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만 몰랐던 오비맥주의 '카스'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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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만 몰랐던 오비맥주의 '카스' 인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7.29 18: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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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도매상 이기주의 만연...소비자는 뒷전
오비맥주 카스. 사진=연합뉴스
오비맥주 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오비맥주가 최근 ‘카스’ 출고가를 일시적으로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 가격 인상 당시 사재기로 재고를 쌓은 도매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각자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맞잡은 손이 어긋난 셈인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소비자는 양쪽 모두로 부터 배제돼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맥주 ‘카스’와 발포주 ‘필굿’ 출고가를 일시 인하해 판매 중이다. 기간은 다음 달 말까지다.

가장 많이 팔리는 카스 병맥주 500㎖는 기존 1203원에서 4.7% 낮아진 1147원에, 생맥주 케그(20ℓ)는 3만3443원에서 15% 인하한 2만8230원에 공급 중이다. ‘필굿’ 역시 355㎖캔와 500㎖캔을 각각 10%, 41%가량 낮춰 도매상에 넘긴다.

제조사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도매상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지난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 ‘보이콧’을 선언했다. 재고 처리를 위한 ‘물량 떠넘기기’라는 게 도매상들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도매상들은 가격 변동 소식을 접하고 사재기를 한다. 제조사로부터 1000원에 공급받던 제품이 1200원으로 오른다고 하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한 후 인상된 출고가를 적용해 중소상인·소매점에 넘기면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들어 수차례 ‘카스’ 가격을 조정했다. 지난 4월 카스 병맥주(500㎖)의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4.9%(56.22원)으로 올렸다. 이어 지난달 말 국세청이 예고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도 할인가를 적용했다. 이번 일시 출고가 인하까지 포함하면, 넉 달 동안 ‘인상→일시 인하→원상복구→일시 인하’를 반복한 셈이다.

출고가 변동 소식을 들은 일부 도매상 입장에서는 사재기를 안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가격 변동에 따른) 사재기는 도매사의 선택이지 회사가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도매상과 오비맥주이 서로 탓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다.

출고가가 조정될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건 소비자다. 가격 인상 전 식당이나 주점에서 약 3000원에 마실 수 있던 맥주 500cc 한 잔을 최대 5000원까지 내면서 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마시는 맥주가 출고가 인상 전 제조된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 만들어진 상품인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언제 출고한 맥주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식당 주인에게 따져물어 정가에 마시는 이들도 거의 없다. 소심하게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비스나 잘 챙겨주세요’로 끝나는 게 대다수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4년 ‘담뱃값 인상 사태’를 들 수 있다. 당시 상당수 소매점에서는 가격 인상 전 공급받은 담배를 2500원에 판매하지 않고, 재고를 쌓았다. 4500원이 된 시점부터 내놓으면 2000원의 이득을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담배 품귀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번 카스 출고가 기습 인하 사태 역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우선 오비맥주는 경쟁사와 가격경쟁(하이트진로 ‘테라’ 500㎖ 병 1146.66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도매상들은 가격 인상 전 확보해둔 물량을 제 가격에 넘기기 때문에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중소상인들 역시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마당에 웬만하면 맥주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제조사와 도매상간 이전투구를 보면서 그동안 밀려드는 수입맥주 속에서도 국산 맥주를 지켜줬던 소비자들 만 안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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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07-30 09:53:01
중간 상인들 수준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