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차승원의, 차승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감동 희극…’힘을 내요, 미스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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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차승원의, 차승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감동 희극…’힘을 내요, 미스터 리’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9.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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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스토리(his story)에서 대한민국 슬픈 역사 (history)를 기억하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한 차승원의 휴머니즘 코미디 영화
이계백 감독,절친 유해진 주연의 '럭키' 700만 흥행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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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영수(왼쪽,박해준) 칼국수집에서 일하는 철수. 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가끔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열 권은 족히 될 것’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으로 책의 권수가 정해지진 않을 것이다. 나이테는 해마다 똑같이 생겨난다 해도 누구는 수월하게 누구는 힘겹게 보태어 나간다.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가 간혹 있었던 삶이라면 그 무용담이 술자리 안주라도 되겠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세월호 사고처럼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스페인 하숙'에서 돌아온 차승원. 전직 소방관 '철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용감무쌍한 소방관의 무용담만은 아니다. 한 남자의 스토리(his story)에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history)가 들어있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우리를 힘들게 하진 않는다. 특유의 능글능글한 미소와 툭툭 던지는 대사, 그리고 함께 공연한 쟁쟁한 주조연 배우들과의 유쾌한 케미는 관객을 울다가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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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에게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다.사진=네이버영화

 

◆미스터 리의 미스터리는 과연 무엇?

파마머리, 짙은 송충이 눈썹, 국적이 의심스러운 조각 미남 철수. 수호천사 문신을 새긴 근육질 팔뚝으로 묵묵히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고 있는 남자.

이윽고 그가 입을 떼고 손님을 돌아보며 한 마디. "밀가루는 몸에 안좋아요. 보리밥 먹어요." 동생 부부가 하는 '대복칼국수'의 시그니처, 그러나 비밀을 잔뜩 안고 있는 미스터 리.

어느날 길을 가르쳐 달라는 정체모를 여인의 차에 엉겁결에 탔다가 병원에서 채혈을 당하게 된 철수. 그 앞에 생전 처음 보는 딸 샛별이 등장한다.

그 여인은 사별한 아내의 어머니, 장모였던 것. 장모가 키우던 샛별은 백혈병에 걸려 골수 이식만을 기다리는 중. 결혼을 반대했던 장모는 외손녀를 위해 연락을 끊고 살던 철수를 병원으로 데려온 것이다. 난감하기는 딸 샛별도 마찬가지. 알통을 보여주며 피는 얼마든지 주겠다는 아저씨가 왠지 미덥지 않다.

한편 외출이 금지된 샛별은 친구에게 이승엽선수의 싸인 볼을 선물하기 위해 병원을 탈출하여 대구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철수는 보호자로 따라가게 되는데…

이승엽 싸인볼을 구해준다는 말을 믿었다가 건달들에게 카드를 뺏긴 부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샛별과 샛별을 건달들로부터 보호하려는 철수는 싸인 볼을 얻는데 성공할까. 그리고 무사히 귀경할 수 있을까.

◆차승원, 절친 유해진의 ‘럭키’ 흥행 넘을까

이계벽 감독은 전작 ‘럭키’로 700만 관객을 모은 바 있다. 유해진의 명실상부 첫 주연작이었던 '럭키'는 오달수 주연의 '대배우'가 20만을 채우지 못한 것에 비하면 성공적인 주연 데뷔작. 시나리오가 탄탄했고 이준 등 주조연들의 연기도 돋보였으며 이계백 감독의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출이 돋보인 영화였다.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모든 쟝르에서 완벽한 피지컬에 친근한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차승원은  "그동안 코미디 장르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며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사실 그의 흥행작들은 대부분 코미디물.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르네상스를 열였던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 (1999)에 출연했던 (폭주적으로 잠시 스쳐가는 역할. 같은 영화에서 유해진은 양아치 1로 출연) 차승원은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 영화 전성기의 큰 주역이었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이장과 군수' 등에서 독보적 캐릭터로 흥행에 일조했으며 특히 김상진 감독과는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반면 정극의 흥행은 다소 부진한 편. '국경의 남쪽', '시크릿',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그리고 최근작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 주연작들은 기대에 못 미쳤고 특히 '고산자'는 관록의 강우석 연출에도 불구하고 100만 관객을 채우지 못했다.  

1988년 19세에 모델로 데뷔한 차승원은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려왔으나 정작 본인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즐겨왔다. 무한도전 초기 '무모한 도전' 당시부터 유재석과 연탄을 나르는 등 예능감을 발휘했으며 최근 유재석과 '일로 만난 사이'에서 다시 콤비로 만나 솔직한 토크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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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었던 철수. 부상자들을 구하고 난 뒤 정작 자신은 후유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사진=네이버영화

 

서구적인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순박하고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때로는 눈물을 쏙 빼기도 하는 등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는 차승원.

그가 연기한 전직 소방관 '철수' 이야기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사건 당시 지하철 통로로 진입하여 기계실에 갇혀 있던 12명을 구출한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에 가공의 인물들과 스토리를 더했다. 

제작진은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직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분들도 있으나 그럼에도 영화를 위해 자문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예능 '삼시세끼'에서부터 부부 케미로 최근 '스페인 하숙'까지 호흡을 맞춰온 차승원과 유해진.

절친 유해진이 '럭키'로 달성한 700만을 과연 차승원표 코미디가 넘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날선 공방들로 마음마저 피폐해지는 요즘. 인상 피고 긴장 풀고 푹신한 좌석에서 영화 한 편 보는 여유를 가지는건 어떨까.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노여워하면 한 번 늙는다' 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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