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와 카사노바... 지예 칼럼 ‘Blurred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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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와 카사노바... 지예 칼럼 ‘Blurred Lines’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9.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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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됐는데... 바람을 피우고 싶다고?

 

여기 당대 최고의 록스타가 있다. 이름하야 엘비스 프레슬리!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 등의 히트곡을 남긴 록앤롤의 전설. 물론 대부분(?) 록스타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그 역시도 여성 편력과 인기는 정비례했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던 엘비스. 그는 호텔방을 찾아오는 여성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하루에 여러 명의 여성과 즐기기도 했다. 그를 수행하던 보디가드들에 따르면 그는 작고, 소녀같은 타입을 좋아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는 결국 약물중독으로 인하여 성기능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처녀만을 고집하기도 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즐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18세기, 이탈리아에는 당대 최고의 호색가가 있었다. 그 이름 찬란한, 카사노바. 그는 유혹의 천재였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이 있다. 그의 재능은 바로 그것이었다.

카사노바에게 빠져든 여자들은 국적도 다양했으며, 귀족에서부터 수녀까지 그 정체성 역시도 다양했다. 교황청에서 그를 쫓을 만큼 그의 악명은 유럽 전역에 대단했으며,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 절대 그에게 유혹 당하지 않으려 ‘카사노바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그에게 유혹 당해 버렸으며, 언니와 동생 자매가 함께 그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 엘비스 프레슬리
▲ 카사노바

 

이들 모두 당대 최고의 여성 편력을 가진 바람둥이들이다. 하지만 바람둥이라고 다같은 바람둥이가 아니라는 것!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리고 여자들은 왜, 그들이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간 것일까?

 

엘비스와 카사노바. 이 두 사람은 유혹 방식부터가 달랐다. 엘비스는 정말 록스타다웠다. 물론 그는 여자를 따로 유혹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엘비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가, 그에게 넘어오지 않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남성은 여성을 욕망하며,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들은 초반에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게다가 상대가 엘비스와 같은 남자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가 나라는 여자를 진심으로 욕망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 여자의 방어는 서서히 녹아버린다. 남성미가 철철 묻어나게 생긴 남자가 너 없인 못 살겠다는 듯 한없이 나약한 소년의 모습이 되어버리면? 거의 게임이 끝난 거나 다름없다. 철통 방어 속에 숨어있던 여자의 모성애가 꾸물꾸물 올라와 버린 것이다. 결국 여자는 그와의 밤을 허락한다.

 

Never leave me alone

날 혼자 두지 말아요

Cause I die everytime we're apart

당신과 떨어져있으면 난 죽을 것 같아요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난 당신을 원해요, 난 당신이 필요해요,

그리고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엘비스의 노래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 중에서)

 

하지만 섹스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다. 그렇다. 그와 같은 유형들은 단지 이 순간을 위하여 그렇게 행동한 것일 뿐! 물론 당시 그의 모든 심정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유형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섹스를 즐긴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제 발로 호텔방에 찾아오는 여자보다야 훨씬 더 성취감이 짜릿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카사노바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그는 엘비스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여성을 유혹했다. 엘비스가 자기중심적이라면, 그는 오로지 상대방 중심이었다. 사실 카사노바는 아주 똑똑한 남자였다. 아니 똑똑한 정도를 넘어서 천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여성 편력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 요즘말로 그는 뇌섹남이었다! 그는 16세에 이미 법학박사였으며, 의학, 화학, 수학에도 능통했고, 통계학에도 능하여서 프랑스 국영 복권 조직을 위탁받기도 했었다. 물론 그는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그 외에 역사가, 마술사, 엔지니어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이렇듯 IQ와 EQ를 동시에 타고난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었다. 카사노바는 유혹의 대상이 되는 여자를 관찰하고 그녀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가 되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뿐인가? 그는 그녀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가 되는 동시에 그녀를 위하여 자신이 가진 것들을 모두 희생했다(물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여성을 위해 태어났다고 자각한 나는 늘 사랑하였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하여 내 전부를 걸었다.”(카사노바)

 

그는 상대방의 기분을 잘 파악하여 그녀가 자신을 만났을 때 가장 편안한 안식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현란한 사랑의 기술을 터득하여 모험과 낭만을 동시에 맛보게도 하였다. 그러니 귀족은 물론이요 수녀까지도 그에게 넘어가지 않은 여자가 없었던 것. 그는 섹스에서도 여성을 만족시켜주기 위하여 노력했고, 게다가 피임도 아주 철저하게 신경써서 평생 동안 단 한 명의 여자도 임신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 바람둥이들은 천성적으로 ‘바람둥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암 같은 질환처럼 바람둥이도 이젠 가족력 시대인건가. 어쨌든 그렇게 본다면 인류가 지속되는 한, 바람둥이들도 대대손손 그 유전자를 보존해나갈 것이다.

 

여자나 남자나 바람둥이에게 빠지는 이유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는 우리에게 일생 동안 한 사람만 사랑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은 바람을 통하여 사회적인 통제에서 벗어나는 짜릿함과 자유로움을 맛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본능이다. 사실 대부분의 지구 생명체들은 유전자적으로 한 명의 상대만을 사랑할 수가 없다. 과학적으로 뇌 화학작용에 의한 사랑의 유효기간은 1년 8개월이며,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뇌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사랑하는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성을 보고 본능이 먼저 꿈틀거리는 것은 여전히 어쩔 수가 없다. 우리 모두 사회 안에서 점잖게 그것을 억제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 물론 여자와 남자 사이에 차이는 있다.

 

여자들이 이런 바람둥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녀들은 마음속으로 희망을 키운다.

‘내가 혹시 이 남자를 정착시킬 수 있지는 않을까.’

수많은 영화에서 과거에는 바람둥이였으나 진정한 사랑을 만난 후 변화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맙소사. 이런 영화가 정말 다 망쳐놓은 거다. 사람은 안 변한다. 그렇다, 어른들 말씀이 하나 틀린 게 없다! 그를 길들여보겠다고 나설수록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매력이 또 통해버렸다는 사실에 더욱 더 자신감을 얻어 행동한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소문이 널리 퍼지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엘비스와 카사노바, 두 사람 모두 그 시대에 악명이 높았던 바람둥이들이다. 여자들이 카사노바를 피해 다니자고 굳게 맹세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럴수록 수많은 여자들이 그들에게 호기심을 가졌으며, 평소 욕망에 들떠 행동하지 않던 여자들 역시도 그들을 만나면 호기심에 마음이 동하여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그들은 그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을 기뻐하였다. 그럴수록 더 많은 여자가 자신들을 궁금해 할 테니까. 그러니 바람둥이에게 된통 당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수록, 그의 작업(?)에 도움만 주는 꼴인 거다.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라는 문구를 내건 사이트의 국내 회원 수가 수십만 명이란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좋지 않다. 바람을 옹호할 생각일랑 없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나쁘다. 특히나 그저 지금의 관계가 지루해서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면 더욱 별로다.

 

이왕 바람을 피울 거라면, 정말 바람을 피워야겠다면! 엘비스나 카사노바 정도의 상대방과 바람을 피워라. 바람도 아무나하고 피우지 말라. 현재의 상황이 지루해서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유혹을 당할 정도로 매력적인 상대방에게 끌려라. 남성 호르몬이 철철 넘쳐서 본인도 어쩔 줄 모르는 매력적인 남자, 혹은 뇌섹남에 수려한 외모, 게다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데다가 피임까지 완벽한 아이디얼 러버 정도?

 

‘인생은 짧습니다, 아무나하고 바람을 피울 시간이 없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카사노바와 바람을 피우셔야죠.

아니라면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세요.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 사랑할 시간은, 더 짧답니다.’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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