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감정 불똥 튈라'....신동빈, 사장단회의서 "사회적 역할 다하라" 주문
상태바
'반일 감정 불똥 튈라'....신동빈, 사장단회의서 "사회적 역할 다하라" 주문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7.22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 사장단 16~20일 VCM 열어
신 회장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리스크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 마련하라"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대응책을 주문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단기 솔루션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에 방점을 찍고 장기적인 전략을 설정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 등은 지난 16~20일까지 진행한 VCM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이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동빈 “롯데,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돼야”

신 회장은 VCM 마지막 날(20일)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게 된다”며 “기업이 단순히 대형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이 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또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게 ‘철저한 수익성 검토’를 비롯해 ▲빠른 의사결정 ▲인재육성 등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신 회장은 “최근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안에 부진한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투자 진행 시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도 반드시 고려돼야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서 1인 시위 중인 대학생. 사진=오니언뉴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서 1인 시위 중인 대학생. 사진=오니언뉴스

◆신동빈, VCM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언급 無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사장단회의가 열리기 전 일본을 방문했던 만큼, 시민 및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불붙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롯데그룹은 유니클로·GU(지유),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한 카드사가 최근 집계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매출은 각각 26%, 19% 감소했다. 이마트 기준 올 상반기 전체 수입 맥주 중 매출 2위를 기록했던 ‘아사히 맥주’는 이달 6위로 내려앉았다.

편의점 CU에서 이달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달 동기보다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25는 24%, 세븐일레븐(1~15일)은 18% 줄었다.

무엇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일본기업 논란을 일으킬 실마리도 남아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출범(2017년 10월) 전 호텔롯데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L투자회사 등 일본계 보유 지분율이 99%에 달하고, 여전히 일부 계열사의 대주주다.

신 회장은 ‘롯데 =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지난 2015년 호텔롯데를 상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일본계 지분율을 50% 이하로 줄이고, 롯데지주 지배 아래 둘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이 지난 2016년 경영비리에 따른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상장 작업은 무산됐다. 상장 발표 이후 4년(2015~2018년) 동안 호텔롯데에서 일본 롯데에 지급한 배당금은 511억원이다.

◆신동빈, 단기 대책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 수립 주문

예상과 달리 신 회장이 ‘사회적 역할’을 거론한 배경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현안 해결에만 몰두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장기적 전략 수립을 계열사 사장들에게 주문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 역시 올초 신년사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수립한 만큼, 이에 맞춰 구체적인 성장전략과 실행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때”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기본 방침 아래 주변 공동체와 공생을 모색하며 기업활동을 해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롯데뿐 아니라 삼성과 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인 ‘SOVAC’를 개최해 정·재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밖에 다보스포럼 등 국제 무대에서도 SK의 사회적 가치 도입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사회적 가치를 처음으로 산출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2015년부터 경제적 효과와 사회·환경적 영향을 화폐단위로 환산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입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소공동 롯데호텔서울 입구.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불확실한 개인 신상 문제 부담됐나

신 회장 개인 신병 문제와 맥이 닿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하기 위해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지난해 2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미뤄지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이 최종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 롯데월타워면세점은 특허 취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관세법(178조 2항)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취소해야 한다. 같은 법 175조에서도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운영인의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원으로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 연간 매출액의 13%가량을 차지한다. 신 회장의 개인 신병 문제로 특허권이 박탈되면 호텔롯데 상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롯데가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 사업영토를 확장한다면 신 회장 유무죄와 별개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부회장)은 지난 19일 VCM에 참석해 선진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적극적 해외 진출로 면세점 매출 하락 등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을 87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면세점은 이갑 대표 취임 후 오세아니아에 5개 지점(호주 4개, 뉴질랜드 1개) 등 7개 해외점을 연이어 개점,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롯데 측은 지난해 신 회장 1심 재판 때도 “월드타워점이 상장에 도움은 되지만, 필수요건은 아니라 70억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에서 사업 영위하는 대기업 총수가 불매운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담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미완의 단계”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칫 말실수라도 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비록 사과는 했지만, 유니클로 모기업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말 한 마디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더욱 불이 붙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