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할리우드 전설적 여배우들이 그려낸 사랑과 인생..영화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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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할리우드 전설적 여배우들이 그려낸 사랑과 인생..영화 '북클럽’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7.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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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털어놓는 '딸이고 엄마였던' 중년여성들의 가슴 찡한 스토리
행복하기 위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여성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영화 '북클럽'. 40여년간 우정을 이어온 네명의 중년 여성의 이야기.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북클럽'. 40여년간 우정을 이어온 네명의 중년 여성의 이야기.사진=네이버 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에디터에겐 순전히 오마쥬, 말하자면 존경과 경의의 표시로 봐야하는 영화였다. 영화 '기생충'의 '근세'의 표현을 따라하자면 '리스펙~!’

한 시대를 쥐락펴락하던 네 명의 여배우. 다이안 키튼, 제인 폰다, 메리 스틴버겐 그리고 캔디스 버겐까지. 마치 올스타 게임처럼 영화는 시작되지만 세월을 비껴갈 수 없었던 초로의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찬란했던 전성기를 뒤로 한 그들은 주름진 얼굴로 격의 없이 성큼 다가와 중년여성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고민들을 들려준다.

4명의 아카데미 수상자(다이앤 키튼, 제인 폰다, 매리 스틴버겐, 리차드 드레이퓨즈)가 등장하는, 그래서 이미 관객의 '필람'(필수 관람) 포인트를 확보한 영화.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그들이 털어놓는 솔직하고 가슴 찡한 스토리, 영화 '북클럽'.

 

◆ 한 권의 책이 그녀들의 삶을 뒤흔들다

남편과 사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다이앤. 큰 집에 혼자 사는 엄마를 걱정하며 두 딸은 함께 살 것을 권하지만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다이앤은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 싶다.

한번도 결혼한 적은 없지만 데이트 하자는 남자는 늘 줄 서 있는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호텔 CEO 비비안. 은퇴한 후 무기력해진 남편으로 35년의 결혼 생활 중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레스토랑 사장 캐롤. 근엄하고 냉철한 그러나 알고보면 허당인 연방 판사 섀론.

20대에 만나 40여년 동안 한결 같은 우정을 쌓아온 네 여성. 한 달에 한 번 순번을 정해 추천하는 책을 읽은 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북 클럽' 멤버들이다.

단조롭고 무기력한 일상에 비비안이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추천하면서 스토리는 흥미진진해진다. "우린 너무 늙었어." "세상에, 망측해라." 당황한 멤버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들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지금껏 살아온 생활에 안주하고 변화가 두려운 이들. 그러나 책에 대한 소감으로 사랑과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제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자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다이앤은 자신을 걱정하는 딸들에게 자신이 더 이상 보살핌받는 존재가 아니며 이제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선언. 사랑의 실패를 두려워하고 상처받지 않으려 고독한 싱글을 고수하던 비비안은 자신을 기다리는 옛 연인에게 달려가고.

섀런은 전남편의 새 출발을 인정하고 미친 짓이라 여기던 '소개팅  어플'을 통해 자상한 세무사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캐롤은 남편의 솔직한 고백을 통해 진정 서로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한달에 한 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클럽 멤버들,왼쪽부터 다이안 키튼, 캔디스 버겐, 제인 폰다, 메리 스틸버겐. 사진=네이버 영화
한달에 한 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클럽 멤버들,왼쪽부터 다이안 키튼, 캔디스 버겐, 제인 폰다, 메리 스틴버겐. 사진=네이버 영화

◆누군가의 딸이었고 엄마였고 그리고 나였을 당신에게

‘델마와 루이스’ 같은 통쾌함과 비장미는 없다. ‘배드 맘스’처럼 육아에 지친 워킹맘이 번아웃되어 나쁜 엄마로 돌변, 사고를 치다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도 아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중산층 중년 여성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코믹 스토리. 그러나 시인 서정주의 싯구절처럼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 같은 그들은 이제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일만 남은 듯 보이지만 가족의 기대와 우려, 사회적 체면,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섣불리 변화를 선택하지 못한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다이앤. 파일럿인 미첼(앤디 가르시아)의 제안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그랜드 캐년을 비행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미첼은 말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삶이 가치가 있는 것이에요' 라고.

나이가 들면 나이에 맞게 살아야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도 멋지지 않을까.  

다이앤의 말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각본을 쓴 감독 빌 홀더먼은 처음부터 다이앤 역에 다이안 키튼을 염두에 두 시나리오를 썼다 한다. 70년대 말 패션 아이콘, 한 때 우디 알렌의  페르소나였으며 지적이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다이안 키튼은 이 영화에서도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중년 여성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 극중 다이앤이 51년생이고, 20대부터 40여년을 만나왔다는 걸로 유추하면 극중 여주인공들은 60대 후반으로 추측. 그러나 실제 나이는 제인 폰다 37년생, 다이앤 키튼 46년생, 캔디스 버겐 46년생, 메리 스틸버겐은 53년생이다.
▲ 극중 연인 다이안 키튼과 앤디 가르시아는 ‘대부 3’(1990)에서 숙모와 조카로 나온다.
▲ 제인 폰다의 상대로 나오는 돈 존슨은 영화 ‘그레이의 50 가지 그림자’의 주인공 다코다 존슨의 아빠. TV 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외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 섀론이 키우는 무기력한 고양이 이름은 긴즈버그. 그 유명한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오마쥬한 것으로 보인다.
▲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저자 E.L. 제임스와 그의 남편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캐롤과 남편이 앞마당에서 싸울 때 개를 산책시키며 등장한다.

▲ 아카데미 수상자와 작품 : 다이앤 키튼 (‘애니 홀’), 제인 폰다 (‘귀향', '콜걸'), 매리 스틴버겐 (‘멜빈과 하워드’), 리차드 드레이퓨즈 (‘굿바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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