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2분기마저’…LG전자, 사업 돌파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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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2분기마저’…LG전자, 사업 돌파구 찾을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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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분기 영업익 6522억원…시장 예상치 16% 밑돌아
TV 경쟁 심화에 타격…건조기 논란까지 ‘첩첩산중’
스마트폰 17개분기 적자 지속…사업 돌파구 찾아야
LG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에 밑도는 실적 충격(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에 밑도는 실적 충격(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LG전자가 우려의 시선 속에서 하반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TV 시장 업황 악화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스마트폰 부문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전 부문의 경우 호실적에도 주력 신성장 제품인 건조기에서 결함 논란이 발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 불확실성에 따라 LG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0일 LG전자에 따르면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6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710억원)과 비교하면 15.4%, 전 분기(9006억원) 대비로는 27.6% 감소한 수준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5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788억원) 대비 17.4% 줄었다.

자료=LG전자

◆ 2분기 영업익 시장 예상치 밑돌아 ‘어닝 쇼크’

LG전자는 실적의 계절성이 뚜렷한 기업으로 꼽힌다. 주로 연초 1분기에 가전‧TV 신제품이 출시되고 2분기의 경우 여름철 에어컨 판매가 성수기를 맞는다.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에어컨 판매량이 줄어들고 프로모션 등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익 규모가 감소하는 것이다. LG전자 연간 실적 흐름을 가리켜 ‘상고하저(上高下低‧상반기 실적이 양호한 반면 상대적으로 하반기 실적 부진)’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상반기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연간 실적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LG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6898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 2조9660억원, 3개월전 2조7791억원에서 꾸준히 낮아졌다.

그간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올 2분기에도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실적 발표 당시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7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771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실제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16.2% 가량 밑돌았다. 사실상 ‘실적 충격(어닝 쇼크)’이다.

자료=LG전자

◆ 글로벌 TV 경쟁 심화…TV 부문 실적 타격

잠정 실적발표에서는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이 발표되지 않는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HE(홈엔터테인먼트·TV) 부문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TV 부문은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가전) 부문과 함께 LG전자 실적의 두 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쉽게 말해 가전과 TV로 돈 벌어 스마트폰 등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하지만 TV 부문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면서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여력이 쪼그라들었다. 이번 잠정 실적 발표 후 12개 증권사의 사업부문별 실적 추정에 따르면 TV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310억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407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앞서 지난 1분기 역시 TV 부문 영업이익은 3465억원을 기록, 지난해 1분기(5730억원)보다 39.5%나 감소했다.

이처럼 올 들어 TV 부문 실적이 악화된 데는 지난해 상반기 평창동계올림픽·러시아월드컵 등 스포츠이벤트에 따른 기저효과뿐 아니라 글로벌 TV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强) 달러에 따른 환율 여건 또한 부정적이었다.

◆ 하반기 중국發 대형 TV 경쟁 더 치열해져

먼저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TV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는 중국 TCL, 하이센스(Hisense) 등의 ‘저가’ 공세로 LG전자가 맥을 못 춘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 중국 업체들은 그간 보급형 TV 시장에 주력해왔으나 중국발(發) 대형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따라 대형 TV 시장에서도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대형 LCD TV 가격이 떨어진다면 LG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도 경쟁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TCL 65인치 LCD TV' 가격은 'LG전자 OLED TV 55인치' 가격의 3분의 1, 같은 크기의 'SONY OLED TV' 가격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 차를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로서는 LCD TV의 단점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LG전자 실적이 개선되려면 당장 TV 부문의 실적부터 개선돼야 하지만 적어도 올해까진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패널 업체들이 10.5세대 LCD 공장에서 양산을 본격화할 경우 대형 패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TV 가격 역시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즉 전반적인 TV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 LG디스플레이가 중국 OLED 공장을 가동하면서 패널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LG전자에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대형 TV 경쟁 강도가 높아진다면 TV 부문의 이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 스마트폰 부문 흑자전환 요원

문제는 LG전자에서 TV 부문 부진을 이겨낼 만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스마트폰) 부문이다. 시장에서는 올 2분기에도 스마트폰 부문이 막대한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트폰 부문 영업손실 규모 전망치 평균은 266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1854억원 영업손실)와 전분기(2035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KB증권의 경우 최대치인 3018억원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부문이 올 2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낸다면 2017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째 적자 행진이다. CD(컴패니언 디바이스‧전자제품 액세서리) 부문의 스마트폰 부문 편입에 따라 사후 흑자 처리된 2017년 1분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7개 분기 연속 적자인 셈이다.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V50’은 국내 시장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나 대규모 적자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LG전자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V50’은 국내 시장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나 대규모 적자를 만회하지는 못했다. 사진=LG전자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V50’은 현재까지 약 30만대 가량 팔리며 내수 시장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단일 모델로 대규모 적자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초 V50을 미국 등 북미 시장에도 출시했으나 아직까진 반응이 미미한 편이다.

시장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 부문의 흑자전환은커녕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역시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3160만대로 2017년보다 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7.4%에서 14.3%로, 북미의 경우 16.9%에서 15.9%로 줄었다. 이들 지역은 LG전자 스마트폰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곳으로 두 지역의 시장점유율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부문 부진은 심화될 수 있다. 연내 스마트폰 부문 생산기지를 평택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부문과 함께 적자를 지속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전장부품) 부문 또한 흑자전환을 기대하기엔 무리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 인수 이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전장부품 사업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전방 수요가 부진한데다 전장부품 시장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올해 안에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가전은 LG? 건조기 결함 논란까지

LG전자의 가전 부문은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올 2분기 가전 영업이익을 6446억원으로 추정했다. 전체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분기(7276억원)보다는 줄어들지만 지난해 2분기(4572억원) 대비로는 증가할 전망이다.

에어컨 판매가 성수기를 맞으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아울러 공기청정기‧스타일러‧건조기 등 신성장 가전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가전 부문 또한 하반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어컨 판매량이 2분기를 정점으로 감소하는 데다 신성장 가전 역시 후발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TV 부문과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전 부문 수익성까지 악화될 경우 전체 실적이 더욱 부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서는 LG전자의 주력 신성장 제품인 히트펌프 건조기에서 결함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LG전자의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소비자들은 회사 측이 강점으로 내세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회사는 콘덴서의 10년 무상보증을 약속했으나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선도해온 LG전자로서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 TV‧스마트폰 실적 개선 확인돼야 주가 회복

실적 부진에 이은 연이은 악재에 LG전자 주가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일 LG전자는 7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28일 연말 종가(6만2300원)과 비교하면 13.3%나 올랐지만 1년 전 종가(7만8200원)보다는 9.7% 내렸다.

증권업계 또한 LG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지난 5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KB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은 LG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8000원~11만원에서 8만2000원~10만원으로 하향했다. 조정폭이 가장 큰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로 기존 10만8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렸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LG전자 목표주가 9만5000원~13만원 수준이었으나 1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반등하려면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TV‧스마트폰 부문의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TV 부문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 악화됐고 스마트폰 부문의 적자 폭이 확대됐다”며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TV 부문과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상반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TV‧스마트폰 부문”이라며 “스마트폰 부문의 적자 축소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TV 부문이 하반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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