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 에셉시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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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 에셉시를 추모하며
  • 류지현 튀니지 통신원
  • 승인 2019.08.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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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튀니지 통신원
류지현 튀니지 통신원

[오피니언 뉴스= 류지현 튀니지 통신원] 지난 7월 25일 튀니지의 대통령 베지 카이드 에셉시(Beji Caid Essebsi)가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튀니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튀니지가 ‘아랍의 봄’을 일으킨 첫 번째 아랍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물론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에서는 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고 청년층의 실업 문제 등 여러 가지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에셉시 대통령은 아랍의 봄 이후 첫 번째 민선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며 튀니지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아랍의 민주화를 평화적으로 이끈 선구자’,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리더’라고 칭하는 등 대통령의 별세로 많은 튀니지인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럽에서도 애도를 표했습니다. 현직에 있는 중에 타계해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튀니지의 부촌 '시디아 사이드' 출신

에셉시 대통령은 1926년 튀니지의 아름다운 관광명소 '시디부 사이드'의 이탈리아계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시디부 사이드에서 태어났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의 집안이 부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디부 사이드는 튀니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집값이 매우 비싸죠. 튀니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 사는 동네라고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에셉시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1941년 함맘 리프(Hammah-Lif)지역의 네오 데스토 청소년기구(Neo Detour Youth Oranization)에 합류하면서였습니다. 20살도 안되는 약관의 나이였습니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법률을 공부한후 1952년에 튀니지 바(Tunis bar)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앞서 언급한 네오 데스토 기구의 활동가로서 경력을 쌓아갔던 것이죠.

지난 7월 25일 현직 대통령 재직중 별세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튀니지의 민주화를 이끌며 아랍세계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평가받았다.
지난 7월 25일 현직 대통령 재직중 별세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튀니지의 민주화를 이끌며 아랍세계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평가받았다.

 

튀니지 독립운동 단체에 합류...부르기바 정부에 참여

그뒤 튀니지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하빕 부르기바(튀니지 초대 대통령)를 지지하게 됩니다. 특히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부르기바가 만든 독립운동 단체에 합류,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부르기바 대통령 집권기에 그는 내무장관, 외무장관, 국무총리, 프랑스 대사 등 다양한 직위에 올라 튀니지의 국가기틀을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종신 대통령을 선언하며 장기집건에 들어간 부라기바 대통령에 반발, 1987년 부르기바를 쿠데타로 제압한 벤 알리(Ben Ali) 세력에 합류하게 됩니다. 

2011년 27월, 튀니지의 혁명 즉 아랍의 봄이 시작돼 벤 알리 대통령이 물러납니다. 이어 무함마드 가노치 국모총리는 5명의 시위자가 사망한 다음날 사임했습니다.  

2014년 튀니지 최초 민주대통령 당선...'남녀 평등' 선언 

2014년에 튀니지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으로 열린 대선에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가 취임할 때 나이가 88세나 됐습니다. 그는 선서에서 “모든 남성들과 여성들을 예외없이 포용하는 튀니지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죠.
 
그는 2017년에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위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공식 요구했으며, 직접 샤리아(이슬람 율법)과 튀니지의 헌법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튀니지의 여성들이 비무슬림 남성들과 결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8년 8월 13일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상속권을 갖게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해 무슬림국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게 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젊은이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에셉시 대통령이 재임 기간 여성들의 권리와 평등을 대변하였는데,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변 아랍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낮고 일상에서 제한되는 요소들이 많은 반면, 튀니지는 성평등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튀니지 민주화에 이바지...아랍국서 추모

여성이 남성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그런 사회가 아닐뿐더러 튀니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때때로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청소부 아주머니라도 표준어를 구사할 줄 알며, 여성들이 대부분 약사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카페에서 시샤(물담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셉시 대통령은 인권을 존중하며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주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한평생 노력한 에셉시 대통령. 튀니지 국민들은 대통령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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