 아니었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었다. 남자와 여자는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다고. 그런데 그를 보니 그건 틀린 말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흔히들 남자와 여자는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기에 많이 싸운다고 한다. 글쎄, 내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게 아니라 사고방식이 다른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고방식이 다르니 당연히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 남자는 이슬람에 뿌리가 있는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났다. 또 한 남자는 유럽 어느 국가에 뿌리가 있는데 아주 예전에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개신교를 믿다가 지금은 믿지 않는다. 두 사람은 같은 미국식 영어를 쓰지만, 아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혹시 다투게 된다면 그건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화가 나면 둘 다, “What the f***!”이라고 말할 거다!

 

베스트셀러 도서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펴낸 존 그레이처럼 남녀의 차이에 대해 설득력 있게 주장한 이들도 있지만, 그 반대의 입장을 강력히 이야기한 사람들도 많다.

예전 어느 정신과 의사는 남성은 하루 평균 약 7,000 단어를 이야기하며, 여성은 평균 약 2만 단어를 이야기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조사를 하면서 이 주장을 자기 책에서 삭제했다. 심리학자 마티아스 멜은 동료들과 대학생 4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과연 그의 주장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남녀 모두 하루 평균 약 1만6,000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남녀 간 차이는 아주 미묘했다.

 

사실 남자들이 말이 없었던 이유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이전부터 ‘남자다움’을 강요당해 왔었다. 구시대적 발상에서의 ‘남자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남자는 쉽게 울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쉽게 토로하면 안 된다. 그런 남자를 보고는 ‘계집애 같다’고 했다.

 

그런 ‘남자다움’은 사실, 남자들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4배 더 많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한다고 한다. 남자가 우울증을 많이 앓는 이유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도 영향을 끼친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이전보다 감소한다. 그럴 경우 일시적으로 식욕 부진, 피로감, 성욕 감퇴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우울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럴수록, 수다라도 떨어서 우울함을 떨쳐내어야 한다. 요즘 남자들은 이전 남자들과는 달리, 남자들끼리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을 간지러워하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의 작은 이야기나 관심사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것은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친다. 절대 계집애스러운 것도 아니며, 남자답지 못한 것도 아니다.

 

요즘은 친한 친구들끼리 SNS로 단체 채팅을 많이 하곤 한다. 삼삼오오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서로 대화방에 재미있는 것들을 올려 공유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주도로 갑작스럽게 모이기도 한다.

한창 채팅방이 활발한 시간에 한눈을 팔다가 휴대폰을 열면, 메시지가 100개 가까이 와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난 여자들 채팅방만 그런 줄 알았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남자들끼리 하는 채팅방도 방대한 메시지 양을 자랑하더라.

사실 남자든 여자든 말이 많건 적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센스 있는 말을 하느냐가 중요할 뿐. 한 시간을 말해도 5분처럼 짧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5분을 말해도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하긴 좋아하는 사람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라면, “똥!” 한 마디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올 텐데.

 

결국 나와 차를 한 잔 마셨던 그 수다스러운 남자는, 별로 센스가 없는 남자였던 것이다. 말 많은 남자가 말처럼 많은 이 시대에, 남자가 말이 많은 것에 이미 충분히 적응된 나에게 ‘말이 많다’고 느끼게 하다니! 맙소사, 지금 떠올려보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는, 상당히 재미없는 수다쟁이였다. 난 그가 했던 넉넉한 말들을 모두 거기 그대로 두고 나와 버렸다.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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