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천민이 만든 野史, 역사가 되다...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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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천민이 만든 野史, 역사가 되다...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8.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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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에 수록된 기이한 현상들, 광대들 작품이라는 상상으로 만든 영화
여론조작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배계층의 탐욕을 고발
신기한 소품들, 화려한 볼거리와 주연배우들의 케미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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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의신분으로 풍문 조작에 가담하는 광대들.사진=네이버 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웃음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완, 부교감신경의 활성화?  우린 이완되지 않은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명상이나 수면, 침묵 등을 통해 스스로 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TV, 영화, 공연 등을 보면서 그것을 대신해 줄 이를 찾는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광대들이 살았다. 그들은 민중과 함께 울고 웃었다. 광대들, 배우들은 누구보다도 민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다.

과거 그들은 선전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여론을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했다. 나치의 선전부장 괴벨스가 문화를 가장 큰 선전 도구로 삼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광대들 : 풍문조작단'은 조선시대 천민이었던 광대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대부들의 야욕을 그린 영화다.

 

천민이 만들어낸 야사,역사가 되다

세조가 말한다.
"햇빛에 쪼이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야사가 된다"

야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 햇볕을 쪼이면 역사로 평가받는다는 뜻.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패 5인방. 어느날 조선 최고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계유정란으로 왕이 된 세조의 미담과 평판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 야사를 꾸며내 역사로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광대패 리더 덕호(조진웅), 기술담당 홍칠(고창석), 미술담당 진상(윤박), 음향담당 근덕(김슬기), 재주담당 ‘팔풍’(김민석)은 천민 신분이라 거절도 하지 못하고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 조작에 들어가는데...

확성기 사진
거대한 확성기로 민심을 홀리는 광대들. 사진=네이버영화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세조가 원각사를 방문할 때 내리던 향기로운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이들의 풍문 조작으로 인해 세조는 ‘하늘에서 내린 임금’이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가지만...

한명회의 주도로 원각사를 성역화하기 위해 원각사 주변 백성들의 터전에 불을 지르고 쫓아내는 광경을 본 광대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백성들의 삶은 송두리째 뒤흔드는 탐욕스런 지배자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을이 을을 몰아낸 비극적 상황.

게다가 권력에 눈이 먼 한명회는 세조마저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고 광대들을 겁박하는데,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들은 과연 ‘공갈패’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진실패’가 될것인가.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픽션 코믹 사극

‘뜀박틀’에서 러닝을 하는 조진웅. 요즘 말로 '이거 실화냐?'.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낸 발명품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초대형 ‘확성기’, ‘풍등’, '뜀박틀' 등 온갖 신박한 발명품들이 등장하고 특수효과의 달인 홍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원각사에 꽃비를 내리고 금빛 아우라를 가진 거대 불상을 금강산 위로 뛰워 올린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컬러풀하고 기상천외한 작품들은 쏠쏠한 눈요기.

지배계급이 휘두르는 힘의 논리에 결국 스러져가는 천민 광대들과 민중들의 고초를 담아낸 점은 의미가 크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계급 사이의 갈등, 역사 왜곡, 가짜뉴스, 여론 조작 등 여러 가지를 다루다 보니 임팩트가 다소 달리기도.

한명회의 속셈을 알아차린 광대들이 덕호의 스승 말보(최귀화)가 간직한 사육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육신(六臣)의 충(忠)'을 문수산 스님께 전달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육신전'이 쓰여졌다는 설정이다. '육신전'은 조선 전기에 남효온이 지은 사육신의 전기다.

천민이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부담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안쓰럽다.  왜곡만 하지 않는다면, 팩트에 상상력을 더한 것이 바로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영화는 영화일뿐, 지나치게 너무 엄근진 (엄격, 근엄, 진지) 하신 분들만 아니라면 재밌게 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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