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㉒유상증자 위해 분식회계·주가부양...‘유아이에너지 복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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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㉒유상증자 위해 분식회계·주가부양...‘유아이에너지 복합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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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부시절 ‘최규선게이트’의 최씨 주도
유아이에너지 대표이사 취임 후 횡령‧배임
유상증자 전 관리종목 지정 피하려 분식회계
사진=MBN보도화면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최대주주 혹은 경영진이 불공정거래를 벌일 때에는 분식회계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건은 ‘복합사건’으로 분류된다. 특히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포괄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지면서 금융감독원도 복합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 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의 최씨가 주도한 ‘유아이에너지 복합사건’이었다. 최씨는 1980년대 미국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1990년대 김 전 대통령의 대외 담당 보좌역을 맡은 인물이다. 

특히 최씨는 2002년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에게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의 자금을 전달하는 등 광범위한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유아이에너지 대표이사 취임 후 자원·광물개발 사업 시작

‘유아이에너지 복합사건’은 최씨가 출소한 후 2006년 12월 유아이에너지를 인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1987년 설립된 유아이에너지는 가스공급유량측정장치 등 기계설비 제조를 하는 회사였다. 최씨는 회사의 업종을 자원·광물개발 등으로 변경하고 멕시코·중동 지역 등지에서 관련 사업에 나섰다.

실제 2007년 11월 유아이에너지는 이라크에 위치한 B광구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다. 당초 이 컨소시엄은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7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유아이에너지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풍문에는 2005년 이라크 대통령으로 당선된 탈라바니 대통령, 바르자니 총리와 최씨의 친분이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유아이에너지는 또 이라크 정부에 4350만달러 규모의 이동식발전설비(PPS‧Packaged Power System) 공급하는 사업 등을 진행했다. 

◆ 관리종목 지정 피하려 대손충당금 설정률 낮춰

그러나 2011년 11월 금감원 조사국이 유아이에너지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회계감독국이 이 회사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었다. 회계감독국은 유아이에너지를 대상으로 한 심사감리(매년 무작위표본추출방식에 의해 선정된 거래소‧코스닥상장법인을 감리) 중 최씨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 조사국과 검찰에 통보했다. 

조사 결과 유아이에너지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2006년 12월 PPS 공동진출을 위한 협력 각서를 제1단계 51메가와트 PPS 설비의 공급‧설치 사업을 진행해 왔다. 회사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이 사업에 대한 매출채권으로 3750만달러를 계상하고 있었다. 총 자산 643억원의 65%가 넘는 금액이었다.

당시 유아이에너지의 외부감사인이었던 S회계법인의 담당 회계사는 PPS 매출채권의 회수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어 매출채권 잔액의 25%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25%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했을 때 유아이에너지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는 점이었다. 실제 회사가 관리종목에 지정됐다면 9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최씨는 2011년 3월 11일 담당 회계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3750만달러 중 715만달러가 일주일 후 회수될 예정이므로 2010년 재무제표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25%보다 낮게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회계사는 실제 돈의 입금 여부를 확인한 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최씨는 법인통장을 가져간 뒤 18일 PPS 매출채권 715만달러 내역이 확인되는 통장을  다시 재무팀에 돌려줬다. 담당 회계사는 22일 회사를 방문해 이 법인통장을 확인하고 재무재표일 이후에 715만달러가 회수된 사실을 반영해 매출채권에 대한 충당금율을 25%가 아닌 13.5%로 낮췄다. 그 결과 회사는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씨는 또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PPS 매출채권 715만달러 회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가 배포되기도 했다. 그 결과 기사가 보도된 같은달 21일 유아이에너지 주가는 전 전일 대비 6% 상승했다. 이튿날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 개인 회사 이용해 3551만달러 가로채

하지만 2011년 7월 회계감독국의 심사감리 담당 조사원은 유아이에너지의 거래명세서를 의심하게 됐다. 거래처인 이라크는 중동에서도 전쟁이 빈번한 지역인 데다 회사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였다. 이에 PPS 매출채권 회수와 관련 회사에 은행에서 발급한 거래내역증빙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또 거래명세서를 발급한 외환은행 강남역지점에 직접 방문, 실제로 그 증빙을 발급했는지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1년 3월 18일 715만불이 법인통장으로 입금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유아이에너지가 감사인에게 제출한 법인통장과 금감원에 제출한 거래명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원은 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외교 통상부의 협조를 얻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에 직접 공사대금을 유아이에너지에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놀랍게도 정부 측에서는 회사에 대부분의 공사대금을 이미 지불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실제 정부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총 4151만달러를 지급했다. 그런데 최씨가 3551만달러를 개인 회사를 이용해 중간에 가로채고 회사에는 600만달러만 입금한 것이었다.

◆ 유상증자 위해 허위사실 보도자료 배포

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한 조사원은 검찰에 긴급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조사국에도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조사국은 최씨의 횡령 사실 이외에도 유전개발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트려 유상증자에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했다. 유아이에너지는 10억원 규모의 소액공모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청약일인 2011년 10월 20일 단 한명의 청약자도 없자 주가 부양을 위해 이튿날 오전 9시 반에 ‘이라크 바지안 광구에서 대량의 천연가스를 발견해 약 9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허위 사실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결과 회사 주가는 급등했고 청약자들이 몰려 유상증자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검찰은 금감원 조사 내용을 토대로 최씨를 횡령·배임 및 외감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에서는 최씨가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430억원 중 196억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결국 최씨는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씨는 1심 선고 후 녹내장 등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틈을 타 도주했다가 2주 만에 체포돼 징역 1년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두 건의 사기 혐의가 있어 2심에서는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회사에도 벌금 10억 원이 선고됐으며 회사는 2012년 9월 26일 완전자본 잠식을 사유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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