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증시 38%↓‧페소화 19%↓…‘포퓰리즘’ 좌파 후보, 대선 예비선거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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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증시 38%↓‧페소화 19%↓…‘포퓰리즘’ 좌파 후보, 대선 예비선거 완승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13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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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선거에서 중도좌파 연합 후보 완승
페소화 가치 하락 압력 심화 예상
마크리 현 대통령 재임중 경기 악화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오른쪽)와 부통령 러닝메이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오른쪽)와 부통령 러닝메이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대선 예비선거 결과에 ‘패닉’에 빠졌다. 친(親)시장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포퓰리즘을 내세운 좌파 후보에게 밀린 탓이다. 당분간 페소화 가치의 하락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리레스 증시 메르발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7.9% 폭락한 2만7530.80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개장 직수 10% 이상 급락한 뒤 점차 낙폭을 키워나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기준 주가는 48% 하락, 지난 70년간 전세계 94개 증시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8.8% 추락해 달러당 57.30페소로 마감했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장 초반 30% 급락,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나 중앙은행이 1억500만달러 규모 달러화를 매각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날 금융시장을 흔든 건 전날 열린 대선 예비선거 결과였다.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47.7%의 표를 받아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32.1%)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복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07년~2015년 집권 당시 환율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시장 개입 경제정책을 펴왔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집권중인 마크리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12년 좌파 대통령 시대를 끝내며 당선됐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공약으로 국민들의 표를 얻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마크리 대통령 집권 이후 3년간 인플레이션율이 55%에 육박했고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집권할 경우 IMF와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마크리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에 있거나 최대 8%에 불과했지만, 대선 예비조사에서 판이 뒤집힌 것이다. 오는 10월 27일 열리는 대선까지는 두 달 가량 남았으나 마크리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시장은 마크리 대통령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보다 위험(리스크)이 적다고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선거 결과에 “약세장 시나리오보다 훨씬 극단적”이라며 “앞으로 몇 주간 페소 가치의 하락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 또한 “투자자들이 두려하는 좌파 포퓰리즘의 귀환을 위한 길을 닦았다”며 “아르헨티나 주식과 채권, 환율이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9년부터 대통령선거에서 예비선거제(PASO)를 도입했다. 대선 예비선거는 우리의 정당별 경선과 유사하지만 당원들이 자기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를 거쳐 본선 진출자를 선출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예비선거역시 대선과 마찬가지로 18세이상 70세까지 의무적으로 전 국민이 1인 1표를 행사해야 한다(16, 17세와 71세 이상만 기권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정당이 내 놓은 대선 후보자 중 투표자는 단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예비선거에서 각 당별 1.5% 이상을 획득한 1등 후보만 본선에 나 올 수 있다. 예비선거 후 3개월내 실시하는 본선 투표이전, 당선 확률이 희박한 3위권 밖 후보들이 지지후보를 정하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등 후보간 이합집산이 일어나는 것이 아르헨티나 대선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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