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카스’ 일시 할인판매…테라 돌풍·日 불매운동 겨냥한 '일석이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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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카스’ 일시 할인판매…테라 돌풍·日 불매운동 겨냥한 '일석이조' 전략?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7.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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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카스’(왼쪽)와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오비맥주·하이트진로
오비맥주 ‘카스’(왼쪽)와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오비맥주·하이트진로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테라 돌풍’에 대한 압박 때문일까. 아니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일본 맥주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한 전략일까.

오비맥주가 2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맥주 점유율 1위 ‘카스’와 발포주 ‘필굿(FiLGOOD)’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한다.

오비맥주의 할인판매에 따라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낮아진다.

발포주 ‘필굿’은 355㎖캔와 500㎖캔은 각각 10%, 41%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한다. 인하된 출고가를 적용하면 355㎖캔은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비맥주의 맥주·발포주 일시 가격 인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세법상 제조업체가 가격을 조정할 때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데, 이는 분기에 한 번만 하면 된다. 따라서 7~8월 가격 조정과 관련한 신고는 10월에 하면 되는 것이다.

테라 TV 광고. 사진=하이트진로
테라 TV 광고. 사진=하이트진로

◆오비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카스 가격 인하 왜?

오비맥주가 갑자기 카스를 할인 판매하는 까닭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의 폭풍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4월4일 카스 병맥주 500㎖의 공장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4.9%(56.22원)으로 올렸다. 종전 인상 시기는 2016년 11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당시 하이트진로(참이슬 3년6개월)와 롯데주류(처음처럼 3년4개월)보다 가격 인상 시기가 짧아 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무엇보다 해당 시기는 ‘주세법 개정’을 논의하던 시기다. 기재부는 주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런데 세법개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비맥주가 카스 출고가를 올려버린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단란주점중앙회, 유흥음식업중앙회 등은 오비맥주가 종량세 시행 후 주세가 하락으로 원가가 줄어들어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가격을 올려 수익을 보전하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출고가를 355mL 캔 1238.95원, 500mL 병 1146.66원으로 책정했다. 이 회사 스테디셀러 ‘하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테라는 지난달 29일 기준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억139만병을 기록했다. 또한 출시(3월 21일) 한 달 만에 3200만병을 기록, 다른 맥주들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했다.

하이트의 경우 출시 한 달 판매량은 394만병이었다. ‘카스’는 2424만병, 롯데주류 ‘피츠’는 1500만병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테라’는 흥행성적은 역대급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중인 서울의 한 마트. 사진=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중인 서울의 한 마트. 사진=연합뉴스

◆카스, 수입맥주·일본 불매운동 틈새 겨냥

수입맥주의 성장세로 잃었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기도 최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입맥주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관세청이 집계한 올해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79만달러(약 856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가량 줄었다. 2분기에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3억968만달러(약 3520억원)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특히 일본맥주는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 채널을 가리지 않고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이달 1~21일 일본맥주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34.5% 감소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첫째주에는 24.2% 줄었고, 둘째주 33.7%, 셋째주 36%로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맥주를 대표하는 ‘아시히’는 이마트 기준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맥주 2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기린’도 전체 7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의 무서운 추격과 ‘꼼수 가격 인상’ 논란을 만회하기 위해 할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맥주의 전체적인 성장세 둔화와 관련 시장 강자였던 일본맥주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겹쳐 타이밍도 좋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측은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며 “소비자 혜택 증대에 초점을 맞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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