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 우린 조금 거칠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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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 우린 조금 거칠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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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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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 칼럼 ‘Blurred Lines’… 사랑, 섹스, 관계의 사회학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루한 여름은 갔다. 반가운 가을의 흐름을 느낀 건 약 2주 전부터였다. 여름 내내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바디에 뭘 바르지 않아도 당기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부터 피부가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설레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겠구나!

 

흔히들 가을에는 말이 살찐다고들 한다. 하지만 말만 살찌는 게 아니다. 옷의 톤이 무거워지며 우리의 몸도 무거워진다. 여름철 바캉스를 위하여 빼놓았던 살들이 다시 찌기 시작한다. 그뿐인가. 맛있는 것 천지인 추석도 있다. 이전보다 길어진 밤은 우리를 술 마시게 하기에 충분하다. 싱글인 사람들은 괜히 더욱 외로운 마음이 들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연인들은 마음이 안절부절 하기도 한다. 선선한 가을밤은 마음을 붕 뜨게 만들어 이성으로부터 나 자신을 몰아내게 한다.

 

나처럼 여름철 성욕을 잃었던 사람이라면 가을은 조금 기대해볼 만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미 이 계절은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요즘 추곤증 때문에 계절에 적응하느라 좀 힘겹기는 하지만, 너무도 짧은 이 계절을 놓치지 않고 충분히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가을은, 성적으로 가장 활발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아마 내 칼럼을 꾸준히 본 사람들이라면, 왜 여름에 섹스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은지 알 것이다(실제로도 7월이 가장 성관계 빈도수가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름에는 수면욕, 성욕, 식욕 뭐든 시들하며 가지고 있는 욕구란, 오직 에어컨 앞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겨울엔? 겨울 역시 섹스하기 좋은 계절이긴 하다. 밤은 충분히 깊으며 서로 안아주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 그뿐인가? 추위를 이겨내려 두텁게 입은 옷을 벗는 것은, 여름철 얇은 옷을 벗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섹시하다. 그렇다면 가을에는 어떤 섹스를 하면 좋을까? 급 건조해진 피부만큼이나, 거친 섹스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사계절 내내 거친 섹스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을의 거친 섹스는 해볼 만하다. 우선 남녀 모두 기분이 떠 있을뿐더러, 그만큼 더 잘 흥분하기 쉽다. 특히 여자는 섹스를 할 때 남자보다 온도에 민감한 편이니 여름보다 가을에 훨씬 유리하다. 즉,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 적절하다.

또한 여름철 잃었던 성욕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와서 더욱 폭발적인(?) 계절이기도 하다. 서늘함에 몸이 회복되기 때문! 욕구를 가진다는 건 신체가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가을에 피부가 건조해지니 거친 섹스를 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거면, 왜 더 건조한 겨울에는 안 되냐고?

겨울에 느끼는 심리 상태는 또 다르다. 이렇게 뭔지 모를 설렘에 붕 뜨는 계절이라면 어떤 섹스를 하더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겨울은 무지 춥다. 누군가에게서 포근하게 쉬고 싶고 안정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큰 계절이다. 몸은 물론이요, 마음도 따뜻해졌으면 하는데 거친 섹스라니! 익숙지 않은 커플이라면 기분이 상한 채 날씨처럼 차가운 마음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거친 섹스를 위해서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오늘 상대방을 정복(?)하겠다는 애티튜드인 것 같다. 여자 역시 늘 받기만 하려는 마음이 아닌,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커플 남자의 경우가 이런 섹스를 한번쯤 고려해봐야 한다.

예전에 친구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지금 남자친구가 날 너무 좋아해줘서, 섹스할 때 너무 날 아껴주고 위해주려고만 해. 그래서 난 그가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아. 조금 더 거칠게 다뤄주어도 괜찮을 텐데.”

남자친구의 상냥한(?) 섹스에 만족이 되지 않은 그녀는 결국 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거칠게 다루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그에게 설명했다.

 

가을에는 슬로우잼(Slow Jam)같은 음악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앤비 음악의 한 종류인 슬로우잼은, 흔히들 외국에서는 Sex music 혹은 baby making music 이라고도 한다. 끈적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유도할 때 슬로우잼만한 음악은 없다. 그리고 날씨가 선선할수록 더욱 듣기 좋다. 무게감 있고 느릿한 음악은 거친 퍼포먼스를 선사할 것이다. 사실 거친 섹스에 있어 추천하고 싶은 것은 술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이다. 그게 훨씬 더욱 섹시할 테니까. 게다가 술이 많이 되어서 그 소중한 기억을 잊는다면 너무도 비극적일 것이다.

 

여름 내내 장맛비를 맞고 태양빛을 쬐며 무럭무럭 성장한 수확물은 가을에 거두어진다.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성숙미가 있다. 또한 ‘수확’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풍성함과 우아함 역시 있다. 또 가을은 스쳐가듯 지나가며, 게다가 외로움의 정서까지 가지고 있다! 가을만큼 섹시한 계절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가을철 거칠어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듯, 때로는 거칠고 그렇기에 촉촉해지는 계절을 보내시길 바란다. /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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