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실적 부진’ 삼성전자‧하이닉스 목표주가 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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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실적 부진’ 삼성전자‧하이닉스 목표주가 올리는 이유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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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Q 실적 발표 후 주요 증권사 오히려 목표주가 올려 잡아
마이크론·도시바 이어 SK하이닉스까지 감산 대열 합류…수급‧업황 개선 기대↑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 전망..."규제 현실화되면 목표가 추가로 높일 것"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11년만에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11년만에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증권사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향후 전망까지 부정적인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에 빠진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4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한달 전보다 3.1%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7만9800원에 장을 마감하며 같은 기간 15.8% 올랐다.

◆ SK하이닉스 ‘어닝 쇼크’ 실적에도 목표주가‧투자의견 상향

SK하이닉스는 전일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6376억원으로 전분기(1조3665억원) 대비 5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5739억원)과 비교하면 89%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시장 예상치(7441억원)를 14% 가량 밑돌아 ‘어닝 쇼크’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은 6조4522억원으로 전분기(6조7227억원) 대비 5%, 지난해 동기(1조371억원)보다 38% 줄었다.

특히 실적 발표 직전 골드만삭스가 22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6만9000원에서 9만원으로 높이고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해 눈길을 끌었다.

실적 발표 이후에는 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렸다.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하이투자증권으로 기존 7만9000원에서 10만3000원으로 30.3%나 올려 잡았다. 현대차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역시 각각 기존 8만2000원, 7만9000원에서 9만8000원, 9만5000원으로 올렸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목표주가(10만원)를 유지했으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전분기(6조2300억원) 대비 4.33%늘어난 6조500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시장 예상치(6조800억원)을 6.9% 가량 웃돌았으나 최대 1조원 가량의 디스플레이 관련 일회성 이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1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상향했다.

◆ SK하이닉스, 11년 만에 감산 발표…투자심리 개선

시장의 기대감을 키운 건 2008년 이후 11년 만에 나온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감산 계획이었다.

회사 측은 같은날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경기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라인을 비메모리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D램의 캐파(CAPA‧생산능력)은 올 4분기부터 줄어든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같은 지역의 M16 D램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도 늦춘다.

특히 SK하이닉스 실적을 이끄는 D램의 글로벌 시장은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메모리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을 만든 서버용 D램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고객사의 재고가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와 같은 가격 하락 속도라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연내,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상반기 안에 D램 부문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감산 발표를 업황 개선의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이 지난 3월 실적 발표에서 D램 웨이퍼 투입량을 5% 줄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SK하이닉스까지 가세하면서 공급 조절 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낮아지는 한편 가격 상승에 대비하려는 고객사들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시장 점유율 43%)와 SK하이닉스(30%), 마이크론(23%) 등 ‘빅3’가 과점 체제로 감산은 시장 점유율 하락을 뜻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잇달아 감산에 나선 건 업황 회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D램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의 공급 감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수급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업계 내 재고 감소와 고정 가격의 하락율 둔화, 미세공정 전환으로 인한 수익성 급락에서 서서히 벗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또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1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10% 감소시키겠다고 밝힌 데에서 감산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충북 청주 M15 낸드 공장의 증설 계획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마이크론, 도시바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낸드 감산 규모를 키우면서 D램에 앞서 낸드의 업황이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시바의 경우 지난달 일본 요카이치 공장 일부 생산라인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한 후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공급사 재고 수준을 낮추면서 수급 상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낸드는 빠르면 올 4분기, D램은 내년 1분기에 업황이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로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가격 상승에 대비하려는 고객사의 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로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가격 상승에 대비하려는 고객사의 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수출규제 장기화한다면 생산 차질”…업황 회복 기대감 높여

더불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업황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고객사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해 물량을 확보하면서 수요가 늘어나 업황이 개선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소재 재고 소진이 예상되는 다음달 말에도 일본의 소재 통관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세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의 목표가 현실화한다면 수출규제 품목이 857개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 여부가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두 기업이 선제적으로 가동률을 하향 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한다면 목표주가를 추가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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