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이효영 교수 "트럼프, 한·일문제 개입 안할 것...WTO제소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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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이효영 교수 "트럼프, 한·일문제 개입 안할 것...WTO제소 바람직"
  • 한동수 기자
  • 승인 2019.07.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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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제소, 한-일 협상 레버리지 삼아야"
"日 수출규제, 경제적 문제아닌 국제정치적 관점서 봐야"
"WTO제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기업들도 전화위복 기회 삼아야"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일본이 제살깎기식 손해를 감수하면서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단순한 경제적 의도가 있다기보다 최근 북미·남북 평화무드에서 소외된 것에 대한 정치적인 위력행사로 볼 수 있다” 

대미·국제통상전문가인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피니언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도 맞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의 WTO(국제무역기구)제소에 대해 적절하고 실익이 있는 조치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한일 간 외교문제에 대한 불만을 통상문제로 확대시킨 만큼 국제 질서안에서 공식적 해소 통로인 WTO에 제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앞으로 수출규제 이슈로 한일간 외교 협상이 불가피해진 만큼 WTO제소는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 기업입장에선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당장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소재 부품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면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우리 정부가 한일 통상문제에 대해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한미일 안보 협력관계의 두 축인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일본 또는 한국 중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쪽의 편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의 근본원인인 한국 대법원의 판결 배상 및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해석 문제 관련해 미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수출규제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 또한 출범 이후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철강·자동차 등에 대한 일방적 수입규제 조치를 부과하며 앞장서서 보호무역주의적 통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하여 비난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안보협력의 관점에서도 미국은 오히려 대중국 견제의 차원에서 중요한 한·미·일 안보 공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국이라는 인식아래 일본을 통한 한반도에서의 안보 공조 및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트럼프 이전의 미국 행정부라면 한·미·일 협력을 저해하는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뭍밑 중재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 양자협상에는 관심을 표하거나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역할론을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먼저 한-일간 통상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WTO 회원국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통상갈등 해결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통상 갈등이 발생했을 때 공식적인 해결 통로는 WTO 분쟁해결 제도다. 미국의 ‘개입 또는 중재’를 통한 통상문제의 해결을 도모한다면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부정하는 의미를 갖게 될 뿐 아니라 WTO 회원국 중 하나인 미국의 실질적 권력을 인정하는 듯한 (국제사회에)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굳이 나서서 미국의 개입 또는 중재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미국에게 너무 의지하는 모습은 이번 한-일 통상문제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다.  

-일본 아베정부가 이번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기 전 미국과 교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기업 뿐 아니라 그동안 한국과의 반도체 지역 공급망에 깊게 연계되어 있는 일본기업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순수한 경제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G20 정상회담 직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미·북 정상회담 직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대한 일본 아베 정부의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조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일본이 반대하는 모양새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미-일 간의 사전 조율은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은 금번 조치에 대해 미국 등 국제적인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카드를 들고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에 대한 한국의 이행 문제를 제기해 미국이 한국을 편들기 어려운 구도를 만들려고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이 미국의 인텔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대한 한국의 도전에 대해 미국과 사전 조율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은. 

▶그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굳이 나서서 자국 기업에게 피해가 가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기업을 죽이고 미국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다. 일본이 반도체 분야를 1차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일본 기업에게 그나마 가장 피해가 적으면서 한국기업에게 가장 피해가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이후 하루가 다르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스탠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정부가 일본을 대상으로 WTO에 제소하게 된다면 일본은 자국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WTO 규범에서 허용하고 있는 ‘안보예외’ 규정을 원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러한 안보예외 규정(GATT 제21조)을 원용하기 위해서 한국의 UN 대북제재 위반을 주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WTO 법정 다툼에서의 최대 관건은 UN 대북제재의 위반 여부에 대하여 양측이 얼마나 각자의 주장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 또는 반박 증거를 제출하고 이에 근거한 설득력 있는 법적 논리를 잘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선 WTO에 제소하기 위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우리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은 사례를 수집해야 하고, 우리의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일본의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의 수집이 필요할 것이다.  

-본지가 앞서 인터뷰한 이재형교수, 최원목교수, 송기호 변호사는 WTO제소 필요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미 WTO에 제소한 우리 정부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WTO 제소 방안이나 국제 중재재판 방안 모두 사안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각각의 방안이 다루게 될 국제법적 판정의 대상은 다르다. WTO 제소를 통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국제법적 판정이 나오게 되며, 국제 중재재판을 통해서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해석 및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한 판정이 나오게 될 것이다. 각각 다른 사안에 대한 사법적 해결방식이다. 

일본은 한일 간의 외교문제에 대한 불만을 통상조치라는 형태로 표출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들 간의 통상갈등에 대한 공식적인 해소 통로인 WTO 분쟁해결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당장 우리기업의 실제적인 피해 사례 및 증거의 수집이 필요하므로 WTO 제소가 실제 이루어질 수 있기 까지는 최대 5-6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WTO제소는 그동안 양국 간에 진행될 외교적 협상에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있다.  우리가 굳이 유용한 협상 카드를 버릴 필요가 없다.    

-한일간 통상문제가 장기화되면 양국이 차지하는 글로벌 교역 비중으로 볼 때 전 세계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문제를 단기에 끝낼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 정부가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속할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일본정부의 조치 철회를 유도하기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WTO제소다. 물론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응방안이긴 하지만 WTO 판정 결과 일본의 조치가 WTO 규범을 위반한 조치라는 판정이 나오게 되면 일본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의 권고에 따라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이와 같은 판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한국정부는 보복적인 대응조치(수입규제 등)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의 조치가 단기에 철회되도록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단계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부터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 및 부품 재고 확보, 장기적으로는 부품 국산화 등의 대응방안을 추진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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