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장기화…42조원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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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장기화…42조원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괜찮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2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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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연고점 대비 15% 하락
홍콩H지수 기반 ELS 잔액 42조5999억원
홍콩 시위 확산 시 원금 손실 위험도 배제못해
사진=연합뉴스
홍콩시위가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홍콩증시 주요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아직 손실 위험 구간까지 여력이 남아있지만 잠재적 위험(리스크)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시위가 확산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LS 기초자산으로 주로 활용되는 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는 지난 19일 1만109.15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 17일 기록한 연고점(1만1848.98)과 비교하면 14.7%나 내렸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5999억원이었다. 

특히 올 들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40조208억원으로 전체 ELS 발행액(52조2287억원)의 76.7%에 달했다.

월별로 보면 ▲1월 2조4333억원 ▲2월 3조1932억원 ▲3월 6조8121억원 ▲4월 7조5335억원 ▲5월 7조1205억원 ▲6월 5조943억원 ▲7월 5조5383억원으로 등으로 홍콩증시 강세 흐름에 맞춰 증가하다 지수가 꺾이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달에도 2조9256억원어치가 발행됐다. 

◆ 단기적으로 ELS 녹인 구간 진입 가능성 낮아

ELS는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가격이 원금이 손실되는 녹인(Knock-In) 구간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시점에 원리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증시 호황 속에 조기상환 규모가 증가했으나 3분기부터 증시 부진으로 조기상환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ELS 투자자 역시 조기상환을 기대하기보다 만기상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기상환의 경우 녹인 구간 진입 여부가 중요해진다. 한번 녹인 구간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어서다. 다시 말해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때보다 떨어진다면 원금을 까먹는다. 국내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 대부분 최초 기준가격 대비 35%~50% 가량 하락할 경우 녹인 구간에 들어선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조기상환은 어렵지만 당장 원금 손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지난 1월 2일 연초 종가 9833.69를 기록한 뒤 상승곡선을 그리며 1만1848.98까지 상승했는데 ELS가 고점 수준에서 발행됐더라도 지수가 7700선까지 떨어져야 녹인 구간에 해당한다.

삼성증권은 다음달까지 홍콩H지수의 지지선을 9500으로 예상했다. 전종규 연구원은 “홍콩증시는 시위 관련 위험을 주가에 반영하면서 연중 최저 수준까지 조정이 이뤄졌다”며 “지난주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 중국 정부의 부양정책과 미‧중 무역분쟁 및 시위 진정을 위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中 무력 진압 가능성…2016년 홍콩증시 폭락 재현될 수도”

문제는 홍콩 시위가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중국 당국과 시위대가 가까스로 무력 충돌을 피했으나 여전히 중국 측이 시위 진압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는 홍콩 시위에 대해 폭력 행위로 규정하며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홍콩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개입할 수 있다.

실제 무력 진압이 이뤄질 경우 인명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위 규모가 커진다면 홍콩 금융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까지 가정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속에 불확실성 요인이 늘어난 만큼 변동성 국면이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6년 홍콩증시 폭락을 경험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ELS가 녹인 구간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본다”며 “정치적 사안인 만큼 예측이 어려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는 2016년 2월 12일 종가가 7505.37까지 하락, 당시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수조원 규모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홍콩 시위가 심화될 경우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증권거래소 깃발. 사진=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심화될 경우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증권거래소 깃발. 사진=연합뉴스

◆ 글로벌 자금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 예상

특히 홍콩은 글로벌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 규모 4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금융허브로 통한다.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면서 시위 강도가 높아질 경우 현행 고정환율제도(페그제)인 홍콩달러 가치가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글로벌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지난해 중국 직접 투자금의 70%가 홍콩을 거친 점을 고려하면 중국 금융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ELS 말고도 증시 등이 홍콩 시위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채권‧금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홍콩 시위가 확산된다면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홍콩 시위가 무력 방식으로 치달을 경우 달러 강세 현상이 촉발,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위안화가 추가 약세를 보인다면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안화와의 동조 현상이 강화된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주식‧채권 시장 자금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

홍콩 시위 확산을 기점으로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는 점도 국내증시에 악재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은 커녕 양국의 갈등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미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홍콩‧중국 경제까지 흔들린다면 국내 경기 둔화폭 확대로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홍콩달러와 위안화 가치의 추가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는 원화 가치 역시 동반 급락할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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