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담는 외국인…반도체 회복 기대감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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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담는 외국인…반도체 회복 기대감 커지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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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日 수출규제 우려가 무색하게 연일 강세
낸드 가격 반등 기대감 '호재'...감산에 따른 물량 확보 움직임까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외국인들이 국내 반도체주(株) 쇼핑에 나섰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정상적인 가동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강세 배경에는 낸드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녹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대장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650원(1.43%) 오른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1월 2일보다 19.2% 오른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전날보다 2600원(3.57%) 상승한 7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 대비로는 24.8% 상승했다.

◆ 낸드 감산 소식 ‘호재’ 작용

반도체주를 끌어올린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3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만 1조988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는 586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기관까지 가세했다.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기관은 9일부터 3거래일째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과 기관 각각 2484억원, 964억원이었다.

이번 외국인의 매수 행진은 낸드 가격 반등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0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이 더 이상 낸드 가격 하락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이크론을 제외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제조사들이 모두 영업이익률(OPM)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격적인 공급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려워졌다.

앞서 이들은 잇달아 올해 낸드 감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분기(3월~5월) 실적 발표에서 낸드 웨이퍼(Wafer) 투입량 축소 규모를 기존의 5%에서 1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또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청주 M15 가동을 늦추는 등 웨이퍼 투입량을 10%까지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 라인 최적화(Optimization)’를 언급, 감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 고객사의 재고 확보 움직임에 현물가격 '반등'

아울러 지난달 15일 웨스턴디지털·도시바가 조인트벤처(JV)로 운영하는 욧카이치 낸드 공장에 정전이 발생한 데 따라 정상적으로 복구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절반 이상의 전원공급장치가 재가동하고 있으나 이달까지 웨이퍼 투입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두 달 이상의 전공정 기간을 고려하면 9월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바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2위 업체다.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재고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낸드 용량 기준 6엑사바이트(EB)다. 단순하게 도시바의 생산량도 같다면 총 12EB의 피해 규모가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생산 총량 101EB의 12%에 해당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52주 중 6주치 재고인 셈이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이 가시화하자 고객사들의 재고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일부 낸드 제품의 경우 감산에 힘입어 현물가격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3D TLC(트리플레벨셀)의 현물가격은 지난 3월 중순 11.05달러에서 12.70달러까지 14.9% 상승했다.

현물가격은 반도체주 실적의 선행 지표로 통한다. 현물가격의 방향성에 따라 계약가격이 움직이고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물가격이 반등으로 당장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업황 회복를 기대할 만한 신호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공급·수요 측면에서 낸드 현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낸드 공급 업체들이 추가 제품 가격 하락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SSD를 비롯해 모바일용 낸드, 소비자 시장용 제품까지 출하가 양호했고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서 가격 탄력성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 사진제공=삼성전자

◆ 日 수출규제에 실적부진…악재 이겨내야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여전히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무엇보다 일본 수출규제가 반도체 업체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향(向)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등 세 제품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측에 이들 제품을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분기 실적 부진 이후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시장 예상치(6조800억원)을 6.9% 가량 웃도는 수준이지만 1조원 가량의 디스플레이 부문 일회성 이익이 없었다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8270억원, 석달 전 1조2568억원에서 꾸준히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6% 가량 쪼그라드는 셈이다.

아직까진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업황 회복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기업의 실적 역시 연말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D램의 경우 가격 반등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수요 변화는 여전히 하반기 변수로 작용할 텐데 3분기 비교적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이라며 “서버 업체들의 재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수요 반등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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