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넘보는 통신사, 통신서비스 뛰어든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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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넘보는 통신사, 통신서비스 뛰어든 은행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2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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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가입자대상 최고 연 5%이율 적금 출시
KB국민은, KB금융 어플깔린 알뜰폰 출시
은행-통신사, 서비스 경계 허물어져
핀테크시대, 은행-통신사 합종연횡 본격화
통신업계와 금융권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업계와 금융권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통신사와 은행권의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통신사는 금융사와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새 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반대로 금융권은 통신사의 기존 망을 활용한 알뜰폰 사업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두 분야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성장 정체, 신성장동력 창출 등 각자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돌아가며 통신과 금융 동맹은 앞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통신서비스 가입을…금융 속 파고든 IT

모바일 뱅킹 발전과 확대로 은행 오프라인 지점에 갈 필요 없이 모바일로 계좌를 만들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IT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모바일 뱅킹은 '그림의 떡'이다. 은행 지점 방문이 이들에게 더 정확하고, 안전하며 빠른 방법인 셈이다. 

모바일 뱅킹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단연 '보안'이다. '돈'이 오가는 만큼 본인확인이 중요하다. 때문에 공인인증서, 본인확인, 암호입력 등 여러 보안 절차를 거친다. 그래서인지 스마트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모바일 뱅킹은 눈에 보이지만 다가가 잡을 수 없는 '유리천장'과 같다. 

조금 더 편한 방법이 없을까.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유심(USIM)칩을 단말기에 넣으면 공인인증서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국민은행의 금융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유심칩은 가입자 식별 모듈(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 IC 카드로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에 삽입된 유심칩으로 가입자를 식별한다. 각각의 유심칩에는 고유 번호가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은행 유심칩을 금융서비스를 위한 본인 확인 용도로 활용하고 기준 공인인증서 등 다른 본인확인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뜰폰 사업에 도전장 내민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또 알뜰폰 사업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저렴한 통신비와 함께 금융서비스의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알뜰폰 사업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통신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하기에 알뜰폰 사업자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위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알뜰폰이라고 하면 고령의 고객들이 사용하는 저가폰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내놓을 알뜰폰은 올 초 국민은행이 갤럭시S10에 자사 금융 상품을 결합해 출시한 '갤럭시KB스타 S10'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에는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 생명, 캐피털, 저축은행 등 국민은행 7개 계열사의 금융 앱이 선탑재돼 있고 자주 사용하는 계좌를 바로 볼 수 있는 계좌뷰, 퀵메뉴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KB국민카드를 통해 통신요금 자동이체를 선택하면 소비자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리브똑똑 앱으로 송금하면 포인트도 지급한다. 국민은행 알뜰폰은 스마트폰에 금융 앱을 제공하고 공인인증서 인증을 생략한다든지 각종 금융 서비스 사용 때 통신요금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T하이5 적금 티저 광고. 제공=SK텔레콤
T하이5 적금 티저 광고. 제공=SK텔레콤

◆출시 한 달 만에 4만명 SKT의 'T하이5 적금'

금융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통신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이 5월 말 모바일 금융 플랫폼 핀크 그리고 DGB대구은행과 함께 출시한 'T하이(high)5 적금'은 개설 한 달 만에 가입자 4만명을 돌파했다. 은행별로 수 많은 적금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이 상품은 연 5%의 고금리 혜택으로 가입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T하이5 적금은 기본금리 2%에 SK텔레콤 소비자에 한해 우대금리 2%를 제공한다. 여기에 이동전화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면 1% 캐시백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섰고 은행권 적금 상품보다 더 높은 주목도를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해 설립한 핀테크 업체 핀크를 운영 중이다. 이달 1일자로 권영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권 대표는 SK텔레콤과 하나카드에서 모바일과 핀테크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마케팅 전문가다. 

권 대표는 "통신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와 대출 중개 모델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핀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고객 니즈와 핀테크 트렌드를 결합해 핀크 하나만으로도 알차고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는 유상증자로 소비자 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준비에 나선다. 양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 납입일은 오는 30일이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는 핀크를 통해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및 개인 맞춤형 대출 추천 모델 사업 등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와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는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금융사업 확장 중인 KT

통신 라이벌 KT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로 금융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 로밍 이용횟수, 단말기 납부금액 등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해 카카오뱅크와 차별화에 나섰다. 1월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케이뱅크xKT멤버십 더블혜택 체크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면서 지분율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통신업과 금융업의 시너지 확대는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다. 

케이뱅크는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끄겠다고 나섰지만 절반의 흥행에 그쳤다. 케이뱅크는 12일 주요 주주들로부터 276억원 규모(약 552만주)의 주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케이뱅크의 총 자본금은 5051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애초 예고했던 412억원(약 824만주)의 증자는 이루지 못했다. 주요 주주 중 KT(10.0%)와 우리은행(13.79%)은 증자에 참여했지만, NH투자증권(10.0%) 등 다른 주요 주주는 불참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브릿지 증자에 이어 대규모 증자를 준비 중"이라며 "안정적 운영과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 기술 확산 및 정착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18일 발표한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금융 분야는 규제특례 26건 처리로 양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부처간 합의가 안되거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신청이 실증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효율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취지대로 신산업 창출 마중물이 되려면 규제 샌드박스의 역할 재정립, 심의기구·신청창구 일원화, 핵심 규제개혁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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