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공적연금 '불안'...사적연금 늘고, 노인 소비 줄고
상태바
일본도 공적연금 '불안'...사적연금 늘고, 노인 소비 줄고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9.13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후에 2000만엔 부족' 보고서 내용에 충격...연금고갈 둘러싼 우려도 점점 커져
KOTRA 일본 도쿄무역관
일본은 전세계적인 노인국가에 속한다. 사진=AP/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노인대국' 일본에서 공적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필요한 노후자금에 비해 연금 지급액이 많이 부족한 것 말고도 연금 자체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불리던 고령층 인구의 소비패턴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KOTRA 일본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 금융청의  시장워킹그룹은 '고령사회 자산형성 및 관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 '노후 2000만엔 추가 필요' 보고서의 충격

이 보고서는 일본이 초장수사회에 들어서면서 공적연금 이외에도 “노후자금 2000만 엔(약 2억2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령 부부의 생활비는 월 약 26만 엔이 필요하고 이들의 평균 수입은 연금을 포함해도 21만 엔에 그쳐 월 5만 엔이 적자인데 30년간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약 2000만 엔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고서 발표 이후 '2000만 엔'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에 충격을 받은 일본 국민들은 연금제도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제도는 크게 전국민 대상의 국민연금(기초연금)과 피고용인 대상의 후생연금(공무원의 경우에는 공제연금) 2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은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사람이 가입 대상으로, 회사원은 물론 자영업자·학생·무직자 등도 강제 가입돼 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이후 만 65세가 되면 노령연금으로 수령 가능하며, 65세 이전이라도 장해연금(병이 생겨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유족연금(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되면 수령할 수 있다.

회사원·공무원 등 피고용인의 경우 국민연금 외에 후생연금을 강제 가입하고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한다.

일본 금융청의 '2000만엔 부족 보고서'가 나온 이후 아베 정권의 연금개혁에 대해 성토하는 야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올해 기준 일본의 국민연금(노령기초연금) 평균 수령액은 5만5464엔, 후생연금(노령후생연금) 평균 수령액은 14만7927엔이다. 

이는 한국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2019년 6월 기준 약 52만원)을 훨씬 웃돌지만, 여전히 일본의 고령 부부 적정 생활비 26만 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 '거시경제 슬라이드', 연금고갈 해결할까

일본은 지난 2004년 노동인구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연금 고갈 문제 대책으로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연금 지급액 수준을 고려해 보혐료를 재계산하는 방식이었지만 고령자 증가와 현역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재계산마다 현역 세대가 내야하는 보험료가 급증하는 문제가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슬라이드’ 방식은 임금·물가 상승률과 향후 수급 인구를 감안해 ‘연금급여’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슬라이드 조정률이 적용되지 않고 물가 하락분만큼 연금 지급액도 하향 조정된다. 임금·물가가 상승하여 연금지급액을 올려야 하는 경우에만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통해 지급액 상승률을 억제하는 것이다.

올해에도 역대 2번째로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적용되었고, 슬라이드 조정률 0.5%가 반영되어 연금액은 0.1%만 상승하게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통해 연금 지급액을 조정해 나간다면 향후 100년간 연금이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 등을 낙관적으로 상정한 결과로 수 십년 내에 연금 적립금이 고갈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적한 ‘노후 2000만 엔 문제’가 거론되면서 계속 연금 수급액을 줄여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마찬가지로 현역세대의 연금보험료 부담을 키우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 공적연금 대안으로 떠오른 사적연금 ‘iDeCo’

공적연금에 대한 불안감 커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사적연금 ‘iDeCo’다. ‘iDeCo’는 '개인형 확정거출연금'을 뜻하는 단어로 ‘확정거출연금법’에 바탕해 2001년부터 시작된 사적연금의 한 형태다.

사적연금 iDeCo의 가입 메리트. 자료=iDeCo 홈페이지
사적연금 iDeCo의 가입 메리트. 자료=iDeCo 홈페이지

금융기관을 통해 가입 가능하며, 월 5000엔부터 적립액을 설정할 수 있고 연금의 운용방식(예금형·투자신탁형·보험형) 또한 자신이 고를 수 있다. 공적연금과 마찬가지로 20세 이상 60세 미만이 가입 대상이다.

공무원과 회사원 등만 가입할 수 있는 후생연금과 달리 자영업자와 학생, 주부도 iDeCo에 가입 가능하다. 특히, iDeCo의 월 ‘거치 한도액’은 자영업자 등이 해당하는 ‘제1호 피보험자’의 경우 회사원이 해당하는 ‘제2호 피보험자’보다 높다. 후생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 1호 피보험자를 우대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 역시 ‘iDeCo’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iDeCo’의 인기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층은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지출을 많이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적연금에 생활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향후 연금수령액이 줄어들 우려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령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주 채널' 셋톱박스 모습
고령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주 채널' 셋톱박스. 사진=Amazon

◆'손주 채널' 인기의 씁쓸한 뒷맛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부터 고령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손주 채널(孫チャンネル)'이다. 

'손주 채널'은 TV나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자식·손주가 보내주는 영상을 상시 볼 수 있는 셋톱박스다. 셋톱박스 설치비용은 1만9800엔이며, 월 1480엔을 내면 항상 이용할 수 있다.

고령자들은 '손주 채널'을 이용해 TV의 큰 화면으로 손주의 영상을 보며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자식들 입장에서도 앱으로 부담없이 영상을 보낼 수 있어 간편하다.

고령자들은 밖에 나가서 돈을 쓰는 것보다 집에 앉아 손주 모습을 보며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교통비가 매우 비싼 일본에서는 직접 손주를 보러가는 것이 금전적 부담이 크므로, '손주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도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근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정규·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02년 기준 153만 명이었지만 2016년 400만 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중 301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노동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은 '생애현역지원 창구사업'을 실시해 65세 이상 취업 희망자에게 구인정보 제공, 기술 계발 등 고령자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리쿠르트웍스 연구소의 오오쿠보 유키오 소장은 “앞으로 점점 더 초고령사회가 되어가면서 고령자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시니어 근로자의 위력이 점점 커질 것이며, 이를 놓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도쿄무역관(작성자 석진우)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