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야할 산, 건너야할 강… 증시, 허리띠 바싹 조여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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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할 산, 건너야할 강… 증시, 허리띠 바싹 조여야할 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1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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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불확실성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 시작
참의원 선거 이후 수출규제 강도 높아질 수 있어
다음달 백색국가 제외 예상…반도체 외 업종까지 타격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일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주요 산업인 반도체업종이 직접적으로 수출규제에 연관된 탓이다. 이외에도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094.36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가시화하기 전인 지난달 28일(2130.62)과 비교하면 1.7%나 하락했다.

◆ 日, 다음달 백색국가서 韓 제외…수출규제 강도 높아져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세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측에 이들 제품을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현재로선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중 무역분쟁처럼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한국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해 제안한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일본이 지난 12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공언한 대로 한국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점이다.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이 사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국무회의) 의결‧공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21일 후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빠지게 되는데 한국 정부는 그 시기를 다음달 22일께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 4일은 참의원 선거 후보 등록 및 선거 운동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만약 참의원 선거가 이번 수출규제가 목적이었다면 선거 이후에는 그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인 자민당의 최종 목표가 헌법 9조 개정, 즉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기 위해서라면 한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 역시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예상치 못한 악재…내성 생길때까지 조정 장세

시장에서는 한‧일 간 마찰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수출규제 강도가 높아진다면 국내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분기부터 국내증시는 미‧중 무역분쟁에 글로벌 경기 둔화, 기업 실적 우려 등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라는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일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시장이 내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조정 기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당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점도 일본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일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달 들어 양국 증시는 모두 부진해졌고 미미한 차이지만 국내증시의 낙폭이 조금 더 크다”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반도체업종이 가장 먼저 일본 수출규제 타깃이 된 점도 국내증시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 삼성전자의 비중은 20.7%(보통주 18.62%‧우선주 2.09%)에 달했다. 반도체업종 역시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른 상반기 실적 부진에 수출규제까지 맞닥뜨리면서 악재가 겹쳤다.

◆ 백색국가 제외…日 수출규제 영향권 확대

문제는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된다면 다른 업종들까지 반도체업종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색국가는 일본이 무기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소재‧부품‧기술 등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국가들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통제 목록’에 따르면 첨단소재‧전자‧통신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탄소섬유, 공작기계, 화학약품 등이 다음 주요 타깃으로 언급된다.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기계 ▲정밀화학 등의 업종까지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오는데 결국 한국 산업 전반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증시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본 시장과 밀접한 ▲엔터테인먼트 ▲게임‧콘텐츠 ▲항공‧여행 업종도 한‧일 간 마찰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에 ‘애국’ 테마주가 등장하는 등 일부 업종‧종목의 경우 대일(對日) 의존도 축소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면서도 “일본 시장 노출도가 큰 업체들은 약세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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