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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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니요?
  • 조용경
  • 승인 2015.09.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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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젊은이를 소망합니다"

조용경씨기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본인의 양해를 받아 퍼온 글입니다.

조용경,
1951년생, 오랫 동안 정치 활동과 경제인을 함께 했다. 현재 인천 송도에 거주하며 강원도 춘천에 농가주택을 개조해 전원 생활을 겸하고 있다. ►포스코엔지니어링 상임고문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트라이애슬론연맹 부희장 ►포스코건설 부사장 송도신도시개발 사장 ►한국공정거래협회 하도급분쟁조정위원원 ►포스코개발 전무이사 ►민주자유당 총재비서실 차장 ►도서출판 한송 대표 ►한국은행 조사부

 

우리 나라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비율은 중‧장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동아시아연구원, 그리고 중앙일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2015년 국가정체성’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64%와 65.8%로서, 50대(81.9%)와 60대 이상(89%)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즉 우리나라 20~30대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명 중 1명 이상이며,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10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했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20대의 49.4%, 30대의 51.3%가 “그렇다”고 동의했습니다. 반면 50대(34.7%)와 60대 이상(32%)에서는 세 명 중 한 명만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젊은 세대의 힘든 현실에 대한 좌절과 미래에 대한 절망을 나타내주는 또 다른 표현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들어 젊은 층에서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5포ㆍ7포 세대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3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인간관계, 내집 마련, 내일에 대한 희망 마저도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는 국민의 자살률이 10년 째 세계 1위라는 사실과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OECD가 발표한 ‘건강통계 2015’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률은 10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높은 자살률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서 ‘경제적, 사회적 원인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젊은 세대가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을 부끄러워하다 못해, 현실을 비관하고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을까를 생각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아닙니다.

최근 DMZ에서 벌어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인해 남북한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벌어졌을 때 수많은 장병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북한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국가관이나 자부심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위를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는 누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우리 사회의 책임있는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이 보다 활개짓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이 과연 젊은 세대가 이렇게 비관만 하고 포기만 해야 하는,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을 부끄러워 하다 못해 이민을 떠나거나,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그렇게 수준이 낮은 나라일까요?

물론, 물질적으로는 훨씬 더 풍요한 현 시대에 태어나서 자란 젊은 세대를 향해, 그들이 살아보지도 못한 과거 우리의 힘들었던 시절을 들먹이며 “너희들은 우리보다는 더 나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주장하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나 불과 60여년 전인 1950년대, 6.25가 끝난 이후의 우리의 상황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습니다.

UN의 자료를 보면 1960년의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은 79 달러로 오늘 날 가장 가난한 국가들로 손꼽히는 필리핀(254 달러), 미얀마(160 달러)보다 크게 낮았으며, 심지어는 137 달러였던 북한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96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근래의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입원은 미국과 유엔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원조물자였습니다. 우리가 ‘안남미’라고 부르며 먹었던 길쭉하고 푸석푸석한 쌀은 오늘 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하나로 전락한 미얀마(버마)가 우리에게 원조해 준 쌀이었습니다.

3년 여의 전쟁 기간동안 그나마 우리에게 남아있던 모든 사회적자본은 깡그리 부서졌을 만큼 우리가 살던 땅은 폐허나 다름 없었습니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힘깨나 쓰는 남자들의 가장 쉬운 일자리는 ‘지게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넘쳐났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고학을 하며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친척 형님 한 분이 그 당시 만들어진 어느 국영 비료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그분의 고향 동네 어귀에 그 취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던 광경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건 그 마을 전체의 경사였기 때문입니니다.

▲ 1950년 대 중반 용산역 광장의 지게꾼.

몇 년 전, 미국의 세계적인 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에서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100여개 국가들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평가하여 ‘2010 세계 최고의 국가들(2010 The Best Countries In The World)’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00여개 국가들을 좋은 나라에서부터 한 줄로 세운 조사보고서 입니다.

그 결과를 보면 핀란드가 가장 좋은 나라 1위에 올랐고, 스위스와 스웨덴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는데, 뜻밖에도 우리나라가 당당 15 위에 올라 있습니다.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적 역동성, 정치적 환경 등 다섯 개 부분을 조사하여 순위를 메긴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교육 부문에서 핀란드에 이어 2위, 경제적 역동성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미국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하여 종합 15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미흡한 점은 적지 않지만, 그러나 6.25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불과 50여 년만에 세계 15위의 국가로 평가를 받는 기적이 있어난 것입니다. 그 기적의 주역이 된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지난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Double 1조 달러 클럽’의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G7 국가 7개국, BRICS 4개국, 스페인, 호주,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15 번째로 GDP 1조 달러를 넘어서는 국가가 되었고, 같은 해에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였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가발이나 만들어서 수출하던 가난한 대한민국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9 위의 무역대국 대열에 진입한 것입니다.

말이 쉽지 이건 6, 70년대만 해도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아니 그 기간 동안에 다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보다도 훨씬 더 엄청난 일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외국과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으며 살던 100여 개 국가들 가운데, 그 원조의 과정을 졸업하고, 거꾸로 형편이 어려운 다른 나라들을 원조하기 시작한 지구상의 단 한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 약 60년에 걸쳐 범국가적인, 범국민적인 피나는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가 놀라는 엄청난 초고속의 압축성장을 이룩했고, 지금은 더이상 다른 나라들의 업신여김의 대상이 아닌, 찬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부심을 느껴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1950년대 종각사거리.

물론 지난 날의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조금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나, 부의 양극화 현상 등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런 부분은 경제의 급속한 팽창에 르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이제부터 하나 하나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들일 뿐입니다.

만약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점들이나, 혹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내세우며 기존의 질서를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우리 나라를 형편없는 나라로 치부하며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욕하는 행위는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20대와 30대의 젊은이들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대답한 것은 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맹자의 말씀 가운데 “인필자모연후인모지(人必自侮然後人侮之)”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먼저 자신을 업신여긴 다음에 남들의 그를 모욕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개인에게 뿐 만이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일부에 국한되는 얘기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비하하며, 자신이 속한 나라를 비난하거나 폄훼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걸 겸손한 태도가 아니라, 모자라는 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을 비하하고, 자신이 속한 국가를 비난하는 사람을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주변이나 사회로부터 무시 당하고 경멸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그처럼 부정적인 자세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절대로 일을 통해서 성공에 이를 수가 없으며, 원만하고 행복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도 지극히 힘이 듭니다.

그러니 우리의 젊은 세대가 힘들고 답답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인정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과 나라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야 말로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은 바로 그처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 젊은이들의 당면한 현실이 피곤하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선배 세대가 완전한 폐허 위에서 오늘과 같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음을 인정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지고 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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