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억 일본에 배당하는 롯데...신동빈, 방일중 '민간외교' 역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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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백억 일본에 배당하는 롯데...신동빈, 방일중 '민간외교' 역할했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7.1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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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작년 566억, 호텔롯데 4년간 500억 日에 배당
롯데 지분 보유 일본 합작사, 불매운동에 직격탄
신동빈 회장, 열흘간 일본 방문...무역갈등 해소 역할했나 의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민간외교를 펼쳤을까. 한일 갈등에 그룹 피해 최소화에만 골몰했을까. 

일본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열흘간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방일 활동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장이 늦어지고 있는 호텔롯데와 합작사인 유니클로가 매년 수백억원대의 배당금을 일본에 송금하고 있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까지 받는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방문이기 때문이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진행한다.

우선 식품과 유통, 화학, 호텔 등 롯데그룹 내 4개 BU(비지니스 유틸리티, 사업 부문) 사장단은 16∼19일까지 회의를 연다. 이어 20일은 신 회장에게 우수 실천사례를 모아 보고할 계획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장이 이번 VCM에서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했다. 신 회장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 10박 11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15일 오전 귀국했다.

그는 출장 기간 중 노무라증권과 스미토모은행 등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 정치인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민간외교 활동을 했는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계 자본이 대거 들어와 있어, 국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일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폭넓은 일본 인맥을 활용해 한일 갈등의 중재 역할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롯데호텔 소공점. 사진=연합뉴스
롯데호텔 소공점. 사진=연합뉴스

◆상장 늦어지는 호텔롯데, 최근 4년간 日 주주에 511억원 배당

이런 기대감에 비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본에 대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양대 축으로 한 과도기 상태다. 애초 롯데는 신격호 명예회장 일가의 회사인 광윤사를 정점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한국 롯데그룹’으로 연결돼 있었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보유 중이다. 이같은 구조가 드러난 건 2015년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롯데는 일본기업’,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등의 ‘국적 문제’를 제기했다.

신 회장은 이에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지분율을 50% 밑으로 낮추겠다”며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의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해 사실상 롯데그룹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작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국적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2016년 신 회장은 경영비리 혐의로 인해 검찰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이처럼 호텔롯데 상장이 중단된 기간(2015~2018년) 동안 일본 롯데에 흘러간 배당금만 51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5848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1주당 100원씩 총 102억원을 지급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중인 소비자들 입장에선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 및 현지 기업에 지급하는 막대한 배당금을 곱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서둘러 한국 소비자로부터 번 돈이 일본에 넘어가지 않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질 상황이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사진=연합뉴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사진=연합뉴스

◆롯데 합작 유니클로, 작년 日 패스트리테일링에 566억원 배당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뿐 아니라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과 합작기업이 많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이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방증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51%, 49%씩 보유하고 있다. 작년 회계연도(2017년 9월1일~2018년 8월31일) 기준 500억원, 610억원씩 두 번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패스트리테일링 지분율을 감안하면 566억원을 챙긴 셈이다.

이밖에 생활용품 브랜드 'MUJI'를 운영하는 ‘무인양품’의 지분율은 일본 양품계획 60%, 롯데상사 40%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의 50:50 회사다. 해당 회사들 역시 지난해 수십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 롯데 계열사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해 일본 기업이란 꼬리표를 하루속히 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대해 '민간외교' 역할을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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