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본이 치밀? 허둥대는 건 아베 아닌가
상태바
[데스크 칼럼] 일본이 치밀? 허둥대는 건 아베 아닌가
  • 한동수 기자
  • 승인 2019.08.02 18:19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수 금융산업부장.
한동수 금융산업부장.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의 전략물자관리가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어 한국에 대한 수출품목을 관리하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거짓말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후 한국에 대한 보복을 준비했다. 과거 과오에 대한 사과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본이다. 

1차 공격은 한국의 주력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에 집중시켰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사업 확대를 준비하자 ‘기승전 반도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수출규제 품목을 반도체 소재에 집중했다. 앞으로 수출규제는 한국이 취약한 공작기계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련의 조치를 보면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의 우방이기를 포기한 듯하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기까지 지난 한 달을 냉정하게 거슬러 올라가보자. 허둥대는 건 아베 신조 총리 아니었던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한 각의에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의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한 각의에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의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치밀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 일본은 치밀하지 못했다.

지난 달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국제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일본측 대표는 한국이 안보관련 전략물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한 단 한 건의 근거제시도 없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언론을 통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불화수소가 북한 등에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반박하자 일본 정부는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뒷걸음질 쳤다.

이렇듯 일본이 그동안 보여준 수출규제 관련 조치를 보면 아무런 전략이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지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히면 한국이 사법부의 판단마저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계산에는 한국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 등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노선 다변화나 직접 개발조차 계산에 없었던 듯하다.

아베 총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앞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오는 24일 협정 연장기한을 눈앞에두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선 배제하고 지소미아는 연장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을 경유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물자 유출을 막기위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자행해놓고 한일간 기밀에 해당하는 군사정보는 교환하자는 입장이다. 앞뒤가 맞지않는 주장이다.   

해외언론도 일본의 무모한 수출규제 비판

아베 총리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또 있다. 해외 언론의 시각이다.

세계 유력 언론들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반도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교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역시나 명확한 근거는 내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0일 ‘한일 무역분쟁 사이에 울리는 트럼프의 메아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세계의 지배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다. 만약에 일본이 수출을 중단하면 그 고통은 전 세계 기술 공급망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일간 지정학적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자해'(Japan's self-harm)는 더욱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호에서 “지난 6월30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자유무역 질서를 옹호했던 아베 총리가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면서 “일본이 물을 제대로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무역전쟁이 아베 총리의 명예 실추뿐 아니라 일본 기업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것”이며 “미국과 일본의 관계도 불필요하게 꼬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도중 눈을 감고 상념에 젖은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도중 눈을 감고 상념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日반도체 전문가 “아베는 석고대죄해야 할 것”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와 내각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노가미 다카시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1일 TBS 교통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제한할 경우 앞으로 5년내 일본 반도체 소재 산업은 붕괴할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는 국민앞에 석고대죄 해야할 일을 무모하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2011년이후 무역수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8888억엔(약 9조7000억원)적자다. 앞으로 한국이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시작하면 결코 일본 경제에 유리한 조치가 아니다.

특히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1차적으로 일본 기업에 대한 규제다.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에 대한 규제다. 한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의 카미카제식 무모한 도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도 이번 수출규제 조치로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개헌선인 3분2 의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몇몇 언론에서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의 승리 운운했지만 일본내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승리라고 하는 이들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생방송으로 중계된 모두 발언해서 강도높은 발언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생방송으로 중계된 모두 발언해서 강도높게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베는 극우 정치세력 ‘일본회의’ 꼭두각시?

일본 교도통신 기자출신인 아오키 오사무의 저서 ‘일본회의의 정체’를 보면 일본의 종교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극우세력 ‘일본회의’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을 움직이는 정치집단이다. 이 책에선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헌도 ‘일본 회의’의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선 아베 총리가 일본회의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폄훼하고 있다. 이 주장이 맞다면 일본의 이번 조치는 극우세력의 비호를 받는 아베 정부가 ‘일본회의’의 요구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지 치밀한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일본은 이제 경제적으로는 잃어버린 30년을 맞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면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산 쌀을 선수단 급식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후쿠시마에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장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막가는 듯한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다.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도 점차 퇴로가 막히는 듯한 분위기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대(對)한국 수출 제한품목이 될 수 있는 공작기계 업체 등이 크게 하락한 것이 반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한달동안 예고했던 대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행한 것이 전부다. 치밀한 전략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궁지에 몰리게 할만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멋대로 세계 무역시장을 교란시키는 악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왕좌왕하고 허둥대는 아베 총리의 앞길이 분명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자유민 2019-08-07 12:27:52
허허--나름 열심히 분석하셨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나도 한국인이기에 일본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과거 사과를 한번도 안했다는데 내 기억에는 화끈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하게는 여러번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금번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파기는 양국 모두에게 피해가 되지만
문제는 어느 나라가 더 크냐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닐까?? 그래서 문제다...

따라서 지리적이나 정치적으로 볼 때 한미일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과거 배상은 아쉬움이 많지만
그 돈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자위하고
함께 가야 함께 산다는 것을 강조했더라면 어땟을까요??.

박현수 2019-08-06 10:44:51
훌륭한 분석입니다. 일본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한 형태를 보입니다. 이번 기회에 일치단결하여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2019-08-04 15:41:03
기사 초반 일본은 과거 과오에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에서 거름

선진 2019-08-04 14:09:45
제대로 된 분석기사네요...좋은정보 얻고갑니다~

전킴 2019-08-03 13:16:03
일본에서 수입되는 농수산물에 대해 방사능검출 수치만 공식적으로 공표한다면 내년에 치뤄질 올림픽은 폭망할 것 이고 전세계에의 일본의 입지는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아베를 들고 있는 카드도 그다지 없으면서 공격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이기회를 살려 망조의 길로 들어서는 일본을 확실하게 짖밟아줘야 한다!
국민들을 믿고 강하게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