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우디발 악재로 단기 급등...계속 오를까
상태바
국제유가 사우디발 악재로 단기 급등...계속 오를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9.16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론 공격에 유전 가동 중단...불확실성 확대에 단기 투기 수요 증가
재고·전략비축유 방출 시 안정화 가능...장기 안정화에 무게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소재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발(發) 리스크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예맨 반군이 사우디 원유 생산의 ‘심장부’를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강세 흐름을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부터 배럴당 11.73달러(19.5%)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개장과 동시에 약 2분간 가격이 7% 이상 급등해, 서킷브레이커(매매정지)가 발동됐다.

◆ 美, 공격 배후로 이란 지목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Abqaiq) 원유 탈황시설과 쿠라이스(Khurais) 유전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맨의 후티 반군의 드론 테러 공격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 중 58.2%에 해당하는 57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5.7%에 해당한다.

그간 후티 반군은 잇달아 원유 관련 시설을 공격해왔으나 실제 생산이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본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국가가 이란의 공격을 규탄해야 한다”며 “이란이 공격에 책임을 지도록 우리의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미국은 군사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와 관련 “범인이 누군지 알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고 경고했다. 미‧이란 간 마찰이 심화될 경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고 수위로 치달을 전망이다.

◆ “유가 단기 상승…장기적으로는 안정”

예측 불가능한 사고로 원유 생산이 줄어든 만큼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후티 반군의 추가 공격 위협과 미‧이란 충돌 관련 불확실성은 투기적 수요를 자극, 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국제유가는 10% 수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통상 WTI보다 브렌트유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브렌트유-WTI 간 차이는 8~9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안정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분간 사우디가 생산 차질을 빚더라도 시장에 재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재고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감산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사우디의 원유 재고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 2억 배럴로 추산된다.

또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시장 충격을 대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 역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국 전략비축유를 풀 수 있다. 특히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원유 비축량은 29억3000만배럴로 지난 5년간 평균(29억1000만배럴)보다 2000만배럴 가량 증가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국제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 등 IEA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이 거론되는데다 미‧이란 대화 가능성, 글로벌 경기 하강 기조는 수요 측면에서 국제 유가 상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사우디에서 20일 정도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약 1억2000만배럴 가량 감산이 나타나는데 이중 일부는 재고‧전략비축유 등으로 상쇄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급 이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