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이어지는데...'생산차질 우려' 삼성전자‧하이닉스 왜 오를까
상태바
日 수출규제 이어지는데...'생산차질 우려' 삼성전자‧하이닉스 왜 오를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23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매수세 이어져...생산차질 우려보다는 재고소진 기대감 커
소재 국산화' 필요성 확대...관련 업종 수혜 예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일 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또 소재 업체들의 경우 국산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후 2시 24분 현재 4만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21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1조82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SK하이닉스 또한 7만8800원에 거래되며 4일째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 참의원 선거 끝났지만 수출규제 지속

당초 일본이 지난 4일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까지만 해도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민당‧연립여당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수출규제를 활용했다면 선거 이후에는 그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이 개헌에 필요한 의석(전체의 3분의 2‧164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선거 이후에도 수출규제 판도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양국은 23‧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 정식 의제로 상정된 수출규제를 다룬다. 이 자리에서 국제 여론을 살핀 뒤 대화와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의 새 분수령은 다음달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 대상) 제외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령 개정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각료회의의 의결을 거치면 3주 뒤 시행되는데 빠르면 8월 중순께 이뤄진다.

다음달까지 수출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증시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수출규제 외에도 새로운 규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 韓 반도체 업체 재고 소진 기대감에 주가 상승

다만 일본 수출규제 강도가 높아진 후에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생산 차질에 대한 불안감보다 업황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부터 한국향(向)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세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이들 소재의 2~3개월분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 기간(최장 90일)에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일정을 조절해야 한다. 

생산을 중단할 수 없는 업체들은 곤란한 상황이지만 메모리반도체 업황 측면에서 접근하면 공급 차질에 따른 수요 증가와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업황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재고 수준이 낮아지는 한편 공급 과잉 현상도 완화될 전망이다.

물론 여전히 D램‧낸드의 거래량이 부진한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당장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한‧일 간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고객사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후 단행하는 수출규제 역시 자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아베 총리의 ‘게릴라성’ 규제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고객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특히 고객사들이 업황 둔화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고를 소진해온 만큼 재고 축적 여력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 ‘국산화’ 흐름에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 주목

더불어 일본 규제의 타깃이 된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소재 국산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수출규제가 장기화할수록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서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산 소재 비중을 점차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 법인세 감면 등으로 지원책을 펼친다면 소재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일본 소재 업체들의 경우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출규제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또 그간 이들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테스트베드(test bed)로 활용하면서 성능을 향상시켜 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소재 국산화’가 확대된다면 이러한 이점을 덜 누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한국 소재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한국 특수가스 업체인 SK머티리얼즈와 후성을 비롯해 반도체 관련 화학 업체인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램테크놀로지, 그리고 부품 업체인 원익QnC, 하나머티리얼즈, SKC솔믹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소재 국산화 효과가 가시화하려면 최소 2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일본산 소재 비중을 줄이고 국산 소재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일본 수출규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소재 업체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소재업종의 주가가 강세였으나 밸류에이션은 과거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며 “단기적으로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적고 사업 다각화 효과가 큰 SK머티리얼즈, 원익QnC와 수혜가 예상되는 후성, 솔브레인 등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